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업계, 원유값 하락 받아들일 수 없어 ‘반발’
유업체, 우유가격 개편 이뤄지지 않을 시 협상 없을 것

[뉴스워치= 정호 기자] 우유 가격 협상이 불과 나흘을 앞두고 있음에도, 낙농업계와 농림축산식품부·유업계의 의견 차이가 계속되며 난항을 겪고 있다.

낙농업계 관계자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사진=한국낙농육우협회
낙농업계 관계자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사진=한국낙농육우협회

28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갈등의 발단이 된 것은 농림축산식품부의 ‘낙농산업 현황 및 제도 개편 방향’ 정책에 따른 낙농업계와 유업계의 의견 대립이다. 법안은 농가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마시는 용도와 가공 목적으로 나눠 가격을 차등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현행 제도는 올해 전망되는 우유 생산량 195만t 가운데, 190만t을 리터 당 1100원으로 구매하고 나머지 초과분 5만t을 리터 당 100원에 매입한다. 제도가 개편되면 원유 195만t을 모두 1100원으로 구매하고, 10만t을 가공 목적으로 리터 당 800원으로 변경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가공용 원료를 수입에 의지하고 있기에, 자급률 하락과 낙·농산업의 지속적인 위축이 제도 변경의 쟁점이라고 소개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낙농육우협회는 강원도지회·전남지회 등에서 계속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농가의 소득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에, 제도 개편에 대해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내전으로 인해 치솟은 사료 가격과 높아지는 물가에 따른 인건비 문제 등으로 생산비도 건질 수 없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치즈나 버터 등을 만드는 가공 목적의 우유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것이 현 상황에서 부담이 따른다고 강조했다.

지난 20일과 21일 농림축산식품부 김인중 차관 등은 낙농·축산협동조합장 간담회 및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통해 개편안을 두고 개편안에 대해 오해가 있다며 대화에 나서기도 했다. 기존 우유 구매량 190만t보다 더 많은 195만t의 우유를 기존 가격대로 구매하고, 가공 목적으로 추가로 더 많은 우유를 구매한다는 것이다.

이날 낙농가의 사료와 노동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특별사료구매자금의 금리 인하, 상환 기간 연장, 육성우 전문목장 등 대안책을 덧붙이기도 했다.

농식품부의 대화 시도에 한국낙농육우협회는 28일 정부 입장을 두고 낙농업계의 우려 사항 해소를 위한 추가 논의과제 및 의견 공문을 전달한 상태다.

28일 한국낙농육우협회는 “합의점을 찾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며 “도별 농식품부 설명회도 적극 참여해 정부안에 대한 현장 의견을 적극 제시하라는 지침을 협회 도지회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유업계와의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원유가격 협상은 우유 생산자 측 3명, 유업체 3명, 학계 인사 1명이 참여한 ‘원유 기본가격 조정 협상위원회’를 통해 이뤄진다. 유업계는 낙농업 제도 개편이 전제되지 않는 한 협상에 불참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에, 아직 협상위원회조차 꾸려지지 않았다.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우유 공급 문제까지 나오고 있다. 유가공업계 관계자는 원유를 저장할 수 있는 기한이 정해져 있기에 원유 납품이 거부되는 등 문제는 불거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원유를 저장하는 냉각기에 저장할 수 있는 우유의 양은 하루에서 이틀치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를 3일 이상 보관했을 시에는 전량 폐기해야 하며, 무단으로 폐기할 시에는 환경법에 저촉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정호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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