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오늘로 장마가 끝나고 드디어 푹푹 찌는 듯한 더위의 여름이 시작되었습니다. 작년에는 역대 최장기간인 54일 동안이나 장마가 이어졌는데, 올해도 긴 장마에 온난다습한 날씨가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더운 날씨가 지속하면 우리 몸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려고 땀을 흘리거나 혈관을 넓혀 에너지를 소모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몸에 쌓인 열을 밖으로 내보낼 수 없게 되면 자율신경계 조절이 잘되지 않아 위장장애, 식욕부진, 수면 부족, 두통, 발열 등의 증세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도요노우시노히(土用の丑の日) 月桂冠 공식블로그
도요노우시노히(土用の丑の日) 月桂冠 공식블로그

이로 인해 몸이 나른하고 입맛도 없고 몸도 찌뿌둥하면 우리는 흔히 ‘더위 먹었다’라고 합니다. 이와 비슷한 표현으로 일본에는 ‘나츠바테(夏バテ, なつバテ)’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츠바테(夏バテ)’는 여름 더위를 먹어 움직일 힘조차 없는 ‘상태’로 이 말은 여름을 의미하는 나츠(夏)에 하테루(はてる, 果てる)가 더해져 만들어졌습니다. 여기서 하테루(果てる)는 ① 이어지던 일이 거의 끝나가다. ② 기력을 읽고 죽다. ③ 어떤 일이 막다른 길에 다다르다. 등 어떤 것, 혹은 어떤 상태의 끝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요즘은 거꾸로 냉방병으로 고생하는 분들도 많은데 이 경우는 여름 대신 냉방을 사용하여 ‘레이보바테(冷房バテ)’라고 합니다.

일본은 보양식이라는 개념이 전혀 없는 나라지만, 더위를 이기기 위한 보양식은 있습니다. 바로 민물장어인 우나기(うなぎ, 鰻)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복날에 삼계탕을 먹는 것처럼 일본은 도요노우시노히(土用の丑の日, どようのうしのひ), 줄여서 ‘도요노히(土用の日)’에 장어덮밥을 먹습니다. ‘도요노히(土用の日)’의 ‘도요(土用)’는 오행(木・火・土・金・水) 중 흙 토(土)에 해당하는 날을 말합니다. 오행은 봄(木) 여름(火) 가을(金) 겨울(土)을 의미하는데, 나머지 하나 토(土)는 땅에 파종하여 싹이 나길 기다리듯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입춘(2.4), 입하(5.5), 입추(8.7), 입동(11.7)을 앞둔 18일간을 말한다고 합니다.

섬나라인 일본의 여름은 특히 견디기 힘듭니다. 그래서 4개의 ‘도요(土用)’ 중 입추가 오기 전 18일간만 ‘도요노히(土用の日)’로 지내고 있습니다. 올해의 입추가 8월 7일이니까 ‘도요’는 7월19일부터 8월 6일이고 이중 소의 날(丑の日)에 보양식 장어를 먹습니다. 올해는 7월 23일(土)과 8월 4일(木)이 소의 날로 바로 이날 장어를 먹습니다. 왜 우나기를 먹는지에 대해 정확한 설은 없지만, ‘소의 날’의 일본 발음이 ‘우시노히(うしのひ)’로 ‘우’자가 들어가기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합니다. 근대이전까지 일본은 육식을 금했습니다. 그러니 장어 외에는 스테미너식이 없었을 겁니다.

민물장어에 대한 기록은 8세기 ‘만엽집’에도 등장하지만, 장어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에도시대의 발명가이며 난학자인 히라가 겐나이(平賀源內(1728-1780)에 의해서라고 합니다. 장어가게를 하는 친구가 여름에 장어가 팔리지 않자 겐나이에게 여름에도 장어가 잘 팔릴 수 있는 아이디어를 부탁합니다. 그러자 겐나이는 장어집 간판에 ‘오늘은 우시노히’라는 전단을 붙여 이날은 우나기를 먹어야 한다고 선전했습니다. 그러자 친구의 장어가게는 에도의 핫플레이스가 되었고, 에도(현재 도쿄)에서 ‘우시노히’(소의 날)에 우나기를 먹는 것이 유행했다고 합니다.

우나기는 습한 늪지에 서식하는 물고기로 주로 도쿄에서만 잡혔습니다. 그 이야기는 교토와 오사카에서는 우나기를 잘 안 먹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우나기가 일본국민의 기호품으로 자리 잡은 것은 근대 이후지요. 어쨌든 장어든 삼계탕이든 잘 먹고 이 더운 여름을 무탈하게 보냈으면 합니다.

최유경 교수
최유경 교수

◆ 프로필

◇ 이화여자대학 졸업

◇ 오사카부립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 서울대, 성균관대 등 다수대학에서 강의

◇ 서울대인문학연구원, 명지대 연구교수, 학술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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