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4일 전쟁 발발 이후 국제유가 상승,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이어져
생명보험업계, 국내외 증시 불안정 여파로 자산운용 손해 우려
유가 상승, 여행 자제 등으로 손해보험업계 수익은 상쇄 가능성 있어

[뉴스워치= 김민수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좀처럼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보험업계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주목하고 있다.

다만,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구조적 특성상 받는 영향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추후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보험사는 고객들이 납부한 보험료를 기반으로 해외 주식, 부동산 투자 등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 들어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우리나라 증시는 올해 1분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작년 말 3000포인트를 넘었던 코스피 시장은 최근 2600포인트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 유럽 증시도 비슷한 상황이다. 미국 나스닥 종합지수를 보면 1년 동안 최고 1만 6000포인트를 넘었던 수치가 현지시간 4월 29일 기준 1만 2300포인트 선까지 떨어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관련 이미지./사진=픽사베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관련 이미지./사진=픽사베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는 국제유가도 천정부지로 끌어올렸다. 러시아 제재 수단 중 하나로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배럴당 가격이 100달러를 돌파했다.

이번 달부터 기획재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을 20%에서 30%로 확대하면서 휘발유 가격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평균 가격은 약 1950원으로 여전히 서민 경제를 옥죄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험업계는 자산운용 수익률 악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보험사별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수익이 자산운용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장기화는 분명한 ‘악재’라는 것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뉴스워치>와의 통화에서 “글로벌 증시가 하락하면 보험사의 수익률도 낮아질 수 밖에 없다”며 “국내 보험사가 외국에서 직접 고객을 모집하는 사례는 드물지만, 자산운용 수익 관점에서 손해가 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국내 보험사가 유럽에서 운영하고 있는 점포는 많지 않다. 2일 보험연구원 한상용·장윤미·이연지·이승주 연구원이 발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보험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보험사 6곳이 법인 5개, 사무소 6개를 운영하고 있다.

해외 진출 비중은 낮지만, 자산운용 현황은 다르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 보험사의 전체 부동산, 주식, 채권 투자 중 해외투자 비중은 약 12.8%(생명보험 12.7%, 손해보험 12.9%)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국내 보험사들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초래된 금융시장 변동성으로 인한 2차 충격의 영향에 노출되어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전체 보험회사의 투자에서 해외부동산, 해외주식, 해외채권에 투자비중은 각각 0.01%, 0.90%, 14.25%였다. 생명보험사가 손해보험사에 비해 해외부동산 및 주식 투자 비율은 낮지만, 해외채권 투자비율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보험사의 자본 여력을 감소시키고,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생명보험회사의 경우 투자 레버리지(자본 대비 투자 정도)가 크기 때문에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자기자본 비율에 부정적 영향이 더욱 강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즉, 국내 보험사들이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거나 투자한 사례가 많지 않아 위험보장의 경우 국내 보험시장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지만, 전쟁으로 인한 경기침체와 금융시장의 변동은 국내 보험사의 투자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 관련 이미지./사진=픽사베이
글로벌 금융 관련 이미지./사진=픽사베이

생명보험업계와 손해보험업계도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었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국제 유가 상승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손해보험사의 손익은 예년과 비슷하겠지만, 생명보험사는 직간접적인 영향이 더 클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정하면 효율적인 자산운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악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1분기만 지났기 때문에 섣부르게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특히 기준금리 인상은 은행·보험 관련 주식에게는 호재로 작용하는 등 동전의 양면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내용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의 변동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동향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국내 보험사들이 대외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기 위해 보험영업과 자산운용 측면에서 적절한 경영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보험연구원 한상용·장윤미·이연지·이승주 연구원은 보고서 후반에 “향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사례가 재발할 위험이 있으므로 보험사들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해외 보험제공 시 위험 보장성의 불명확한 부분이 있을 수 있는지 점검하고, 해외투자에 있어서도 지역분산 등 리스크 관리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민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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