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이준석과 박지현이 각 정당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보수 정당의 30대 당대표. 그리고 거대 야당의 20대 여성 비대위원장. 언론의 주목도가 높은 만큼 그들이 만들어내는 뉴스거리가 하루하루 넘친다. 그야말로 정치의 ‘중심’ 에 섰다. 하지만 그들이 ‘중심’에 있기는 해도, ‘주류’는 아닌 것 같다. 민주당은 ‘586 세대’로 대변되는 민주화 세력들이 지금까지도 여전히 주류다. 국민의 힘은 자본가 중심 세력들이 여전히 주류다. 정치 잘하는 이들이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각 당의 후보를 중심으로 ‘친명(이재명)계’ 와 ‘윤(윤석열)핵관’을 만들며 그들의 정치생명을 또 연명하고 있다. 이준석과 박지현은 오히려 그 주류세력들과 대척점에 서 있는 형국이다. 그리고 그 둘의 생물학적 나이 덕분에 이 둘을 ‘청년정치’로 묶는다. 그러면서 이 둘의 개인 문제를 넘어 ‘청년 정치’가 문제라는 여론이 나온다.

청년정치가 도대체 무엇인가. 사실 생각해보면 민족 해방 독립운동부터 민주화 항쟁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청년이 빠진 적이 있던가? 생물학적 나이로 따지자면, 건국 대통령 이승만은 20대 나이에 한성감옥에서 대한민국 독립과 건국의 밑그림을 다 그렸고, 청년시절 미국 유학을 통해 외교력을 쌓고 직접 정치를 했다. 유관순 열사의 3.1운동 항쟁 시절도 10대요, 민주화 항쟁의 주체는 20대 대학생들이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26세에 첫 국회의원이 되었고, 1980년대에 이미 김영삼 김대중 두 굵직한 정치 리더들의 ‘40대 기수론’이 정치계의 파란을 일으켰다. 문제는 그 이후다. 그 시절 정치계를 장악한 민주화 세력, 자본가 세력들이 지금까지 20~30년을 정치 주류로 머물며 새로운 세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새로운 청년들이 정치인으로 커 나가는 모습이 희귀해졌다.

각 정당들은 새로운 리더들을 키워낼 의무를 져버렸다. 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하여 길러내는 것이 정당의 당연한 의무다. 하지만 기존 정치인들은 각자 자기 살길을 찾기 바빴고, 자기 차례를 기다리기 바빴지 누구를 키워내고 길러낼 처지가 못 됐다. 그들에게 2030 청년들은 유세차에서 율동하는 역할 정도, 선거에서 옆에 세워두고 젊은 그림을 만드는 정도로 인식 되었을까, 자신과 동등한 정치인으로 성장시켜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유력 정치인 옆에서 일을 배우며 언젠가 나에게도 기회가 오겠지 참고 기다렸던 청년들은 하나 둘 실망하고 정치계를 떠나거나 반발하다가 ‘버릇없는 놈’으로 찍혀 잘려 나가거나 했다. 독립운동이나 민주항쟁처럼 세력을 규합하여 쿠데타를 일으킬 생각은 못했다. 그나마 돌풍으로 일어난 것이 이준석이라는 30대 0선 정치인을 우파 정당의 당대표로 뽑아준 일 정도다.

건국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며, 그 마지막 청년 정치세력들이 대한민국 정치계의 주류로 전횡한 20~30년 세월을 지나 이제 새로운 정치 세력으로의 교체가 시작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2030 의원의 당선 비율은 전체의 10% 남짓이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약 6%였던 것에 비하며 꽤 늘어난 수치다. 인원수로 따지자면 약 200명 이었던 2030 의원들이 현재는 400명 정도로 늘었다. 도전하는 청년 정치인 수도 많았고, 뽑힌 수도 많았다. 다가오는 2024 총선에서도 2030 의원들의 수는 유의미하게 늘 것으로 전망한다. 그리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차적으로 그 세력의 교체는 물결처럼 일어날 것이다. 김영삼 김대중의 40대 기수론 이후 남원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정치세력 이후 이준석과 내가 정치권에 들어간 지도 벌써 10년이다. 많은 청년들이 꽤 오랜시간 동안 준비해왔다.

희귀하게만 보이고 어리게만 보였던 청년 정치라는 것이 이제는 ‘청년’이라는 이름을 굳이 붙이지 않아도, 정치계의 주류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이준석과 박지현이라는 인물에 대한 개인적인 비판은 있을 수 있어도 그것이 새로운 정치 세력에 대한 열망을 잠재우진 못한다. 이 둘의 모델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극대화해야 할 숙제가 있을 뿐. 어차피 정치란 49:51의 싸움. 100%를 만족시키는 정치인은 없다. 각 시대마다 원하는 지도자상도 다르고 필요한 역할도 다르다. 이준석과 박지현의 시대적 역할은 어쩌면 기성세대들에게 ‘싸가지 없는 젊은 정치인’이 되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로서 정치인을 다 판단하기에는 너무나 근시안적인 것이다. 역사적으로 이들의 역할이 어떻게 재평가될지는 남겨두어야 할 과제다.

손수조
손수조

◇ 장례지도사

◇ 차세대미래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전)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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