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이천·청주 공장 가동 중지 등 난항 
세븐일레븐·미니스톱, 점포 당 소주 한박스 제한…선제적 조치
오비맥주, 운임노동자 총파업 가담 발주량 20% 수준 
장기화 피해 우려 속 피해 확산 불안

[뉴스워치= 정호 기자] 민주노총 산하 전국공공운수 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지난 7일부터 시작한 무기한 총파업이 주류업계의 공장가동 중지와 발주 제한 등 문제로 이어졌다. 국토부는 중앙수송대책본부를 구성하는 등 비상수송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유통업계는 장기화를 염려하는 모습이다.

주류업계 가운데 하이트진로는 운임을 담당하는 업체가 화물연대에 소속되어 있어 출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청주·이천공장은 가동 중단되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측은 다른 운송업체와 계약을 염두에 두는 등 해결책 마련을 고심하는 중이다.

편의점업계는 혹시나 생길 수 있는 공급물량 부족 등 문제를 막기 위해 지점 별로 소주 한 박스(20병)를 발주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등 선제적 조치에 나섰다.

하이트진로 이천 공장 앞에 운행이 중단된 화물연대 트럭들./사진=연합뉴스
하이트진로 이천 공장 앞에 운행이 중단된 화물연대 트럭들./사진=연합뉴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 주요 목적은 지난 2020년 도입된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다. 안전운임 일몰제는 운송 근로자에게 적정 수준의 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해 근로 여건 개선과 안전 확보를 유도하는 것이다. 여기에 경윳값 폭등 여파까지 겹치며 화물연대는 생계유지를 위해 제도 확대, 운송료 인상, 지입제 폐지, 화물노동자 권리 보장 등 요구를 더했다.

화물연대는 전국 16개 지역본부에서 무기한 전면 총파업에 돌입했으며, 총파업 첫날인 7일 기준으로 37%에 해당하는 8200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비조합원들의 운송방해행위 등에 대해서는 엄중히 대처하겠다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불법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고, 물류 차질 최소화를 위해 가용한 자원을 총동원하고, 운송 거부에 참여하지 않는 화물차주들에 대해서는 지원하겠다는 두 가지 대응원칙”이라며 “집단운송거부로 인한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비상수송대책의 차질 없는 시행을 위해 만전을 기할 것”을 밝혔다.

현재로선 화물 적재 차량이 컨테이너·레미콘 차량 위주로 집중되어 있기에, 시멘트 외 여타 업계에서는 영향력이 적은 상황이다. 다만, 유통업계 가운데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는 운송업체가 화물연대에 소속되어 있어 직접적인 피해를 받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화물연대 소속 운임 노동자들은 지난 3월부터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진행했으며, 이천공장에서는 발주 제동으로 지난 2일 재고가 쌓여 공장 가동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일부 도매상들은 직접 차를 몰고 와서 소주를 실어가기도 했다. 8일 이천공장에서 차량진입을 방해하던 15명의 화물연대 노조원은 경찰의 제지에 불복종해 연행되기도 했다.

하이트진로 청주공장 앞에서는 화물연대 대전지부 조합원 300여명이 시위를 벌여 공장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공장은 8일부터 정상가동에 들어갔다.

하이트진로 이천 공장에 적재된 소주들./사진=연합뉴스
하이트진로 이천 공장에 적재된 소주들./사진=연합뉴스

이천·청주공장의 참이슬과 진로의 생산량은 전체의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망 차질을 우려해 코리아세븐의 세븐일레븐·미니스톱은 지난 7일부터 편의점주들의 참이슬·진로 발주량을 제품당 1박스(20개)로 제한하고 있다. 코리아세븐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소주 발주량을 독점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고 장기화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BGF리테일의 CU는 8일부터 마찬가지로 소주 발주량에 제한을 뒀다. GS리테일의 GS25는 물류센터에 재고 물량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 한에서 발주량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다만 총파업 장기화로 인해 불거질 수 있는 재고 확보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비맥주 또한 계약된 운임업체가 화물연대 소속되어 있어 피해를 받고 있다.  운임노동자들이 총파업에 가담하며 이천·청주·광주 공장 3곳서 생산한 맥주 출하량이 20%에 그쳤다.

오비맥주 관계자에 따르면 20% 출하량은 임시차량을 통해 이뤄졌다. 다만, 앞서 파업에 대한 공지가 있었기에 4일부터 6일간 집중적으로 출하량을 늘려 조치를 취해 놓은 상태다. 현재까지 생산량 조절 등의 문제는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제품생산과 운송에는 피해를 받지 않고 있지만, 다른 유통업체들과 마찬가지로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장기화 될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화물연대 간의 견해가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어려움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호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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