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이 다가왔다. 그리고 어김없이 물가는 폭등했고 어김없이 국민의 근심과 걱정은 높아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지난 9월 8일 고랭지 배추 도매가격은 10㎏에 3만 8800원으로 1년 전보다 191.1% 올랐고 사과 도매가격도 전년 대비 19.8% 오르는 등 제사 관련 물품의 값이 크게 올랐다고 밝혔다.

그런데 올해 추석을 맞이하는 서민의 고통은 그 어느 때 보다 큰 것 같다. 올해는 금리의 폭등이 함께 일어났다. 소득은 그대로인데 고정지출은 배로 늘어났다. 근심이 없는 가정은 극히 일부 상류층뿐이 아닐까 싶다.

지난 정부는 말기부터 부동산가격의 폭등을 막는답시고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금리 인상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이번엔 미국의 금리 인상에 선제 대응을 한다고 했다. 그런데 한국이 금리를 올리면 환율은 오히려 더욱 올랐다. 1달러를 사기 위한 한국 돈의 액수는 점점 켜졌다. 거대 자본과 투기꾼들은 달러의 가격이 오를 거로 생각하고 연일 달러를 바꾸어 미국에 투자한다.

그러면 물가는 잡혔는가? 유감스럽게도 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은행도 같은 날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올 1∼6월 중 환율 상승이 국내 소비자물가를 0.4%포인트 높인 것으로 추산했다. 물가, 금리, 환율의 3박자가 한국 정부의 기대와 다르게 움직여 온 것이다.

이쯤 되면 정부의 금리, 환율, 물가 정책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간 정부는 금리를 조정하여 물가와 환율을 낮추려고 하였다. 그러나 현실은 그러하지 않았다. 금리를 올려도 물가도 환율도 내리지 않았다. 공급 부족과 기축통화국의 금리정책은 한국의 금리 인상과 무관하게 움직였다. 통화 외적 요소가 원인이 된 상황에서 한국의 통화주의 정책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1912~2006)은 통화주의(monetarism)를 제창하였고 1970년대 이후 미시경제학과 더불어 주류경제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경제학자이다. 통화주의는 화폐 가치 안정을 경제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정부의 시장 개입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인플레이션의 주원인을 통화량 팽창이라 생각하였다. 프리드먼은 정부(중앙은행)가 할 일은 경제성장률에 맞춰 통화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라며, 매년 3~5%의 고정된 비율로 통화공급량을 늘리도록 법률로 정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통화주의자는 통화의 조절에 온 신경을 다 쓴다. 그러나 2008년 이후 급속한 통화량 팽창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자, 통화량과 인플레이션이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상관관계에 불과한 것인지에 대해 회의가 일어났다.

프리드먼의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신자유주의 바람이 불어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은 통화주의 정책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처참한 실패로 끝났고 이제 통화주의는 한계가 있는 이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프리드먼과 그 제자들이 활약한 칠레는 생산의 급감과 임금의 하락, 실업률의 급증을 가져왔다. 미국의 금융은 우리가 잘 알다시피 서브프라임과 신용부도스와프(CDS) 사태로 이어졌다. 결국, 신자유주의는 이제 한계를 드러냈다.

한국에서도 많은 경제학도가 미국에 유학하며 프리드먼의 이론을 배웠다. 신자유주의의 열풍도 거셌다. 1980년대 중반 민주화에 따른 비용급증을 계기로 전국 공업단지의 공동화가 진행되었고 이때 경제학자들은 선진국 기업들의 이윤 극대화와 개발도상국들의 일자리 확대를 들어 무한경쟁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했다. 그러나 이익 대부분은 극소수 가진 자들에 집중되었을 뿐이다. 산업은 잘게 쪼개졌고 하청은 계속 늘어났다. 비정규직은 노동권을 박탈당했고 자영업자의 대부분은 임금노동자만도 못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노동력의 고용은 기업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생산성을 올리기 위해 인공지능 로봇 개발에 열을 올린다. 경제는 허리가 취약해졌고 국민은 내일에 대한 희망을 잃었다.

박성호 동덕여대교수
박성호 동덕여대교수

이제 한국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새로운 한국의 경제학이 필요하다. 통화정책도 필요하지만, 경제의 기본은 실물이다. 국민의 구매력을 늘리고 고용 관계를 합리적으로 맺으며,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등, 일단, 국민이 편할 수 있는 것을 중심으로 하나하나 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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