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수주 절벽 당시 감소했던 온실가스 매출량
카타르 프로젝트 등 수주 확대로 증가 추세…공장 가동률 아직 낮아
LNG, 메탄올, 전기 등 친환경 추진선 선두 기술 보유…친환경 연료 운반선도 적극 개발 중

[편집자 주] 지구온난화로 인해 최근 이상기후가 증가하면서 전세계적으로 국제사회는 ‘탄소중립’을 핵심가치로 내세워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해 국제적인 공동 대처를 이어가고 있다. 이미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실질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국가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탄소 배출을 강제로 제한하기 위해 각종 규제성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62~1982년 동안 연평균 국민총생산 성장률이 8.2%에 이르는 고도성장을 기록하면서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면서 눈부신 경제성장과 더불어 급속한 산업화를 완성했다.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어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이루었지만 철강·조선·화학 등 전통적인 굴뚝 산업들의 성장으로 인해 세계 국가별 탄소배출량(CO₂) 순위에서 9위에 랭크됐고 1인당 연간 탄소배출량에서는 6위로 순위가 올라가며 탄소 악당이란 오명을 썼다.

한국도 산업화를 거쳐 탈산업화(post-industrialization)가 진행되면서 지식·정보·서비스 산업이 경제활동의 중심적인 비중과 위상을 차지하게 되면서 ‘2050 탄소중립’에 동참하게 됐다. 하지만 우리가 오해하는 것이 있다. 탄소중립을 위해서 공장의 굴뚝을 막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개개인도 일상에서부터 산업의 모든 부분에서 탄소와 연계가 되어 있기 때문에 전부분에 걸쳐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뉴스워치>에서는 탄소 중립과 관련해 산업 전 분야에 걸쳐 탄소 중립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점검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세계 최초로 건조한 LNG추진 대형 컨테이너선의 시운전 모습. / 사진=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그룹이 세계 최초로 건조한 LNG추진 대형 컨테이너선의 시운전 모습. / 사진=한국조선해양

[뉴스워치= 김성화 기자] 조선업계 수주가 늘어나는 건 현대중공업그룹에게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긴 불황을 지나 다시금 도약을 할 수 있는 기회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친환경 기조에 맞춰 새로운 기술을 누구보다 빠르게 도입해야 하고 실적에 따라 움직이는 온실가스 배출량도 조절해야 하는 부담감이 작용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업계 최초 LNG 추진선 관련 ‘세계 최초’ 타이틀을 시작으로 시장을 선도하려는 중이다.

국가온실가스종합관리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52만3352이산화탄소상댱량톤(tCO2-eq)이다. 10년 전인 2011년 온실가스 배출량 101만tCO2-eq의 절반 수준에 가까운 수치다.

현대중공업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든 건 지난 2017년 4월 현대중공업을 현대로보틱스,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현대중공업 4개 회사로 분할한 영향도 있지만, 조선업계 침체가 더 큰 영향을 줬다.

현대중공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3년 94만tCO2-eq까지 줄어들다 2014년 107만tCO2-eq로 증가하긴 했지만 이후 꾸준히 감소 중이다. 특히 분할 전인 2016년에는 89만tCO2-eq로 5년 만에 11.8%가 감소했다.

한국조선해양 조선 계열사 온실가스 배출량. / 그래픽=김성화 기자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격하게 떨어진 2016년은 현대중공업 매출액도 하락하던 시기다. 현대중공업의 매출액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별도 재무제표 기준 23~25조원 사이를 유지했지만 2016년에는 19조원으로 20% 가량 떨어졌다.

다시 현대중공업 공장 가동률을 보면 2011년 96%에서 2014년 125%까지 꾸준히 증가하다 2016년 110%까지 낮아지는 시점이었다. 선박 인도 시점에 따라 반영되는 시점은 다르겠지만, 2014년을 정점으로 하락하는 추세는 배출량과 가동률이 같다.

특히 2016년은 앞선 수주물량도 털어내며 본격적인 조선업 불황 시기로 접어든 시점으로 보인다. 2014년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을 더한 수주량은 937만GT였지만 2016년에는 249만GT였다. 수주잔고는 2015년 말 40조원에서 2016년 말 26조원, 2017년 말 18조원으로 줄어 들었다.

