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저 사람들은 돈도 안 받고 왜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내가 두 번째 선거를 치르던 선거캠프에서 한 지인이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선거캠프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열심히 타자를 두드리고 있는 사람들. 열심히 전화 통화를 하는 사람들. 열심히 과일을 깎아가며 손님들을 응대하는 사람들. 그리고 빨간색 옷과 모자를 쓰고 피켓을 들고 땡볕에 서 있는 사람들. 돈 받는 사람들도 있다. 유급 선거사무원 몇 명 법적으로 쓸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자봉(자원봉사자)이다. 말만 자봉이고 뒤로 돈 받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정말 돈을 안 받고 일하는 사람도 있다. 그 중에는 나중에 당선되면 한 자리 받기 위함이고, 그렇지 않고 정말 이 나라를 위해 좋은 정치인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순수 자원봉사자도 있다.

선거 캠프를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대다수의 일반 사람들 눈에는 이 광경이 익숙지 않다. 선거라는 과정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필요한건지. 그렇다면 왜 정작 법적으로는 10명도 채 안 되는 사람만 유급 직원으로 쓸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당선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후보자 옆에서 밤낮 지새워가며 본인의 운명을 후보자와 함께 하는 사람들도 이상해보일 것이다. 필요한 사람을 공채로 뽑고 그 만큼 월급을 주고. 이렇게 기업처럼 수요 공급의 원칙에 맞게 하면 될 것을 정치는 왜 이렇게 비정상적인 구조로 이런 저런 논란을 만드는지 말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통령실 사적채용 논란을 따져보려면 우선 선거 제도를 들여다보아야 하고, 기업과 다른 정치의 세계를 보는 조금 다른 시야가 필요하다.

정치는 가치실현의 영역이다. 돈 벌려고 취직하는 것과 다르다. 이 나라와 사회가 특정한 방향으로 바뀌기를 바라고, 그 일에 일조하는 것을 자신의 가치로 여기는 사람들이 정치를 한다. 시민단체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일반 취준생들이 기업에 취직하고, 변호사들이 시험을 보고, 공무원들이 공채를 거치는 것과 그 진입 경로가 다르다. 주로 선거를 도왔던 후보자가 국회의원에 당선 되면 비서직으로 가고, 대통령이 되면 청와대로 간다. 나랏일을 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니 공무원이 되는 것은 맞으나, 이들은 ‘별정직 공무원’ 이라는 것으로 일반 공무원과는 다르다. 일반 공무원은 우리가 알고 있는 공채를 통해 뽑힌 사람들로 ‘늘공(늘 공무원)’ 이다. 별정직으로 들어온 공무원은 ‘어공(어쩌다 공무원)’이다. 어공들은 어쩌다 되고 또 어쩌다 다 잘린다. 어공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 영국, 일본 세계 어디든 다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일고 있는 정치권 사적채용의 문제는 사적채용이 공적채용의 범주를 침해해서가 아니다. 국회의원 비서직, 대통령실 보좌직 등 이 사람들이 일반 공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논란의 핵심은 아무리 별정직이라 할지언정 그 선발의 방식이 투명하지 않았고 공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가 장제원 의원에게 압력을 넣었다” 는 이 권성동 의원의 솔직한 고백이 우리 사회에 돌을 던졌다. 그럼, 압력을 넣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리 대통령 선거에서 열심히 일했어도 청와대 못 들어가는 것인가. 다 열심히 했으면 다 똑같이 기회를 보장받아야지 왜 권성동 친구 아들이고 장제원 비서라는 이유로 더 특혜를 받아야 하는가. ‘어차리 별정직 공무원 채용이라 문제없다’라고 대응하는 것은 이 논란의 핵심을 아직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처사다.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한 번 청와대에서 일 해 보기를 꿈꾼다. 이것은 나이와 무관하고 성별과 무관하다. 이 나라를 움직이는 핵심 권력 안에서 본인의 역량을 펼쳐보는 것은 남녀노소 모두의 희망사항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권교체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선거 때는 아무 것도 안하다가 자리만 차지하는 것도 얌체다. 그리고 핵심 권력과 친하다고 특혜를 받는 것도 불공정이다. 4촌 이내 8촌 이내는 친인척이라는 이유로 인위적으로 막는 것도 역차별이다. 별정직 공무원의 선발 기준을 명확히 하고 그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 아무리 1000만원을 후원해도, 아무리 핵심 관계자가 압력을 넣는다 해도 그 선발기준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탈락이다. 그 선발과정이 다 공개된다 해도 떳떳할 수 있는 친인척이라면 합격이다. 지금 논란의 핵심은 이 기준과 과정에 대한 이야기인데, 마음을 상하게 해서 미안하다는 사과를 해 봤자 무슨 의미가 있나.

손수조
손수조

◇ 장례지도사

◇ 차세대미래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전)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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