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얼마 전 영화 <헤어질 결심>에 삽입된, 이제는 원로가수들인 송창식, 정훈희씨가 부른 안개라는 노래를 들었다. 노래 중반에 가수 송창식이 화음으로 ‘안개 속에’라는 구절을 반복하는데, 필자는 그 절묘한 화음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이 부분이 노래 전체의 의미를 가장 잘 살리고 있는 부분 중 하나가 아니냐는 생각마저 들었다. <헤어질 결심>은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감독상을 수상해 이미 유명해진 영화로 흥행에도 성공한 작품이라고 알고 있다.

유감스럽게 필자는 아직 이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영화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한 형사가 그 사망자의 아내를 만나 수사를 진행하면서 호기심, 동질감을 느끼고, 형사와 용의자라는 관계에서 시작한 두 사람이 갖게 된 미묘하고 팽팽한 감정 흐름과 그 속에서 생겨나는 헤어질 결심을 섬세하게 그린 수작이라 알고 있다. 사실 인생을 살아오면서 헤어질 결심을 안 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심을 둘러싼 고통과 불안, 걱정들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헤어진다는 것은 당사자에게 커다란 아픔과 어려움을 남기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여당과 야당도 <헤어질 결심>을 하는 모양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헤어질 결심>의 상대는 당 대표와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고, 또한 젊은 정치인이다. 필자야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하지만 선거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당 대표의 선출을 앞둔 시점에서, 국민의힘은 당사자의 수사 중인 사건이, 더불어민주당은 당사자의 당 주류에 대한 비판이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가 싶다.

각 당의 이러한 행위는 지지율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기도 하다. 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물가상승과 금리 인상과 같은 국민 삶의 저하가 주된 원인이지만 각 당에 대한 지지율은 조금 다르다. 윤 대통령 취임 후부터 가장 최근까지 한국갤럽 정당 지지율의 추이를 볼 때 국민의힘은 같은 기간 7%포인트 하락했고, 더불어민주당은 2%포인트 상승에 그쳤으며 정의당은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여당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이 반사 이익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특기할 만하다. 같은 기간 무당층 남성은 6%포인트, 여성은 4%포인트 오른 것으로 나타나 국민의힘 이탈층은 대부분 무당층으로 이동한 것이다. 특히 자영업자들의 무당층 이동이 두드러졌는데 같은 기간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지지했던 자영업자는 각각 8%포인트와 10%포인트 감소했지만 무당층 자영업자는 17%포인트 급등했다고 한다. 언론은, 이들의 선택은 그간 양당이 모두 민생 문제와 관련해 소홀하고 게다가 이들의 대안 제시 능력도 떨어진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한다.

어찌 되었든 지난 선거에 2030의 표심을 얻기 위해 젊은이들을 중용하여 상당한 효과를 본 정당이 한결같이 이들과 <헤어질 결심>을 굳힌 모습은 과히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이들에 대한 비판 중엔 대중의 공감을 받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명분이 전혀 없다면 일이 제대로 진행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패기가 있지만 그만큼 치기도 있다. 야망이 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있다. 그래서 젊은 정치인들에 대한 기성 정치인의 배려가 필요하다. 만약, 주변의 선배 정치인들이 이들에게 이권이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한 권모술수만을 보여준다면 이들은, 자칫 자신의 잘못은 부정하고 오로지 권력욕에 집착한 괴물로 성장할 소지가 크다. 때문에, 정당의 젊은 인재 수용은 이들의 성장을 담보할 당내 시스템을 전제하고 있어야 한다.

박성호 동덕여대교수
박성호 동덕여대교수

양당의 <헤어질 결심>은 양당 모두에게 적지 않은 상처를 남기리라 생각한다. 지지율은 답보하고 소수를 제외한 청년층의 영입도 어려워질 수 있다. 그리고 기성정당이 지녀야 할 책임성과 도덕성에도 상처를 줄 수 있다. 헤어진 사람은 안개 속에 홀로 길을 헤쳐나가야 한다. 그런데 그 길은 험난할 수도 있고, 답답할 수도 있다. 만약 각 정당이 지난 선거에, 그들 청년정치인의 역할이 상당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앞으로도 젊은 세대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면, 이렇게 만연히 <헤어질 결심>을 하는 것보다는 이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방도를 고민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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