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안타까운 죽음 앞에 온 국민이 착잡한 심정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또다시 불거진 복지 사각지대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느끼며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국민의 힘에서는 보건복지위원회를 중심으로 ‘사회보장급여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여, 이번 수원 세 모녀 사건처럼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실거주지가 다르더라도 사회보장급여를 신청해 일정 기간 급여를 수급할 수 있도록 만든다고 한다. 또 윤석열 정부는 주거지 미상인 위기가구에 대해 경찰청이 실종자 가출자를 찾을 때 처럼 소재 파악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국가의 손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더 이상 외롭고 고독하게 인생을 마감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정치권과 정부의 발 빠른 대처와 위기의식은 바람직하다. 조금이라도 더 촘촘한 사회 안전망 속에서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위기가구의 ‘발굴’은 좋지만, ‘소재 파악’까지 국가가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이 사회의 숙제로 남은 듯하다. 이번 수원 세모녀 사건처럼 스스로가 빚 독촉이나 개인적인 문제로 주거지를 옮기고 숨어지내는 경우, 경찰이 소재 파악에 나선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 개인 주거의 자유나 개인정보 보호법과 같은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고, 국가의 세금 및 사회 복지 인력 부족 문제도 현실적으로 심각하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심정으로 이러한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뭐든지 해야겠다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이럴 때 일수록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잘못된 복지 방향 설정으로 국가적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

복지 서비스를 본인이 신청 해야만 받을 수 있는 ‘신청주의’에서, 국가가 위기 가구를 직접 발굴하여 찾아가는 서비스인 ‘발굴주의’로 가자는 것에는 찬성한다. 이를 위해 국가는 2005년부터 약 36개의 정보 데이터를 동원하여 공과금이 3개월치 미납되었다거나 각종 징후들을 종합하여 위기가구를 발굴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이렇듯 조사된 위기가구는 약 50만 가구가 넘는다고 한다. 노인, 희귀병 환자, 가장 상실, 극심한 생활고 등 의 이유로 인생의 벼랑 끝에 서게 되었지만, 국가 복지 서비스에 대해 무지하여 그 손길을 놓치고 있다면 국가가 찾아가는 서비스로 그 손길을 이어준다는 취지다. 빚 독촉으로 숨어다니며 살며 거주지가 불안정한 경우는 이번 사회보장급여법이 개정되면 본인이 신청을 하면 주소지 문제를 뛰어넘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될 듯 보인다.

문제는 이 ‘발굴주의’를 넘어 스스로 숨어버린 이들에 대한 ‘소재 파악’에까지 들어갈 경우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두 달만 해도 위기가구로 발굴되었지만 소재 파악이 안 된 증발가구가 약 1200 가구가 된다고 한다. 이러한 가구들을 일일이 경찰과 지역 사회복지사가 투입되어 소재를 파악할 때까지 재방문하고 수색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부득이한 개인 사유로 인해 주소지를 계속 옮겨 다니고 밝힐 수 없다면, 본인이 신청 할 경우 주소지가 달라도 복지 혜택을 볼 수 있게 해 주는 선에서 그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아동 학대 가정의 경우에는 그 가구의 소재 파악과 문제 해결을 위해 끝까지 재방문하는데, 이 경우에는 ‘아동’이라는 특이 사항 때문인 것이다.

정부가 앞으로 해야 하는 일은 사회보장급여법 개정으로 주소지 문제를 해결하여 더욱 촘촘하게 사회 안전망을 짜는 일과 더불어 기존의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의 오류를 개선하는 일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이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않아, 수원 세 모녀의 공과금 체납 데이터나 그 외 자료들이 제대로 지자체에 통보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인지,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검토되어야 한다. 정보취합의 종목을 36개에서 39개로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데이터의 취합과 통보와 같은 프로세스 점검도 꼭 필요하다. 끝으로 각 지자체는 ‘커뮤니티 케어’ 에 힘을 보태야 한다. 국가가 아무리 촘촘한 사회 안전망을 짠다고 하여도, 내 이웃이 서로 서로를 보살피는 ‘커뮤니티 케어’가 잘 이루어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인가구 40% 시대. 같이 사는 것보다 혼자 사는 것이 익숙해져가는 사회 풍토 속에 국가는 더욱더 촘촘하게 사각지대를 밝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손수조
손수조

◇ 장례지도사

◇ 차세대미래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전)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

※ 외부인사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