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추석을 앞두고 매해 되풀이되는 것이 있다. 바로 농산물 가격의 폭등이다. 올해도 변함없이 오른 농산물의 가격은 소비자의 애를 태우고 있으며 게다가 올해의 물가 폭등은 금리 폭등과 겹쳐 찾아오는 바람에 소비자인 국민은 정말 죽을 맛이다. 8월의 물가 상승률이 5%대로 오름폭이 둔화했다고는 하지만, 그간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데다가 환율의 폭등과 주가의 폭락으로 이미 얼어붙은 서민의 지갑은 좀체로 열리지 않는다.

특히 채소류의 폭등이 심해 언론을 보니 27.9%나 급등했다고 한다. 호박(83.2%), 배추(78.0%), 오이(69.2%), 파(48.9%) 등의 상승률이 높았으며 시금치는 아예 구매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물가의 폭등이 자주 구매하는 품목을 위주로 일어나 체감물가는 훨씬 더 높다.

그런데 이런 고물가 상황에서 쌀값은 내렸다. 소비자들은 반가워하면서도 농민은 어떻게 사느냐고 걱정한다. 정부는 농민들의 불안을 감소시키기 위해 올해 공공비축미 매입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고 한다. 2019년부터 공공비축미를 연간 35만t을 매입하던 것을 올해는 45만t으로 28.5%를 늘린다는 것이다. 공공비축용 쌀 매입 시작 시점도 보름 정도 앞당겼다고 한다. 사실 농산물 가격의 중심은 채솟값과 쌀값이다. 이 두 종류의 농산물은 오르면 걱정이지만 내려도 농민의 어려움과 직결되어 또 걱정이다.

농산물의 가격이 오르면 루머도 판을 친다. 2010년 채솟값 폭등 때는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진 2,500만 평의 농지 때문이라는 뜬 소문이 퍼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2012년부터 한동안 채솟값은 도리어 폭락하였고 그러자 이번에는 김치의 수입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하였다.

지금까지 채솟값의 폭등과 폭락은 거의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지금의 야당 지지자들은 채솟값의 폭등은 현 정부 때문이라고 하면서도 쌀값의 폭락은 농민들 생활고와 연결되어 그 또한 잘못이라고 한다. 여당 지지자들은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계속 채솟값은 폭등했었다고 한다. 채소가격을 두고도 내집단 외집단 편향이 일어나고 있다. 물론 지난 기사를 보면 농산물의 가격은 불안하였고, 채솟값이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였다는 사실은 금방 확인할 수 있다.

그럼 이처럼 매해 되풀이되다시피 하는 농산물의 가격을 안정시킬 방법은 없는 것일까? 어설프게나마 일단, 두 가지로 그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우리가 농산물 가격의 불안정성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 소위 바실리 레온티예프(Wassily Leontief) 등이 주장한 거미집 이론이다. 일반적인 재화의 경우 수요에 따라 공급이 조정되어 가격이 안정되지만, 농산물은 생산에 시간이 필요하므로 수요에 따른 즉각적인 공급의 조정이 불가능하고 이에 농산물의 가격은 폭등과 폭락을 반복한다는 이론이다. 이것이 수요 공급 곡선상에서는 거미집과 같은 형태를 그리며 균형 가격에 수렴되기 때문에 ‘거미집 이론’ 또는 ‘거미집 모형’으로 불린다.

이 이론은 현실을 매우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채소의 가격이 높으면 농부들은 너도나도 그 채소를 많이 재배하게 되어 수확 시기에 공급량이 수요량을 초과하게 되므로 가격이 급락하게 되고, 그러면 농부들을 다른 작물을 재배하게 되는데 그다음 수확기에는 그 채소의 공급량이 감소하여 시장에서는 다시 가격이 급등하게 된다.

문제는 농부가 파종기에 전체 채소 파종의 규모를 모르기 때문에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전체 농가의 파종 규모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 농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면 수확기의 공급 규모도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하고 이에 따라 가격의 폭등과 폭락도 제어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공급의 가격탄력성을 수요의 가격탄력성보다 작게 할 수 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균형으로 접근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는 기후 환경에 대한 정보의 제공이다. 최근의 한국의 기후는 이전과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해마다 봄 가뭄에, 집중 폭우가 반복되고 있다. 지금처럼 기후의 변화에 무방비한 상태로는 더는 어렵다. 이에 대한 정보와 시설 보완 등 대처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박성호 동덕여대교수
박성호 동덕여대교수

농산물 가격의 심한 변동은 서민과 농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삶을 궁핍으로 몰아간다. 어서 좋은 대책이 마련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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