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수술로 위장한 시력교정술 시행으로 보험료 누수 현상 심각
금융당국·보험업계, 포상금 제도 도입하면서 일부 부도덕한 의원 고발 예정
대한안과학회, “비윤리적 불법 의료행위로부터 국민 눈 건강 지킬 것” 강조

[뉴스워치= 김민수 기자] 일부 안과병(의)원에서 이른바 ‘노안수술’로 알려진 시력 교정 수술을 백내장 수술로 위장해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자 보험업계, 의료계, 금융당국이 칼을 빼 들었다.

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 금융감독원은 실손보험금 악용 청구로 인한 보험료 누수 현상을 막기 위해 포상금까지 내걸었고, 대한안과학회도 여기에 동참하며 공식 입장문까지 발표했다.

다만, 아직까지 관련 내용을 숙지하지 못한 환자들은 “보험사가 실손보험금 지급을 미룬다”는 식으로 항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당분간 혼선이 예상된다.

시력 교정 관련 이미지./사진=픽사베이
시력 교정 관련 이미지./사진=픽사베이

21일 보험업계·의료계에 따르면 일부 안과병(의)원이 환자 상담 과정에서 실손보험 청구가 까다로워진다는 이유를 내세워 시력 교정 수술을 백내장 수술로 유도하는 경우가 올해 들어 급증했다.

실손보험은 환자의 치료 목적 등에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지만, 시력 교정 수술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실손보험금 청구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안과병(의)원은 수익을 내기 위해 시력 교정 수술 비용을 과도하게 책정한 상태에서 환자에게는 ‘백내장 수술’로 청구하면 된다는 식으로 브로커 및 상담실장을 고용해 수술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뉴스워치>와의 통화에서 “노안수술을 백내장 수술로 위장하면 실손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국민들 사이에 널리 퍼진 소문”이라며 “실제로 일부 안과병(의)원에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가 되는 병원들은 심지어 이달부터 실손보험금 지급 과정이 엄격해진다는 사실까지 마케팅까지 활용하고 있다”며 “하지도 않은 백내장 수술을 한 것처럼 위장하기 때문에 심각한 보험료 누수 현상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사실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백내장 관련 실손보험급 지급 통계 현황을 봐도 확인할 수 있다.

생명보험사 3곳의 작년 한 해 백내장 관련 실손보험금 월 평균 지급액은 112억원이었지만, 올해 1월에는 149억원(33% 증가), 2월에는 180억원(60.7%)로 급격히 늘어났다.

손해보험사 10곳도 마찬가지였다. 2021년 백내장 관련 실손보험금 월 평균 지급액은 792억원인 것으로 조사된 반면에 올해 1월 1022억원(29%), 2월 1089억원(37.5%)로 총 지급액 청구 단위가 1000억원대로 바뀌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한안과학회도 비윤리적인 불법행위는 근절돼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대한안과학회는 최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일부 안과에서 시행되고 있는 비윤리적인 불법행위를 인지하고 그동안 수차례 경고문을 발송하는 등 안과학회 자체의 자정 노력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학회 측은 또 “일부 안과의원들로 인해 국민의 눈 건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대다수 안과 의사들의 위상이 훼손되고 있는 것이 현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시력 검사 관련 이미지./사진=픽사베이
시력 검사 관련 이미지./사진=픽사베이

보험업계와 의료계가 ‘일부 안과병(의)원’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특정 지역에 몰려 있는 안과들의 백내장 수술 평균 지급액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손해보험협회·생명보험협회는 “실손보험금 지급 상위 50개 안과병(의)원은 일부 특정지역(서울 강남 등)에 밀집되어 있다”며 “해당 병원의 비급여 다초점렌즈 양안수술 비용은 1400만원으로 보통의 일반 안과병(의)원 수술비 600만원의 2배 이상을 초과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는 일부 문제 안과병(의)원이 진료비 일부 환급을 조건으로 실손보험 가입환자를 유인하고, 비급여 항목인 시력 교정용 다초점 렌즈 비용을 과도하게 책정해 실손보험금에 전가하는 등의 방법으로 폭리를 취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2월 <뉴스워치>가 서울 강남에 있는 안과를 방문해 상담을 받아본 결과, 본인이 상담실장이라고 밝힌 사람이 4월부터 실손보험 청구가 까다로워진다는 이유를 내걸며 노안수술을 당장 받는 것을 추천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문제가 계속 되자 결국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포상금까지 내걸었다. 다음 달 31일까지 불법 의료행위가 의심되는 문제 안과병원을 금융감독원 및 보험회사에 신고할 경우 관련 규정에 따라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포상금 지급 규정(안)을 보면 특별 신고기간 내에 제보된 사건의 수사가 진행돼 신고자의 구체적 물증 제시 및 참고인 진술 등 적극적 수사협조가 인정될 때 신고자 구분에 따라 포상금을 확대 지급한다고 명시됐다.

병원 관계자는 3000만원, 브로커(설계사 등)는 1000만원, 안과병원 이용 환자는 100만원 등으로 제보자 구분에 따라 신고포상금이 차등 지급된다. 지급 조건은 ▲수시기관 확대·진행된 사건 ▲구체적 증거 수사기관 제공 ▲수시기관 참고인 진술 등이다.

대한안과학회는 브로커에 의한 소개, 환자들에게 오히려 금전을 주며 진료받도록 유인하는 행위는 의료법(27조 3항)을 위반하는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강조했다.

특히 경우에 따라 환자도 의도하지 않게 불법행위에 가담했다는 사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비윤리적인 불법행위를 봤다면 대한의사협회, 대한안과학회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는 게 학회 측 설명이다.

시력 교정 관련 이미지./사진=픽사베이
시력 교정 관련 이미지./사진=픽사베이

금융당국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은 불필요한 과잉진료로 인한 보험금 누수는 국민건강보험 및 민영 보험회사의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하여 대다수 국민의 보험료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해당 소비자 및 의료기관은 보험사기 등 불법행위에 연루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아직 이와 같은 내용을 잘 모르는 실손보험 가입자가 적지 않기 때문에 보험사와 고객의 갈등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백내장 수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세극등현미경’ 검사 자료 제출 등을 요구하면 보험금 지급을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고객들의 항의가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고객 모두에게 현재 진행 중인 노안수술 및 백내장 수술 관련 실손보험금 논란에 대해 일일이 설명할 수도 없지 않은가”라며 “일부 안과병(의)원의 부도덕한 의료 행위가 근절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민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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