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적발금액 매년 증가…보험사별 자체 시스템만으론 ‘부족’
보험업계 “통합 검증 시스템 도입 등 보험사기 원천 봉쇄해야” 강조
정치권과 금융당국도 조직형 보험사기 등에 대한 적발 강화 나서

[뉴스워치= 김민수 기자] 살인·상해와 같은 중대범죄를 통한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1년 동안 약 4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량한 피해자를 막기 위해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보험사들이 자체적으로 조사업무를 진행하고 있지만, 개인정보보호법이 강화되면서 이를 악용해 허위·거짓으로 보험금을 받으려는 사람이 좀처럼 줄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18일 금융감독원이 조사한 ‘2019~2021년 보험사기 유형별 적발금액’ 현황을 보면 고의사고 항목 중 살인·상해와 관련한 적발금액이 최근 크게 늘어났다.

세부 내용을 보면 2019년과 2020년 살인·상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각각 33억원, 37억원 수준이었지만, 2021년에는 52억원으로 2020년보다 약 40%(15억원) 증가했다.

▲자살·자해 ▲고의충돌의 경우에도 2021년 한 해 동안 적발된 보험사기 금액이 각각 870억원, 610억원으로 2020년보다 약 22%, 16.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의사고와 관련한 적발된 인원도 많아졌다. 살인·상해로 적발된 인원은 2019년 46명, 2020년 72명, 2021년 97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자살·자해 보험사기 인원은 2019년 791명, 2020년 858명, 2021년 1052명으로 늘었고, 고의충돌 보험사기 인원은 2019년 6718명, 2020년 9100명, 2021년 1만 637명으로 늘어났다.

보험사기 관련 컴퓨터그래픽./사진=연합뉴스
보험사기 관련 컴퓨터그래픽./사진=연합뉴스

이와 같은 보험사기가 계속 늘어나는 이유는 보험금을 지급하기 전에 보험사별로 자체 조사 및 검증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보험사기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손해보험협회가 지난 2020년 6월 규정한 ‘보험사기 조사업무 모범규준’을 보면 ▲보험사기 방지체계(보험사기 조사 전담조직, 신고센터 설치 및 운영, 내부통제) ▲조사단계별 준수사항(조사 실시, 조사결과 처리, 사후관리) ▲소비자 보호(개인정보 보호, 분쟁방지 및 조정) 등이 담겨 있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모범규준이 강제성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모든 보험사가 이를 기준으로 보험사기 조사 전담조직을 운영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모범규준 제1장 제4조를 보면 ‘법규가 아니므로 강제성이나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 아니한다’고 명시된 상태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정황상 증거’를 갖고, 수사기관에 보험사기를 의뢰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고객과의 마찰이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보험사기 입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뉴스워치>와의 통화에서 “일부에서는 보험사들이 너무 엄격하게 보험금 지급 심사를 거친다고 불만을 제기하지만, 보험사기를 막으려면 그럴 수밖에 없다”며 “보험금 지급 심사 과정이 허술하다면 더 많은 보험사기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보험사기가 앞으로도 매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보험업계는 보험사 1곳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여러 군데를 변경하면서 악의적으로 보험가입과 보험금 수령 등에 나서는 가입자를 거를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이 워낙 까다로워 고객이 다른 보험사에 가입 당시에 있었던 일을 알아볼 방법이 거의 없다”며 “보험사기가 날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기 때문에 보험사를 수차례 변경하면서 고액의 보험금을 노리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일부 가입 고객들은 보험금 지급 심사를 할 때 금융감독원, 언론사 등에 ‘보험사의 횡포’라고 제보하겠다면서 보험사를 협박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행 보험금 지급 검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보험사 간 통합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수사권을 가진 정부와 금융당국이 보험사기 적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A사와 B사가 각자의 고객 정보를 확인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지만, ‘쇼핑’하듯 돌아다니는 보험사기를 막으려면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며 “선량한 가입자들의 보험금 누수 현상을 막으려면 보험사기를 원천봉쇄할 수 있는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금 편취 관련 컴퓨터그래픽./사진=연합뉴스
보험금 편취 관련 컴퓨터그래픽./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보험사기 처벌 강화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은 올해 초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정부합동대책반을 설치하는 내용을 골자로 보험사기 알선·권유와 같은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윤관석 의원실은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청년층이 조직적으로 보험사기에 공모하는 일이 늘고 있다”며 “갈수록 지능화·조직화 되는 보험사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담으로 수사할 수 있는 합동 대책반을 설치하는 등 정부와 유관기관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역시 유관기관(경찰청, 건보공단, 심평원 등)과 공조해 조직형 보험사기 등에 대한 조사 및 적발을 강화할 계획을 수립했다. 이와 더불어 보험사기 방지를 위한 제도 및 업무관행 개선, 예방 교육, 홍보활동 등을 병행할 예정이다.

최근 5년 동안 적발된 전체 보험사기 인원의 경우 8만 3535명(2017년), 7만 9179명(2018년), 9만 2538명(2019년), 9만 8826(2020년), 9만 7629명(2021년)으로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험사기를 제안받거나, 의심사례를 알게 된 경우 금융감독원 또는 보험사 보험사기신고센터에 제보해 주길 당부 드린다”고 강조했다.

김민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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