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방한 두고 "삼성전자와 ARM 제휴 논의" 발언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삼성전자…ARM 인수 시 최적화 용이해
몸값 경쟁은 삼성전자…독과점 피할 컨소시엄 구성은 SK하이닉스가 유리
경쟁자와의 공생 VS 지분 확보로 전략적 제휴까지, 삼성전자 선택은?

ARM 홈페이지. / 캡쳐=김성화 기자
ARM 홈페이지. / 캡쳐=김성화 기자

[뉴스워치= 김성화 기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한국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ARM과의 제휴를 공식적으로 논의할 계획임을 밝힘에 따라 ARM 인수전이 달아오를 분위기다. SK하이닉스 또한 앞서 ARM 인수를 고려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쪽 모두 인수를 추진한다면 금액보다는 독과점 회피가 관건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 대변인은 "손정의 회장이 삼성전자와 ARM에 대한 전략적 제휴를 논의할 예정으로 이번 한국 방문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컨퍼런스콜을 통해 “3년 내 의미 있는 M&A를 진행할 것”이라 밝혔지만 코로나19와 이재용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이재용 부회장이 광복절 특사로 사면됨에 따라 책임경영에 나설 수 있고, 적극적으로 M&A를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었다.

올해 1월 출시한 삼성전자 엑시노스 2200. / 사진=삼성전자
올해 1월 출시한 삼성전자 엑시노스 2200. / 사진=삼성전자

특히 ARM은 삼성전자에게 부족한 반도체 설계 기술을 채워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매물이다. ARM은 AP 제조사에 설계도면을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애플과 퀄컴, 삼성전자 등이 자체적으로 최적화해 AP를 제작한다. ARM의 AP 설계 시장 점유율은 90%로 알려져 있다.

특히 삼성전자로서는 자체 개발한 AP 엑시노스 시리즈가 시장에서 생각보다 좋지 못한 반응을 얻는 사이, 애플에서 ‘갓성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AP를 향상시킨 제품을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장착하고 있어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엑시노스 2200이 탑재된 갤럭시 S22의 벤치마크 점수는 싱글코어 기준 1073, 멀티코어 기준 3389점이며 A15가 탑재된 아이폰 13은 각각 1738과 4766점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3월 30일 SK하이닉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정호 부회장은 "ARM 인수를 다른 기업과 컨소시엄을 이뤄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사진=SK하이닉스
지난 3월 30일 SK하이닉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정호 부회장은 "ARM 인수를 다른 기업과 컨소시엄을 이뤄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로서는 ARM 인수가 메모리 반도체에 치중된 사업을 다변화할 수 있는 기회다. 또한 최근 키파운드리를 인수하며 강화중인 파운드리 사업을 확장하는데도 ARM 인수가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ARM 몸값은 현재 약 5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여겨지며, 인수전이 뜨거워질 경우 삼성전자가 유리하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이익잉여금이 199조원, SK하이닉스는 59조원을 보유 중이다.

문제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나 혼자서는 ARM을 인수하는 게 어렵다는 점이다. 앞서 ARM 인수를 시도했던 엔비디아에 대해 영국 CMA(경쟁시장청)는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공정경쟁 문제를 불러 일으킬 것”이라 지적하는가 하면, 미국 FTC오 '불법적인 수직 결합'이라며 “칩 설계도를 제공하는 ARM과 이를 공급받아 칩을 생산하는 엔비디아의 결합은 다음 세대 기술의 경쟁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보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인수 시도가 이와 크게 다를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이에 따라 퀄컴, 미디어텍 또는 인텔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그런 점에서 현재 메모리 반도체 제조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설계부터 제조, 파운드리까지 영위하는 삼성전자보다 컨소시엄을 구성하기 유리하며 독과점에 대한 우려도 낮다.

삼성전자로서는 완전 인수보다는 이번 기회를 통해 지분을 확보하며 전략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걸 우선으로 추진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나 퀄컴과도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경쟁자와의 공생이 소프트뱅크 또는 ARM과 1대 1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것보다 크게 나은 점은 없어 보인다.

차라리 ARM 지분 일부를 확보하면서 다른 매물을 찾아보는 게 삼성전자 미래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자동차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과 전력반도체(PMIC)를 만드는 독일의 인피니언이나 네덜란드의 NXP를 노릴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아직 절대적 우위에 선 기업이 없어 경쟁을 할만 하다는 점과 하만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점이 ARM 인수보다 더 장점으로 여겨진다.

김성화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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