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통령·펠로시 의장과 전화통화, 김진표 국회의장· 펠로시 의장 회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 국회를 방문,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담한 뒤 열린 공동언론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국회사진기자단]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 국회를 방문,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담한 뒤 열린 공동언론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국회사진기자단]

[뉴스워치= 한수지 기자]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한국을 방문했다. 미국 하원의장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지난 2002년 데니스 해스터트 의장의 방한 이후 20년 만이다.

펠로시 의장은 대만 방문을 마치고 지난 3일 밤 9시 26분께 미국 하원의원 대표단이 탑승한 C-40C 전용기를 타고 경기 오산 미 공군기지를 통해 한국에 도착했다.

앞서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하면서 중국이 대만 인근 무력 시위를 예고하는 등 미중 간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펠로시 의장이 한국을 방문하면서 그의 행보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펠로시 의장은 4일 오전 국회를 방문해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회담 일정을 소화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오전 11시 55분부터 1시간 10여분 동안 진행됐다.

양측은 회담 후 공동 언론 발표를 통해 북핵 문제와 관련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확장된 대북 억지력을 바탕으로 국제 협력 및 외교적 대화를 통해 실질적인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양국 정부의 노력을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대통령·펠로시 의장 면담 불발, 의전 문제’ 놓고 논란

펠로시 의장이 방한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의 면담이 이뤄지지 못한 것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의전 홀대 논란까지 불거졌다. 휴가 중인 윤 대통령은 이날 펠로시 의장을 만나는 대신 서초동 자택에서 약 40분간 전화 통화만 가졌다.

그러나 보수진영에서까지 윤 대통령이 미 의회 1인자인 펠로시 의장을 만났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동맹국 미국의 의회 1인자가 방한했는데 대통령이 만나지 않는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미국의 상·하원 의원, 국무장관, 국방장관 등이 방한해도 역대 우리 대통령들은 대부분 이들을 만났다”고 강조했다.

유 전 의원은 “격을 따지지 않고 만난 것은 그만큼 한미동맹이 중요했고 이들의 역할이 중요했기 때문”이라며 “그런 중요한 인물이 한국을 방문하는데 서울에 있는 대통령이 만나지도 않는다? 휴가 중이라는 건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라 외교적 부담을 느낄 수도 있지만 대만 방문과 한국 방문은 별개의 문제”라며 “대통령이 휴가 중이라도 국익을 위해 미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이와는 다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휴가 중이어서 만나지 않는다는 것은 궁색한 변명”이라면서도 “미국이 중국과 상당한 마찰을 빚고 방한하는 것인 만큼 (윤 대통령이)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아도 크게 문제는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신경민 전 민주당 의원은 YTN에서 “이 정권은 입만 열면 한미동맹 얘기하는 정권이다. 그러니까 (윤 대통령이)더 만나야 된다”며 “펠로시 의장은 미국에서 대단한 사람이고 바이든하고 새벽에도 한밤중에도 전화통화할 수 있는 권력자다. 지금 외교라인, 안보라인 쪽이 이거 다 책임져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최영범 홍보수석비서관은 브리핑에서 “펠로시 하원의장 방한과 윤 대통령 휴가 일정이 겹쳐 예방 일정을 잡기 어렵다고 미국 측에 사전에 설명했고 펠로시 의장 측도 상황을 충분히 이해했다”며 “그렇지만 주요 동맹국 의회 수장이 방한한 만큼 직접 면담은 어렵더라도 전화로라도 인사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게 어떻겠느냐는 양국 의견 교환이 있어서 오늘 오후 서로 통화하기로 조율됐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펠로시 의장에 대한 ‘의전 홀대’ 논란은 그가 입국할 당시 국내 의전 인력이 아무도 나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펠로시 의장의 공항 도착 시 한국 국회에서 아무도 의전을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미 하원의장은 우리로 치면 국회의장이기 때문에 의전 파트너는 정부가 아니라 당연히 국회”라며 “국회의장은 이 심각한 결례에 대해 펠로시 의장에게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회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펠로시 의장 측과 실무협의를 거쳐 공항에는 나가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최영범 홍보수석비서관은 브리핑에서 “일부 언론이 펠로시 의장의 공항 영접에 다소 소홀한 점이 있었다고 보도한 것은 사실과 다른 측면이 있다”며 “미국 측이 영접을 사양해 우리 국회 의전팀이 공항 영접까진 하진 않는 것으로 양측간 양해와 조율이 된 상황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 안은주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의전 논란과 관련해 “외국의 국회의장 등 의회 인사 방한에 대해서는 통상 우리 행정부 인사가 영접을 나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수지 기자 newswatch@newswatch.kr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