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2022년 7월 8일, 오전 11시 30분경, 킨테츠(近鉄) 야마토 사이다이지(大和西大寺)역 부근에서 10일에 있을 참의원 선거를 위해 가두 연설하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왼쪽 흉부와 목에 총탄을 맞아 쓰러졌습니다. 12시 20분경, 심폐 정지 상태로 인근 나라((奈良))현립 의과대학 부속병원으로 후송됐는데요. 오후 1시 30분경 도쿄의 자택에 도착한 후 숨졌습니다. 향년 67세였습니다.

일본 법무성- 차분한 SNS 이용을
일본 법무성- 차분한 SNS 이용을

요미우리 신문 등 일본 각 신문사는 즉시 호외를 발행해 아베 씨가 총격 된 것을 알렸습니다. 아베 씨의 총격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직접 촬영한 현장 사진을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 올려 정보를 공유했습니다. 아베 씨가 쓰러지는 장면을 촬영한 자극적인 동영상도 인터넷에 나돌고 있습니다.

사건 직후 일본 SNS에는 ”용의자의 국적을 밝혀라”, “재일한국인 아베 전 총리에게 두 발의 총탄” 등 범인을 재일한국인(在日韓国人コリアン)으로 특정하는 내용의 글들이 대거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경찰이 현장에서 체포한 범인은 해상자위대 출신의 40대 용의자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런 주장은 조금씩 진정되는 듯 보였는데, 그러자 이번에는 "총격을 가한 남자의 배후에 재일조선인, 중국과 러시아, 북한 등 외국 세력이 관련되어 있고, 범인은 이들의 사주를 받았을 거라는 투고가 잇달아 게재되었습니다.

법무성 인권옹호국(法務省人権擁護局) 공식트위터(ツイッター) 계정에는 아베 전 총격사건 직후인 8일 오후 4시경에 「차분한 SNS의 이용을」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라왔습니다. 그리고는 “진위를 알 수 없는 정보나 불안을 부추기는 정보에 흔들리지 말고 차분하게 SNS를 이용합시다. 타인을 비방, 중상모략하는 투고는 인권 침해의 우려가 있습니다. 이 투고 괜찮습니까”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포토 저널리스트인 야스다 나츠키(安田菜津紀)씨는 트위터에 “범인에 관한 억측이 난무하고 있는 사태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쓰거나 퍼트리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하는 것. 그것이 폭력의 고리를 끊어내는 첫걸음입니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인종차별 철폐법」 제정을 요구해온 「외국인인권법 연락회(外国人人権法連絡会)」의 트위터에도 「편견에 근거해 범인이 조선인·중국인이라는 무차별적인 루머/헤이트 스피치가 나돌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에 총격 사건에 대한 비판과 함께 즉시 헤이트 스피치를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하여 증오 정치(ヘイトクライム,hate crime)를 막아주십시오.”라고 호소하는 글을 올라왔습니다.

재일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교토 우지시 우토로(京都府宇治市ウトロ)와 코리아 국제 학원(大阪府茨木市, 오사카부 이바라키시) 인근에는 평소에도 방화 등 재일 코리안을 표적으로 한 증오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곳입니다. 일본의 전 총리에게 총격을 가한 ‘범인이 조선인이다.’라는 유언비어는 증오공격을 부추길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발언입니다.

SNS를 통한 정보교환이 활발한 오늘날 인터넷이나 SNS에는 인간을 배려하지 않는 무차별적인 공격적 언어들이 난무합니다. 인터넷, 유튜브, SNS에서의 타인에 대한 난폭한 발언은 현실범죄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나쁜 놈한테는 뭘 해도 어떤 말을 해도 상관없다는 식의 생각은 냉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흐리게 하고 우리 안에 또 다른 분노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용의자는 아무런 정치적 메시지를 내놓고 있지 않습니다. 경찰 발표에 의하면 어머니가 빠진 특정 종교단체가 아베와 연결돼 있다고 믿고 살해한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가 종교단체에 많은 기부를 하여 가정생활이 엉망이 되었고, 원래는 이 단체의 리더를 노리려 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런데도 일본언론은 그의 범행을 정치적인 테러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분노이든 정치적 분노이든 폭력적 방법은 멈춰야 합니다. 희생당한 분이 2006년, 일본 역사상 최연소 일본 총리의 자리에 올라 전후 체제에 머물러 있는 일본을 개혁하고, 일본을 다시 부강한 나라로 만들려고 했던 일본의 실질적인 최고 권력자이며 실력자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어떠한 경우에는 그 누구에게도 폭력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분노를 관철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안타까운 그의 죽음을 타인의 공격하는 무기로 사용하려는 또 다른 폭력도 멈춰야 합니다. 폭력의 총구는 언젠가 우리의 가슴을 향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최유경 교수
최유경 교수

◆ 프로필

◇ 이화여자대학 졸업

◇ 오사카부립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 서울대, 성균관대 등 다수대학에서 강의

◇ 서울대인문학연구원, 명지대 연구교수, 학술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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