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4조5000억원, SK하이닉스 1조5000억원 재고자산 증가
"안정적 제품 공급" 이유로 들었지만…고객사 기재고 소진 우선, 수요 불확실성 확산
'가격' 중심 영업 기조는 유지…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등 서버, 아이폰 14 모바일 수요 기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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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치= 김성화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재고 수준을 높였다. 상반기 공급망 이슈에 대응해 하반기 차질 없는 납품을 위해서다. 하지만 하반기 수요를 장담할 수 없는 가운데 고객사들도 기재고분을 우선적으로 소진한다는 계획이라 하반기 수급균형을 맞추는 게 관건으로 보인다.

지난 2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2분기 재고자산은 약 52조원으로 1분기 말 47조5907억원 대비 약 4조5000억원이 늘었다.

또 지난 27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말 재고자산이 11조8790억원으로 1분기 말 대비 약 1조5000억원이 증가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SK하이닉스에 대해 "출하를 예상대비 줄이면서 결과적 으로 재고 부담이 더 높아졌다는 점이 부담"이라며 "6 월말 재고자산은 1 년 전 대비 무려 91% 증가 한 11조9000억원, 재고자산 회전기간도 145일로 역대 최고를 기록해 이는 경쟁사 마이크론의 116 일에 비해 25%나 높은 수준이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매출 및 재고 증가율. / 사진=유진투자증권
SK하이닉스 매출 및 재고 증가율. / 사진=유진투자증권

삼성전자는 수요 둔화보다는 하반기를 대비한 선제적 재고 확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주요 공급사와 긴밀한 협력 통해 핵심부품 중심으로 재고 확보”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일부 지역 봉쇄 조치 등 공급망 이슈가 심화된 상황을 감안해서 재고 보유를 확대했고, 이는 지난 상반기 안정적 제품 공급의 핵심요인 중 하나”라 말했다.

SK하이닉스 또한 “전 응용별로 고객사 재고가 올라간 것은 맞다”며 “다만 제품별로 보면 정도 차이도 있고, 그런 부분에서 재고가 운영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춰서 운영 중이다”고 말했다.

또 SK하이닉스는 “원래 계획했던 출하량 목표가 낮아졌음에도 메모리 업종이 이미 투자된 설비투자와 생산시설에서 생산되는 물량 자체를 줄일 수 없다”며 “지난 몇 십 년간 메모리가 여러가지 위험을 겪어왔던 요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생산량을 갑작스레 줄이는 건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또한 삼성전자는 “하반기에는 세트 수요 약세, 고객사 재고 조정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기는 하다”고 말했으며 SK하이닉스는 “경기 침체를 우려한 기업들의 비용 절감과 투자 축소로 고객들이 보유하고 있는 재고를 우선 소진하려는 움직임이 예상”된다고 밝혀 재고 소진이 쉽지 않을 듯 하다.

2022년 2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위) 및 SK하이닉스(아래) 자산 현황. / 사진=각 사
2022년 2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위) 및 SK하이닉스(아래) 자산 현황. / 사진=각 사

늘어난 재고에도 좋은 실적을 거두기 위해선 수요가 뒷받침돼야 하지만 전망은 좋지 않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PC와 스마트폰 출하량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9.2%, -4.4%에서 -19.2%, -7.9%로 하향 조정했다. 이를 감안한 올해 DRAM 수요 증감률 전망치 역시 기존 14.0%에서 11.3%로 하향했다.

송명섭 연구원은 “올해 DRAM 업계 생산 증가율이 10%대 중후반 수준으로 추정되므로, 생산 증가율과 수요 증가율의 차이만큼 DRAM 업체들의 재고는 당분간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며 "여전히 고객들의 재고 정리가 진행 중일 4분기에 이렇게 출하량이 급증하기 위해서는 4분기 평균판매단가가 크게 인하돼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 또한 “메모리 재고는 현재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판가의 급락은 주로 가수요의 증발(중복주문 취소) 또는 재고처리 경쟁에서 발생하는데, 올해 3분기 판가가 전분기 대비 12% 내외로 하락하고 난 뒤 4분기는 후자에 해당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응은 꾸준하게 내세우는 물량이 아닌 가격 중심 영업 기조다.

삼성전자는 “현재는 지나친 낙관론이나 비관론보다 다각도로 여러 요소 점검하면서 유연하게 대처하려고 하고 있다”며 “고객과 협력을 바탕으로 재고정책을 유연하게 가져갈 것이고 다양한 라인업으로 시장 변화 면밀히 모니터하면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공급정책을 전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좀 더 분명한 어조를 보였다. SK하이닉스는 “고객사 재고가 높아진 상황에서 무리하게 고객들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그럼으로써 시장에 여러가지 어려움을 주는 그런 식의 판매는 지양하려고 하고 있다”며 “D램은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고 다음 세대 기술로 가기 위해선 D램 수익성이 중요하기 때문 당연히 수익성 포커스로 갈 것이며 낸드는 시장 빗그로스를 넘어서는 마켓 셰어 드리븐 형태의 전략을 가져가겠다는 건 아니라 수익성을 유지하는 기조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걸 우선순위로 가겠다는 말이다”고 설명했다.

당장 기댈 곳은 메모리 반도체 업계 뉴노멀을 이끌고 있는 서버 수요다. 특히 미국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 뉴타닉스가 발간한 '2020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인덱스'에 따르면 2025년까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전환이 37%P 증가할 것이라 보고 있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는 두 가지 이상의 클라우드 환경을 혼합한 형태를 말한다.

SK하이닉스는 “개별 기업들의 경우 온-프레미스(자체적으로 보유한 전산실 서버에 직접 설치해 운영하는 방식) 투자를 줄이는 대신에 클라우드 서비스 활용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며 “결국 중장기적인 클라우드 성장은 지속되고,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향 메모리 수요는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하나 기대되는 부분은 상반기 둔화됐던 모바일 수요가 하반기에는 만회될 수 있다. 애플은 아이폰 14 시리즈, 삼성전자는 폴더블 신모델 출시가 예정돼 있다.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증권 연구원은 “현재 중국 시장에서 아이폰14의 선불금은 아이폰13보다 훨씬 높다"며 “하반기 부품 협력사와 위탁생산업체의 아이폰14 예상 출하량은 각각 1억대, 9천만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화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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