현대중공업 부문 조선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도 약속이나 한 듯 2017년에 예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크게 감소했다. 현대미포조선은 2016년 16만tCO2-eq에서 11만tCO2-eq로, 현대삼호중공업은 같은 기간 26만tCO2-eq에서 18만tCO2-eq로 줄었다. 2017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최근 10년 기준 현대미포조선은 가장 낮으며, 현대삼호중공업은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현대중공업 온실가스 배출량 및 가동률. / 그래픽=김성화 기자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에 따르면 조선과 해양플랜트 부문 등을 합한 올해 1분기 말 수주 잔고는 44조원으로 늘어가고 있다. 이중 조선 부문 수주잔고는 39조원이다. 카타르 프로젝트 발주가 시작되면서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목표 수주금액의 99.4%를 이미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의 가동률은 60%대,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80%대로 예년보다 낮다. 수주가 늘어남에 따라 공장가동률이 상향되고 이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도 늘어날 게 분명해 보여 올해부터는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바닷길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건 친환경 선박을 이용하는 게 우선이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부문은 친환경 선박을 바탕으로 글로벌 조선업의 탄소중립 달성에 앞장서고 있다. 2018년 7월 세계 최초로 LNG 추진 대형 유조선을 인도했으며, 2020년 9월에는 세계 최초의 LNG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인도하는 등 LNG 관련 ‘세계 최초’ 타이틀을 잇달아 따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수주한 선박 총 221척 중 절반 가량을 이중연료엔진이 탑재된 친환경 선박으로 수주했다. 2025년 강력한 온실가스 배출규제인 에너지효율설계지수(EEDI) 3단계가 도입되면 LNG 추진선박으로의 전환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한국조선해양은 LNG 운반선 분야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 운반선 78척 가운데 68척(87%)을 수주한 가운데, 한국조선해양은 32척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엔진에 LNG 연료를 공급해주는 연료공급시스템, 외부 열유입으로 인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증발가스를 다시 액화시키는 재액화설비 등 LNG 운반선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기술을 두루 갖추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세계 최대 해운사 머스크로부터 메탄올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8척을 수주하는 데 성공하며 친환경 선박 포트폴리오를 더욱 다변화해가고 있다. 메탄올 추진선박은 수소 선박 상용화 이전 중간다리 역할을 할 친환경 연료로 각광받고 있다. 머스크로부터 수주한 선박에는 대형선으로는 세계 최초로 메탄올 연료 추진엔진이 탑재될 예정이다. 머스크는 이번 선박 발주로 기존에 운영하던 노후 컨테이너선을 일부 대체해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을 100만톤 가량 저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대표가 지난 1월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2’ 에서 개최된 현대중공업그룹 프레스컨퍼런스에서 그룹의 미래비전인 ‘Future Builder’를 소개하고 있다. / 사진=한국조선해양
정기선 HD현대 대표가 지난 1월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2’ 에서 개최된 현대중공업그룹 프레스컨퍼런스에서 그룹의 미래비전인 ‘Future Builder’를 소개하고 있다. / 사진=한국조선해양

한국조선해양은 독자기술로 전기추진 선박 건조에도 나서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이 2020년 7월 울산정보산업진흥원(UIPA)과 건조계약을 체결한 ICT융합 전기추진 스마트 선박은 오는 10월 인도돼 울산 장생포에서 고래바다여행선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해당 선박에는 직류 그리드(DC Grid) 기반 전기추진시스템, 이중연료 엔진, 지능형 통합제어시스템, 원격관제 스마트 솔루션 등 4가지 핵심 ICT융합 기술이 국내 최초로 적용된다.

한국조선해양은 화재와 폭발 위험이 전혀 없는 배터리를 활용한 차세대 전기추진선 개발에도 착수했다. 지난 1월 세계 최초로 바나듐 이온 배터리를 개발한 스탠다드에너지 사와 ‘바나듐 이온 배터리 기반의 차세대 선박용 ESS 솔루션 개발’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바나듐 이온 배터리는 물이 주성분인 전해액을 사용해 화재와 폭발 위험을 원천적으로 제거한 기술로, 외부 충격으로 인한 열 발생이 거의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탑재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출력이 2배 가까이 높고, 수명도 4배 이상 길다. 한국조선해양은 내년 상반기까지 바나듐이온 배터리 기반 선박용 MW급 ESS 솔루션을 개발해 해상 실증과 선급 승인을 추진하고, 차세대 전기추진선과 전력운송선의 기본 설계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암모니아선과 이산화탄소 운반선, 액화 수소 운반선 등 미래 친환경 선박에 대한 원천기술 확보도 빼놓을 수 없다. 암모니아는 연소 시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아 향후 LNG를 대체할 친환경 연료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9월 업계 최초로 한국선급(KR)으로부터 암모니아 연료공급시스템 개발에 대한 개념설계 기본인증(AIP)을 획득했다. 암모니아 연료 추진을 위한 핵심 기술인 연료공급시스템은 항해 중 자연 발생하는 암모니아 증발 가스를 활용해 배기가스 내 질소산화물을 제거하고, 잔여 증발 가스는 엔진 연료로 사용하는 고효율 친환경 설비다. 한국조선해양은 해당 시스템을 통해 암모니아 추진선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을 크게 저감해 IMO 규제(티어3)를 충족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5월 한국가스기술공사와 액화가스 분야 기술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수소·암모니아 분야 핵심 기술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협약을 통해 양사는 액화천연가스, 암모니아, 액화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관련 기술 협력 방안을 다방면으로 논의하고 핵심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특히 육‧해상 LNG 저장탱크와 재액화‧기화 설비 등의 엔지니어링 경험을 토대로 액화수소/암모니아 화물창, 저장탱크와 화물운영시스템 등 핵심 기술 개발에 협력하고, 기술 교류를 통해 향후 협력 분야를 구체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9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가스텍에 참가해 대형 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 대형 암모니아 추진·운반선, 액화수소 화물운영시스템, 중소형 LNG FSRU(부유식 가스저장, 재기화 설비) 등에 대한 선급과 기국의 기본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김성화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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