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교육부는 지난 7월 29일 대통령에게 보고한 업무계획에서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낮추겠다고 하였다. 2025년부터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춘다는 학제 개편안 발표에 대해 언론은 찬반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하지만 주위를 살펴보면 온통 반대 일색이다. 1949년 '교육법'이 제정된 이후 처음으로 바뀌는 대한민국의 학제 변경에 대한 소식은 시작부터 국민의 호응을 받지 못한 채 이렇게 발표되었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낮춤으로써 얻게 되는 이익도 있을 것이고 부작용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익이 커서 부작용을 상쇄하든가 부작용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 정책은 전혀 그러하질 못했다는 점이다.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영유아와 초등학교 시기가(성인기보다) 교육에 투자했을 때 효과가 16배 더 나온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취학연령 하향은)사회적 약자도 빨리 공교육으로 들어와서 공부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추진 배경을 밝혔지만, 필자가 보기엔 근거 없는 일부 학자들의 의견일 뿐이다.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38개 회원국 중 한국을 포함한 26개국(68.4%)의 초등학교 입학 연령이 만 6세이며 다만, 호주·아일랜드 등 3개국은 5세, 영국은 4∼5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한다는 보도를 보니 한국의 초등학교 입학 연령은 지극히 일반적인 사례에 속하고 있다. 다만 프랑스나 이스라엘, 헝가리, 멕시코 등 일부 국가처럼 유치원부터 의무교육으로 지정해 더 이른 나이부터 시작하는 나라가 있을 뿐이다.

교육부는 아이들의 지적 능력이 높아지고 전달 기간도 빨라져 현재 12년간의 교육 내용이 10년 정도면 충분하다고도 설명했지만, 여전히 대학입시는 어렵고, 게다가 사교육이 대부분 이를 감당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노동인구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취학연령 하향으로 노동시장 진입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우리의 현실은 청년실업에 비싼 등록금으로 적지 않은 부채를 지닌 대학 졸업자들이 노동시장에 대책 없이 진입하고 있다.

입학 연령의 1년 하향으로 특정 시점의 학생이 두 배까지 늘어날 텐데 교사 수급 문제라든지, 교실 증설 문제, 급식, 기타 여러 문제가 발생할 것이며 가뜩이나 사교육이 판을 치는 가운데, 이들의 입시경쟁은 가혹하리만큼 참혹해질 것이다. 이들이 취업할 때쯤이면 중소기업의 열악함과 그렇지 않아도 외국에 공장을 짓고 국내 청년 고용에 무능한 대기업의 그간 행태로 볼 때 아마 이 세상은 지옥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게다가 유치원들은 존립의 문제를 걱정해야 하고 이에 종사하는 인력의 대량실업 사태에 대한 대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산업 인력 공급 차원에서 입학 연령의 하향을 생각했다면 그 이전에 이에 해당하는 아이들의 교육적·경제적 피해와 손실에 대한 대책이 먼저 수립되어야 한다. 그리고 갑자기 입학하게 됨으로써 이에 해당하는 아이들의 부작용과 스트레스에 대한 해결방안도 나와 있어야 한다.

조기 취학이 현실화하면 이들은 영유아 단계부터 선행학습을 시작하게 되어 이른바 과잉 사교육 열풍이 불어닥칠 것도 충분히 예상된다. 지금도 가뜩이나 불필요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아이들을 그만큼 일찍 사교육 경쟁에 몰아넣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다.

게다가 입학 연령을 1년 앞당기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대입정원을 대폭 확대하지 않는 한 그해 대입에서 그만큼의 수는 재수를 하게 될 것이다. 취업의 문을 대폭 확대하지 못하면 그만큼의 수는 다만 실업자군에 포함될 뿐이다. 이들의 청춘은 가혹한 경쟁의 소용돌이에서 고통받게 될 뿐이다. 청춘은 리필되지 않는다. 이를 어떻게 보상하려는가?

박성호 동덕여대교수
박성호 동덕여대교수

현재 우리의 교육 문제에 교육부가 관심을 쏟을 게 고작 입학 연령을 낮추는 것일까? 교육의 정상화, 경쟁의 감소, 대학입시의 정상화, 사교육 문제의 해결 등등 국민이 원하는 문제들은 너무나 많다, 이때 왜 이런 뜬금없는 정책을 발표해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불편하게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 외부인사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