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망루피’, ‘고길동’ 인기 요인…일상 공감대 자극
대한제분 곰표 디자인, 맥주 통해 친근한 이미지 어필
백화점 업계, 벨리곰·월리 활용해 이색 명소 자리매김
LG생활건강, 독창적인 세계관 담은 NFT 발매
지친 일상 속, 웃음 원하는 소비 경향 반영

[뉴스워치= 정호 기자] 유통업계가 캐릭터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마다의 특징과 개성을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캐릭터 마케팅은 상품을 출시할 때 다양한 미디어(매체)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 등을 활용해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알리는 수단으로 알려져 있다.

맥도날드의 ‘해피밀’의 경우는 아동 고객을 위해 마련된 세트메뉴지만 구매 시 같이 제공되는 장난감을 모으고자 하는 수집가들이 몰리기도 했다.

해피밀은 지난 2014년 게임회사 닌텐도의 유명 게임 캐릭터 슈퍼마리오의 캐릭터 상품을 경품으로 제공하며 1차 판매분이 3일 만에 소진되기도 했다. 회사가 캐릭터의 높은 인지도를 고려해 50%의 물량을 준비했다고 한다. 당시 기존 판매량 대비 8배 정도 웃돈 물량이 나간 것으로 추정됐다. 이처럼 캐릭터 상품은 여러 가지 가치 면에서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29일 유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캐릭터 마케팅의 활용 방법이 제품의 이미지와 체험 공간 등으로 다양할뿐더러, 만나볼 수 있는 캐릭터 역시 게임, 애니메이션, 브랜드 자체 캐릭터 등 다양한 베이스를 가지고 있어 각양각색의 마케팅 도구가 될 수 있다.

캐릭터 마케팅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세태나 유행 등이 반영되는 경우 혹은 친숙한 캐릭터를 통해 고객들의 관심을 끄는 경우처럼 파급력이 미치는 범위가 넓다는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3월 ‘캐릭터산업이 뜬다, 캐릭터 마케팅 소셜미디어이란’ 영상을 통해 캐릭터 사업의 중요성을 다시금 언급했다. 해당 영상자료는 다양한 상업적 영역에서 캐릭터가 라이선스화 되고 있으며 활용 방법 또한 다양하다고 소개했다. 캐릭터 자체에 초점을 맞추거나 원래 제품과 상관없는 다른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이 이뤄지는 등 다양한 경우를 소개하고 있다.

이랜드의 스파오가 공개한 잔망루피 화보./사진=이랜드
이랜드의 스파오가 공개한 잔망루피 화보./사진=이랜드

아동용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에 등장하는 루피가 대표적인 예들 중 하나다. 아동용 캐릭터가 가진 순수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잔망스럽다(행동거지가 가볍다)’는 말과 합쳐진 이 ‘잔망루피’는 요즘 MZ세대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잔망루피는 술을 마시고 조별 과제에 시달리는 등의 모습으로 성인층의 공감대를 형성했기에 인기를 끌 수 있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아동용 캐릭터를 활용해 일상의 공감대를 형성한 일종의 ‘블랙유머’가 마케팅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보았다.

이런 트랜드를 반영한 기업들을 보면, 신한카드는 잔망루피를 디자인에 적용한 새로운 디자인의 체크카드를 선보였고, 신세계 센텀시티는 오는 7월 3일까지 팝업스토어를 통해 잔망 루피 캐릭터 상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또 이랜드의 의류 브랜드인 ‘스파오’는 잔망루피의 화보를 선보이기도 했다.

둘리에세이 '고길동, 힘들었을 오늘도'/사진=예스24 캡쳐
둘리에세이 '고길동, 힘들었을 오늘도'/사진=예스24 캡쳐

‘아기공룡 둘리’에 나오는 캐릭터 ‘고길동’을 활용한 마케팅도 비슷한 측면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어린 시절 ‘둘리’를 시청한 고객층이 성인이 되면서 가정사로 고생하는 고길동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면서다. 이는 둘리 에세이 ‘고길동, 힘들었을 오늘도’의 출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 애환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더쎄를라잇브루잉은 고길동의 모습을 담은 ‘고길동에일’을 출시하기도 했다.

인기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 외에도 친숙한 캐릭터를 활용한 협업과 자체 제작한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 등을 확인할 수 있다.

CU는 수제맥주 전문제조업체 세븐브로이스와 협업해 밀가루 브랜드인 ‘곰표’를 활용한 곰표맥주를 선보인 바 있다. 해당 제품은 판매량 2500만개를 달성하는 등 편의점 맥주 시장에서 성공적인 콜라보레이션과 함께 캐릭터 마케팅 성공사례를 만들었다.

곰표 디자인은 1952년 처음 설립된 대한제분을 상징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밀가루 포장재에 들어간 곰 캐릭터로 브랜드 이미지가 자리잡았기에, 밀가루 디자인이 변경돼도 꾸준히 상단에 박혀 있다.

롯데홈쇼핑의 ‘벨리곰’ 또한 사람들에게 호응을 불러일으킨 브랜드 마케팅 성공사례로 자리 잡았다. 지난 2018년 롯데홈쇼핑의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제작된 ‘벨리곰’은 기존에는 롯데월드타워 등에서 대형 전시물로 공개되며 기념으로 ‘SNS’를 통해 알려졌다. ‘잘 만든’ 캐릭터 하나가 쇼핑몰의 주요 명소를 만드는 역할을 한 셈이다.

캐릭터 마케팅을 통해 이색공간을 연출하려는 시도는 현대백화점에서도 이어졌다. 더현대 서울은 전세계 32개국에 출간된 아동용 숨은그림찾기 책의 등장 캐릭터며, 아동용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된 월리를 활용했다. 더현대 서울은 ‘월리’ 조형물 100여 개를 설치했으며, 고객이 직접 월리로 변신하는 드레스 코드 이벤트, 걷기 미션 등 다양한 참여형 프로그램을 함께 제공한다.

캐릭터 마케팅이 ‘NFT’(대체불가토큰) 출시에도 활용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탈모증상케어 브랜드 ‘닥터그루트’의 스토리텔링형 세계관 ‘닥터그루트 유니버스 컬렉션’을 공개하기도 했다. 글루트 박사와 손자인 마이크가 황폐화된 가상 미래도시를 배경으로 탈모 및 피부트러블의 원인을 찾아내는 가상 세계관을 담고 있다.

미니언 디자인을 적용한 맥심 제품들./사진=동서식품
미니언 디자인을 적용한 맥심 제품들./사진=동서식품

이외에도 애니메이션 영화 ‘슈퍼베드’에 짜리몽땅한 생김새를 가진 ‘미니언즈’가 커피 스틱에 깜짝 등장했다. 동서식품은 ‘미니언즈’를 활용한 ‘맥심 커피믹스X미니언즈 스페셜 패키지’ 한정 판매를 개시했다. 카카오프렌즈, 키티버니포니, 무민 등을 커피믹스 디자인에 적용한 것에 이은 사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캐릭터 마케팅이 중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은 것은 최근 재미를 추구하는 소비 경향이 반영된 것”이라며 “지친 일상 속, 소소한 재미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소비자들의 생활패턴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호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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