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신형 SUV '토레스', 사전계약 첫날 1만2000대 팔려
1분기 실적 개선에 이어 2분기 실적도 기대…지난 5월 본입찰 KG그룹 9000억원 제시
쌍방울-KH 컨소시엄, FI 없이 높은 몸값 제시 어려워
1조원 평택부지 부동산 개발? 쌍방울 "FI 협의는 마무리 단계, 평택부지는 논한바 없어"

쌍용자동차의 신형 SUV '토레스'가 사전계약 첫날 1만2000대가 판매되는 쌍용차 몸값을 키우고 있다. / 사진=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의 신형 SUV '토레스'가 사전계약 첫날 1만2000대가 판매되는 쌍용차 몸값을 키우고 있다. / 사진=쌍용자동차

[뉴스워치= 김성화 기자] 쌍용자동차가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실적 개선이 기대됨에 따라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진행되는 매각과정이 더 치열하게 됐다. 지난 본입찰에서 운영자금을 포함해 9000억원까지 제시됐기에 1조원도 넘길 수 있어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쌍용차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토레스 사전계약 대수가 첫날에만 1만2000대를 돌파했다.

토레스의 사전계약 첫날 1만대 돌파는 쌍용차가 출시한 신차 중에서 처음이며, 현대자동차에서도 인기 모델만 달성한 수치다.

토레스 모델의 판매 호조로 2분기 실적도 기대할 만하다. 토레스 가격은 트림 (trim)에 따라 T5 모델이 2690~2740만원, T7 모델이 2990~3040만원이다. 이를 평균가로 적용하면 사전계약 첫날 매출액만 3400억원에 이른다.

쌍용차는 올해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늘며 실적을 개선했다. 매출액은 71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으며 영업적자는 308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847억원보다 540억원 감소했다. 당기순손실 금액도 같은 기간 862억원에서 316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토레스 판매 호조는 2차전이 예고돼 있는 쌍용차 매각 과정에서 몸값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3일 KG그룹과 파빌리온PE 컨소시엄은 쌍용차 인수예정자로 선정됐다. 당시 KG그룹 컨소시엄은 3500억원, 쌍방울그룹은 3800억원을 인수가로 제시했었다.

KG그룹 홈페이지 캡쳐. / 캡쳐=김성화 기자
KG그룹 홈페이지 캡쳐. / 캡쳐=김성화 기자

KG그룹 컨소시엄이 쌍방울그룹보다도 낮은 인수가에도 인수예정자로 선정된 이유는 안정성 때문으로 보인다. KG그룹 컨소시엄은 인수가에 향후 운영자금을 포함하면 9000억원, 쌍방울그룹은 8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 인수에 큰 의지를 보이고 있는 쌍방울그룹으로서는 스토킹호스 방식에 따라 9000억원 이상을 제시해야 하기에 1조원은 물론, 크게 증가한 금액을 제시해야 KG그룹을 제칠 수 있다.

다만 여전히 쌍방울그룹의 자금동원력에는 의문이 남아 있다. 쌍방울그룹 컨소시엄의 주축이 되는 광림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1분기 대비 올해 1분기 현금성 자산이 200억원 가량 늘어난 507억원이지만 판세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또 미래산업, 아이오케이컴퍼니 등도 여전히 저조한 수익성과 함께 이익결손금이 쌓여 있는 상태라 끌어올 수 있는 여윳돈이 크지 않다.

쌍방울그룹은 재무적 투자자(Financial Investors)를 통해 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아직까지 함께할 투자자가 없는 상태다. 앞선 입찰에서 쌍방울그룹이 제시한 자금의 증빙이 지적된 만큼 2차전을 앞두고 FI를 구해야 승산이 올라간다.

KH그룹에서는 KH필룩스가 쌍용차 인수의 주축이다. / 캡쳐=KH그룹 홈페이지 
KH그룹에서는 KH필룩스가 쌍용차 인수의 주축이다. / 캡쳐=KH그룹 홈페이지 

쌍방울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KH그룹은 KH필룩스가 주축일 것으로 보인다. KH필룩스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316억원 이익잉여금에 3660억원 주식발행초과금을 보유하고 있다. 상법 제461조의2에 따르면 자본준비금과 이익준비금 등 쌓아둔 준비금 총액이 자본금의 1.5배를 초과하면 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KH필룩스 자본금은 750억원이며 부채비율도 135.70%로 양호한 수준이라 3000억원 이상의 자금 동원이 가능하다.

다만 KH그룹 또한 KH필룩스 외 여유 있는 계열사가 없어 보인다. KH전자는 2019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영업적자와 함께 당기순손실을 기록 중이며 현금성 자산도 42억원에 불과하다.

또 KH건설은 현금성 자산이 338억원이지만 역시나 적자 기조에 이익결손금도 500억원 가까이 쌓여 있는 상태라 재무개선이 더 시급해 보인다. 장원테크는 올해 1분기 흑자를 기록했지만 수익성이 저조하며 현금성 자산도 적은 상태다. IHQ도 적자에 현금성 자산도 74억원 수준이라 쌍용차 인수에 크게 도움될 규모는 아니다.

쌍방울그룹 컨소시엄이 앞서 제시한 8000억원에 대한 증빙이 가능하다면 FI가 얼마나 지원할지가 관건이다. KG그룹은 KG ETS 환경 사업부 매각 대금 5000억원에 더해 현금성 자산도 4000억원이며, 여기에 파빌리온PE가 자금을 지원하면 1조원 내외 수준은 쉽게 감당할 수 있다. 스토킹 호스 방식에서는 다른 인수의향자가 높은 금액을 제시하더라도 기존 인수예정자가 해당 금액을 받아들이면 인수예정자가 그대로 인수를 진행한다.

다만 높아진 쌍용차 몸값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으며 이에 따라 85만㎡의 쌍용차 평택공장 부지 활용 방안이 논란으로 떠오를 수 있다. 해당 부지는 1조원 내외 가격으로 여겨지지만 용도 변경 없이는 개발이 어렵다. 업계에서는 최근 수서발 고속철도(SRT) 평택 지제역이 개통되면서 인근 지역이 개발 열풍이 불고 있기 때문에 FI들이 해당 부지 또한 부동산 개발용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달리 보면 해당 부지 개발 없이는 1조원 이상의 투자금을 회수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다. 쌍용차 정상화까지 3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대해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다수의 FI와 접촉 중이지만 컨소시엄은 검토가 거의 끝난 상황으로 마무리 과정이다"며 "평택 부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얘기를 나눈 건 없다"고 말했다.

김성화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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