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실손보험 관련 보험사기 의심 청구건 선정 기준 마련
치료근거 제출거부, 신빙성 저하 등 5대 기본원칙 선정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금지급 거부 명분을 주는 졸속 방안에 불과” 비판

[뉴스워치= 김민수 기자] 실손보험 누수 현상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면서 금융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정작 시민단체는 보험회사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기준이 보험사의 보험금 부지급에 대한 빌미와 명분을 제공하는 근거가 될 것으로 보험사의 보험금 부지급 횡포가 크게 증가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모범규준의 개정이 아니라 폐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연맹에 따르면 ▲보험사기 의심 보험금 청구건 선정기준 ▲정당한 보험금 청구권자 권익 보호 등 선의의 소비자 보호장치 ▲보험회사의 보험사기 예방활동 강화 방안 등을 ‘보험사기 예방 모범규준’에 반영해 시행할 전망이다.

보험사기 관련 컴퓨터 그래픽./사진=연합뉴스
보험사기 관련 컴퓨터 그래픽./사진=연합뉴스

앞서 금융감독원은 작년 11월부터 보험업계와 공동으로 TF를 구성해 실손보험 보험금 누수요인을 점검하고 개선을 추진했다.

해당 TF에서는 실손보험 관련 보험사기 의심 보험금 청구건 선정기준에 대한 일반원칙을 마련하고, 보험회사의 강화된 보험사고 조사 등으로 정당한 보험금 청구건이 지연 지급되는 등 소비자 피해 발생이 우려됨에 따라 보험금 지급심사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더불어 보험회사가 상품개발, 계약심사, 보험금 지급심사 등 모든 업무단계에 걸쳐 보험사기 유발요인이 발생되지 않도록 자체 예방활동을 강화하도록 논의가 됐다는 게 금융감독원의 설명이다.

세부 개정 내용을 보면 ▲치료근거 제출거부 ▲신빙성 저하 ▲치료·입원 목적 불명확 ▲비합리적인 가격 ▲과잉진료 의심 의료기관 등으로 총 5가지로 압축된다.

금융감독원은 5가지 요건에 해당할 경우 추가 질병치료 근거 확보, 의료자문 등을 통해 보험금 지급사유 해당 여부를 조사하고, 소비자와 다툼이 발생하면 제3의료기관 판단을 거쳐 보상여부 결정하고 보험사기 의심건은 수사의뢰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오는 7일까지 금융감독원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된 의견을 검토해 확정·시행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앞으로도 소비자의 정당한 보험금 청구에 대해서는 그 권리를 적극 보호하겠다”며 “보험사기 요인이 있는 과도한 의료행위에 따른 보험금 청구에 대해서는 관리감독을 강화하여 국민건강보험 및 실손보험 보장 혜택이 다수 국민에게 공정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 표지석./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 표지석./사진=연합뉴스

문제는 금융감독원의 개정안에 대해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최근 해당 개정안에 대해 ‘보험사의 보험금지급 거부의 명분을 주는 졸속 방안’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보험사의 보험사고 조사는 보험금 청구를 받았을 때 늘 시행하는 일상 업무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기본적인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신속한 조사로 보험금지급 여부를 결정하면 되는 것을 ‘5대 기본원칙’을 정해 심사가 어려운 건을 마치 특별한 건으로 간주시켜 보험금 지급을 미루거나 거부할 수 있는 근거로 삼을 수 있는 보험사의 ‘전가의 보도’를 제공하는 행위가 될 것이라는 게 금융소비자연맹 측 주장이다.

금융소비자연맹은 해당 기준의 핵심내용은 현재 불법으로 간주 되고 있는 보험사의 ‘의료자문’ 행위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부분을 지적했다.

보험사들은 그동안 환자를 치료하지 않은 유령 ‘의료자문’으로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한 의사의 진단서를 무시하고 보험금 지급횡포를 부리는 행위를 자행하고 있는데 이를 정당화시키는 매우 위험한 ‘기준’이라는 것이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의료자문은 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여러 가지 참고 자료 중 하나지만, 최종적인 보험금 미지급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거듭되는 소비자들의 주장이 외면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모범규준 개정을 통해 오히려 의료자문을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결정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도록 운신의 폭을 넓혀주었다는 점에서 반소비자적인 개악 예고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추가로 금융소비자연맹은 과잉 진단과 치료로 인한 보험금 누수에 문제가 있다면 의사와 병원을 이러한 것을 고치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데, 마치 보험계약자에게 문제가 있는 것으로 몰아서 보험금 지급을 지연하고 보험사기범으로 몰고 갈 수 있게 하는 것은 잘못된 기준이라고 단언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이번 개정안은 의사의 과잉진료에 대한 보험계약자를 보험사기범죄자로 취급할 수 있도록 한 모범규준”이라며 “정당한 보험계약자를 사기범으로 몰고 보험금을 부당하게 지급하지 않은 보험사도 보험사기범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동등하게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손보험을 둘러싼 의료계와 보험업계의 날 선 대립은 계속되고 있다. 의료계는 초창기 보험상품 설계 잘못 등을 이유로 보험업계의 과실을 주장하고, 보험업계는 일부 비도덕적인 병·의원의 과잉진료로 선량한 고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번 금융감독원의 ‘보험사기 예방 모범기준’ 개정안이 의료계와 보험업계의 갈등을 봉합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민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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