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얼마 전에 어느 고깃집에 간 적이 있었다. 예전에 몇 번 가보았던 곳인데 상당히 큰 규모의 음식점으로 항상 손님이 꽉 차던 집이었다. 코로나 사태 여파인지 찾아오는 발길이 상당히 줄어들어 조금은 한산해 보였는데, 필자는 매우 신기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로봇이 바퀴를 굴리며 식당 안을 종횡하더니 각 손님에게로 와 음식물을 나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종업원의 수는 많이 줄어 보였다. 언제부터인지 로봇이 인간을 대신하는 모습이 부쩍 늘었다.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고 결제를 한다. 사용법이 서투른 사람은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부탁하여야 겨우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요즘 코로나 펜데믹에다 최저임금제 상승 등으로 인건비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일자리를 로봇으로 대체하는 일이 늘고 있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니 치킨을 로봇으로 튀기는 업소가 소개되었고 떡볶이를 로봇이 만드는 곳도 있었다. 커피를 내려주는 로봇 바리스타도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요식업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로봇의 일자리 잠식은 인간에게 주어지는 일자리의 감소를 불러일으키게 되고 가뜩이나 모자라는 일자리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

우리는 학창시절에 19세기 초 영국에서 벌어졌던 러다이트 운동에 대해 배운 바 있다. 18세기 초까지 영국의 산업은 숙련공들이 중심이 된 공장제 수공업의 시대였다. 그런데 증기기관의 발달로 기계가 널리 보급되기 시작되자 수공업은 점차 몰락의 길을 걷게 되고 소수의 비숙련공만 고용해도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자본가들은 여성과 미성년자 등 비숙련 저임금자의 고용을 대폭 늘리고 결과적으로 숙련공은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게다가 농촌의 몰락으로 도시로 모여드는 이농 현상이 심화하자 자본가들은 이들 도시 빈민들에게 저임금에 장시간 노동을 시켰다. 극심한 빈부격차와 다쳐도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노동자들이 늘었으며 길거리에서 노숙하는 사람의 수도 급속히 늘어났다. 이에 사람들은 공장이 가동되지 않는 밤이 되면 몰래 망치로 기계를 고장 내거나 공장을 불태우기 시작했으며 이것이 러다이트 운동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러다이트 운동의 주도자에 대해서는 1811년부터 1817년까지 영국 중북부의 직물 공업 지대에서 일어났던 기계 파괴 운동을 이끌었던 지도자인 제너럴 러드(General Ludd)라는 가상의 인물이라는 설도 있고, 네드 러드(Ned Ludd)라는 어린 소년이 실수로 두 대의 공장 직조 기계를 망가뜨린 일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공장 기기들이 고장 날 때마다 의심을 받은 사람들이 "네드 러드가 그랬다"라고 변명해서 자연스럽게 그가 이 운동의 주도자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필자의 어설픈 생각으로는 이 운동은 방직기라는 새로운 기술로 인해 일자리를 위협받고 상당수가 한계상황에 몰리게 되자 민중 속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난 생존투쟁이 아닐까 싶다.

근래에 네오러다이트 운동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져 사용되고 있다. 첨단 과학 기술의 수용을 반대하는 운동으로 과거의 러다이트 운동은 기계 파괴 운동을 의미하였지만, 네오러다이트는 디지털 기술이 인류의 삶을 파괴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벌이는 반 기술 운동이다. 사람들은 로봇의 발달을 신기해하면서도 로봇에 의해 침범당하는 일자리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인건비를 줄이고자 받아들이는 로봇기술의 무차별적 수용과 확산은 로봇 판매로 부를 올리는 기업을 탄생시키겠지만 이로 인해 직장에서 떨어져 나가게 되는 기존 인력의 실업 화와 빈부격차를 확대할 소지가 크다.

박성호 동덕여대교수
박성호 동덕여대교수

새로운 문명의 발달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그러한 문명의 확산으로 발생할 여러 가능성, 특히 부작용은 반드시 검토되어야 한다. 정부는 해당 산업에서 로봇으로 대체되는 속도를 조절하고 직업 재교육 등을 통해 기존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

※ 외부인사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