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모든 눈과 귀가 ‘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에 대해 뭐라 할 까’ 에 쏠렸다. 취임 100일 즈음하여 집권 여당의 대표가 대통령이 나를 보고 ‘이 새끼 저 새끼’ 했다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 대통령 발 ‘내부 총질 하는 당대표’라는 메시지도 공개 된 터였다. 그러나 이 사태에 대한 대통령의 반응은 어쩌면 모범답안이 있는 상황. ‘민생’ 과 ‘일’을 들먹이며, 그 판에 말려들지 말고 선을 긋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역시나 윤석열 대통령의 반응은 모범답안 그대로였다. ‘민생과 국민의 안전을 돌보느라, 다른 정치인의 발언은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는 것이었다. 본인은 일하는 대통령으로, 이준석 대표는 쓸데없이 정쟁이나 일삼는 정치인으로 치부해버리며 제대로 한 방 먹였다. 매우 정치적으로 준비된 멘트였다. 절대 윤대통령 본인의 워딩은 아니었으리라 본다.

이준석 대표는 이에 대응해 ‘정당 민주주의에 신경 쓰느라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신경 못썼다’ 며 응수했지만 명분이 빈약해보였다. 당대표의 정당 민주주의라는 것이 대통령의 먹고 사는 문제 해결보다는 그리 와 닿지 않기 때문 일 것이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권은 그토록 바쁘게 우리들의 먹고 사는 문제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 지지율은 왜 반토막인 것일까. 문재인 정권의 소주성 폐지, 탈원전 폐지, 종전 선언 폐지 등 그간의 정권들을 제대로 돌려놓느라 바빴다는 윤석열 대통령은 많은 국민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100일 동안 많은 일을 하고 있었다. 물론 아직 100일 남짓의 시간은 피부에 와 닿는 성과가 나오기에는 이르다. 정치는 처음이라 정무 감각이 다소 떨어지는 대통령이 민생 챙기기에 이리도 몰두하였다면, 그 대통령을 보좌하는 정치 영역에서 지지율을 견인 해 주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보좌진의 실패. 홍보 영역의 실패라 할 수 있다.

베테랑 정치인도 아슬 아슬 한 것이 바로 언론 대응이다. 아무리 뛰어난 정무적 감각이 있더라도 내가 내뱉는 말과 작은 몸짓 하나 하나가 어떻게 언론을 통해 대중들에게 전달될지는 쉽게 예측하기 힘들다. 그런데 선뜻 ‘도어스테핑’을 시도한 윤석열 대통령은 그 취지는 좋았으나, 역시나 그것이 하나 하나 발목을 잡아 지지율을 갉아 먹고 있다. ‘나는 지지율 신경 안 쓴다’ ‘지난 정권 때 잘 한 것이 있느냐’ ‘대통령이 처음이다’ 등의 발언들은 논란에 논란을 낳았고 아무리 열심히 민생을 위해 일을 하고, 지난 정권의 잘못된 방향을 돌려세우려 애씀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을 급락시켰다. 인사 실패와 당내 분란은 정도의 차이만 있지 어느 정권 때나 마찬가지였다. 지지율의 급락은 누구 탓 할 것 없이 대통령 본인과 대통령 실의 책임이다.

이준석 전 대표가 울먹이는 기자회견을 마치자, 정치권의 여러 선배 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한 말이 있다. ‘나 라고 그 때 억울하지 않고, 나 라고 할 말이 없었겠느냐’ 하는 것이다. 많은 정치인들이 할 말 다 하지 못하고, 억울한 일들 겪으며 울고 싶은 심정으로 지내나 보다. 내 의도와 다르게 왜곡되고, 내 진심보다는 오해들이 쌓이는 곳. 울음과 말을 참아야 일이 정리가 되는 곳. 이 곳 정치판의 생리인 듯하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나는 이렇게 열심히 일 하고 있는데, 국민들은 도대체 왜 못 알아주나? 주변 정치인들은 왜 쓸데없는 정쟁만 일삼을까?’ 생각 할 지도 모르겠다. 대통령도 정치인이라는 것을 인정하자. 그래서 정치적 언어를 배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도어스테핑을 해도 소통하고자 하는 그 진심은 묻히고, 본의 아니게 정쟁만 부추기는 꼴이 될 것이다. 일만 열심히 하고 정치는 하지 않는 대통령이고 싶겠지만, 작금의 대한민국 정치 환경은 절대 대통령을 그렇게만 두지 않는다. 정치적인 대통령이 가장 일 잘하는 대통령이 되는 아이러니 한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더 나은 일이다.

손수조
손수조

◇ 장례지도사

◇ 차세대미래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전)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

※ 외부인사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