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처폰 게임, 환경적인 변화 따라가지 못해 대다수 멸종
한시대 인기, 과연 꾸준히 유지될 것인가
컴투스, 피처폰게임 때부터 꾸준히 살아남아

[뉴스워치= 정호 기자] 흔히 보편적인 의미의 우생학은 열성인자를 가진 인간의 번식을 막아 우수한 유전자만 남도록 인류를 개량하는 것을 뜻한다. 후천적이고 환경적인 면이 고려되지 않고, 우성인자를 저울질하는 판단 기준이 확실치 않았기에 실패한 학문으로 남았다.

이 우생학적인 시각을 현재 모바일게임 시장의 시발점이라고 여겨지는 피처폰 시장으로 확대하면 비슷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현시대의 트랜드로 급부상한 ‘MZ세대’라면 중·고등학생 시절 피처폰으로 즐기던 일명 ‘폰게임’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심심찮게 쉬는 시간이나,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몰래 즐겼던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에 발전에 따라 모바일게임은 그래픽과 연출 모두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 속도가 붙고 있다. 특히 기존 PC게임의 미려한 연출 또한 어느 정도 재현할 정도로 기술력도 상당히 높아졌다.

모바일게임 시장 성장에 힘입어 PC게임을 비롯한 다양한 IP(지적재산권)들의 유입이 활발하다. 바람의 나라, 리니지, 검은사막 등은 이미 모바일게임으로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디아블로 시리즈까지 이제 모바일게임으로 재탄생하며 화제를 모았다. 지난 6월 1일 출시된 MMORPG ‘디아블로 이모탈’은 ‘악마를 때려 잡는다’는 기존 시리즈의 슬로건을 답습하고 있다.

이 게임은 출시 첫날부터 40개국 앱스토어를 통해 다운로드 1위 게임으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스토리는 디아블로2와 디아블로3 사이에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플레이어 캐릭터는 야만용사(바바리안), 성전사(팔라딘), 악마사냥꾼 등 디아블로 3의 등장 캐릭터들을 플레이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모바일게임의 자리를 어느덧 PC게임들의 IP가 꿰차고 있다는 점에서는 씁쓸함이 느껴진다. 모바일게임 강세 속에서 불모지였던 ‘폰 게임의 환경’을 개척한 피처폰 게임의 모습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당시 피처폰 게임들은 과금 요소가 적었고 ‘기승전결’의 첫 시작부터 매듭까지 짓는 스토리라인이 특징이었다. 요즘 출시되는 모바일게임들과 달리 캐릭터 뽑기와 신규 시나리오를 추가하는 등 별도의 업데이트 없이 다운로드 이후로 계속 게임의 엔딩을 볼 수 있었다.

당시 게임들 장르는 RPG 영웅서기·이노티아 연대기, 다양한 퍼즐게임을 모아둔 미니게임천국, 스포츠 장르의 컴투스 프로야구, 어드벤처 장르의 검은방 시리즈 등이 다양한 장르로 매니아 층을 형성했다. 현재 출시되는 MMORPG 장르 또한 피처폰 시대에서 ‘아이모’가 처음 개척했다.

피처폰 가운데 ‘영웅서기’의 인기는 단연 독보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 5편의 시리즈로 이어지면서 구축된 탄탄한 스토리 라인과 캐릭터들의 갈등요소, 그리고 전투 시스템은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받았다.

2005년 처음 세상에 나온 영웅서기 시리즈는 지난 2015년 영웅서기 모바일이 서비스 종료 소식을 전하며 맥이 끊겼다. 서비스 종료 이유에 대해서는 당시 영웅서기를 온리인화 하면서 과금요소와 기존 게임과는 다른 이질감이 생겨 유저들이 등을 돌리게 되었다고 보는 시각들이 지배적이다.

영웅서기에 우생학을 접목하면 기존 IP의 연이은 성공 속에서, 시리즈를 이어왔지만 스마트폰이라는 환경적인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스마트폰 게임이 가진 과금 요소와 기존 게임과는 사뭇 다른 변화는 기존 영웅서기 시리즈와 반대로 낯설게 다가올 뿐이었다.

당시 게임들은 수집형 RPG들이 꾸준히 출시되던 때였기에 트랜드가 변화한 상태였다. 이는 상대적으로 인기몰이를 한 IP라도 게임 경향과 추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상대적으로 뒤떨어질 수밖에 없는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트랜드 변화에 따라 피처폰 게임들의 IP들이 상당수 자취를 감춘 가운데, 게임빌의 경우는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컴투스 프로야구’는 피처폰 때부터 줄곧 다양한 시리즈를 내놓으며 꾸준한 업데이트가 이뤄지고 있는 시리즈다. 이를 주축으로 컴투스 또한 피처폰 게임 시장에서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 안착하며 모바일게임들을 다양하게 내놓고 있다.

이는 상황에 맞춘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게임만의 특징을 이어가며 나름의 입지를 다졌기에 가능했다. 새로운 모습으로 승부하기보다는 기존 게임의 형식을 유지하며 유저층을 확보한 것이 탄탄한 내실을 다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처폰 게임에서 모바일게임 시장으로의 변화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신종 IP의 등장이다. 넷마블은 차례대로 몬스터길들이기, 세븐나이츠 등 게임 흥행에 성공하며 스마트폰 게임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매출에서 11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어닝쇼크’를 기록했기에 새로운 돌파구로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6000만 건을 기록한 세븐나이츠의 IP의 바통을 이어받은 해당 작품은 오는 16일 미디어 쇼케이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 모바일게임 시장 속에서 어떤 시스템을 가지고 반등을 위해 필요한 조건을 제시할지 궁금증이 모이고 있다.

이처럼 피처폰 게임은 휴대폰으로 즐기는 게임 문화의 기반을 다졌지만, 현재는 신흥 스마트폰 게임 IP와 온라인게임 IP 사이에 밀려 추억으로만 남아 있다. 피처폰 게임이 담겨있는 중고 휴대폰이 지금도 종종 거래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콘솔 게임과 달리 플레이를 할 경로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피처폰 게임은 불모지에서 시작했지만, 다양한 게임들이 사업에 뛰어들며 변화 속에서 살아남지 못해 도태되었다고 한다면 ‘우생학의 실패’와 연결지을 수 있다. 다만, 요즘 수익성에 기대는 게임이 많아지면서 순수히 게임으로써 즐겼던 문화가 그리운 건 사실이다.

정호 기자.
정호 기자.

정호 기자 newswatch@newswatch.kr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