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이준석 대표가 이철규 의원을 향해 ‘대통령 잘못 모시는 사람 더 있다’ ‘별로 유명하지 않아서 조급한가보다’ 하며 상대방을 특정해서 조롱하는 발언을 또 했다. 이 발언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더구나 지금은 어쨌든 본인의 실수와 논란으로 당 윤리위에서 당원권 정지를 받고 자숙해야 할 상황 아닌가. 그냥 중앙정치는 손 떼고 정말 딱 6개월 간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는 없었나. 가만히만 있었어도 여론은 이준석의 한 많은 정치를 측은하게 여기는 쪽으로 흘러갔으리라 본다. 그간의 잦은 실수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이준석의 개혁 의지를 응원했고 당의 적폐된 안 좋은 관습들이 바뀔 수만 있다면 그 정도는 안고 갈 필요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치고받으며 우당탕탕 가지 않으면 절대 바뀔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고, 이준석 아니고는 그 저력과 기술을 가진 대체재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제 더 이상 정치인 이준석을 지지할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이해하고 안고 갈 수 있는 수준의 한계에 다다른 듯. 당원권 정지를 받고 여의도 중앙 바닥에서는 멀어져서 지방의 당원 민심을 듣는 것 까지 좋았다. 그렇게 하면서 본인을 돌아보고 반성의 시간을 가지길 바랐다. 어떻게 사람이 무조건 내가 다 옳고, 무조건 내가 맞을 수 있는가? 어떤 부분은 내가 좀 더 맞는 것 같고, 또 어떤 부분은 남의 말이 더 맞기도 하다. 때로는 고개를 숙여야 하는 때가 있고, 때로는 말을 삼켜야 하는 때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정신없이 앞만 보고 선거를 하고, 앞만 보고 정치를 할 때는 절대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물리적으로 그 환경에서 좀 멀어지고 시간을 가져야만 그 때의 내가 객관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준석 대표가 조금 시간을 갖길 바랐다.

조롱의 정치는 반감과 미움을 야기한다. 굳이 조롱하지 않아도 합리적으로 비판하며 잘못 된 것 지적하고 바로잡아 나갈 수 있다. 이준석 대표가 처음 인기를 얻은 것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비판으로 기존의 적폐 세력들과 싸워나갔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위트 있는 수준이었지 지금처럼 상대방을 무시하는 어투와 조롱하는 태도는 아니었다. 왜 상대방을 특정하여 조롱함으로써 원래 바로잡고자 하는 본연의 의미마저 퇴색하게 할까. 방법이 잘못되어도 한 참 잘못되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많은 방식으로 이준석 대표에게 지적했지만 그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말을 듣는 사람도 합리적 비판은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거를 건 걸러 듣지만, 조롱하고 무시하고 비웃는 말들은 가슴에 상처로 남고 미움과 증오의 불씨가 된다. 이것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하나 더 비분강개 하는 것은, 이때까지 이준석을 지지하고 따랐던 이른바 이핵관으로 분류된 여의도의 후배 정치인들은 앞으로 어쩌라는 것인가. 이준석 대표 혼자 그렇게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면, 함께 했던 정치인들이 점점 더 고립된다는 것을 모르는가. 그들에게도 어느 정도 자기 정치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내어주어야지, 언제까지 이준석 쉴드(방패)만 치게 할 것인가. 이준석 대표에게 선 긋고 돌아서면 배신자 프레임에 갇힐 것이고, 그렇다고 계속 옹호하기에는 대표 개인적인 신상의 문제로 현재 징계를 받고 당대표 자리도 비우지 않았나. 주변도 좀 돌아보고 상대의 기분과 처지는 어떨지 좀 생각해보길 바란다. 본인만 억울하고 본인만 힘든 게 아니지 않나. 많은 지지자들이 젊은 당대표의 개혁 돌풍을 지지한 것이지 이준석 아니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이준석이 없어도 당의 개혁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준석 대표의 정치적 감각. 반짝이는 아이디어. 냉철한 논리. 그리고 10년간 이 바닥에서 버틴 근성과 각종 선거들의 결과. 모든 것을 인정하고 존중한다. 그래서 정말 아까운 인재다. 하지만 지금의 조롱정치를 계속 반복하고 본인의 실수들을 반성하지 않는다면, 절대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없다. 이준석 대표를 향한 직언들이 모두 꼰대 적폐세력들의 고리타분한 말들이라 생각하는가. 이준석 대표를 비판하는 것은 모두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에게 줄을 대고 아첨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나도 이제 꼰대다. 당대표 당원권 정지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도 누군가를 욕하고, 누군가를 조롱하는 정치를 계속한다면 이것은 절대 내가 바라고 원하던 정치의 모습은 아니다. 필요악의 수준도 이제는 넘었다고 판단된다.

손수조
손수조

◇ 장례지도사

◇ 차세대미래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전)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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