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 / 동덕여대 교수

1990년대 정부의 세계화·국제화 추세로부터 시작된 외국인의 이주는 이제 빠른 속도로 한국을 다문화·다인종 국가로 변모시키고 있다.

2015년 행정안전부에서 발표한 ‘외국인 주민 현황조사’에 따르면 다문화가족은 82만 명 안팎이며, 결혼이민자 및 귀화자의 자녀도 20만 명이 넘는다.

다문화가정 결혼이주자가 사회 적응하면서 가장 먼저 만나는 문제가 문화적 충격과 언어 장해이다. 다문화가정의 자녀 역시 학교 학습과 친구 간의 교류 등에 수많은 난관을 접하게 된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한국어 미숙으로 말미암아 학교에서는 물론 사회 진출에서도 평등한 출발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교육부는 다문화 아동에게 취학 전 동등한 출발점을 보장하기 위해 유치원 단계부터 언어 및 기초학습 등을 지원하는 다문화 유치원 60개를  선정해 시범 운영해오고 있다. 또 중도입국학생 및 외국인 학생 등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 적응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예비학교 110개교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더불어 다문화이해 및 반 편견 교육 등을 실시하는 다문화 중점학교 180교 운영과 전국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는 300명의 다문화 언어발달지도사가 다문화가족 자녀들의 언어발달을 측정·평가하고 그것에 따라 지도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다문화 학생의 경우 대부분 국내에서 태어나 우리사회의 구성원이 될 아이들이지만 한국어 능력 부족으로 인한 기초문해 교육의 어려움 등으로 학령기에 진입하면서 불리한 출발선에 설 가능성이 높다.

언어는 인간으로 하여금 자기정체성을 갖게 하는 가장 큰 무기이다. 이에 독일, 캐나다 등 다문화 선행국가에서 이주민에게 실시하는 모국어교육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국제가정 결혼이민자들이 이중언어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모국어가 자녀들의 취학이나 취업의 대안을 넓혀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언어 능력은 대학의 학과통폐합 등으로 가뜩이나 외국어 교육이 부실화된 우리 사회와 국가에 앞으로 커다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학생들은 이러한 언어를 학습하면서 사회의 유능한 일원으로 성장할 것이다.

지난 2009년 교육부가 도입한 이중언어강사 제도는 4년제 대졸 이상의 결혼 이주여성을 다문화 가정 청소년에게 한국어와 모국어를 가르치는 강사로 양성해 일선 학교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1년 단위로 고용 계약이 되다 보니 재계약을 위해 과도한 업무를 감내하는 경향이 있고, 다른 교사와의 소통과 연수 기회도 한계가 있어 그동안 유명무실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국내 언론 보도에 의하면 현재 서울에서 활동 중인 이중언어 강사는 고작 86명이지만 이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다문화 가정 학생은 서울에만 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더구나 중국어와 일본어 등을 제외하면 강사 수가 고작 1~2명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는 한국의 언어와 문화만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에서 이주민들의 모국어와 문화가 함께 존중되는 교육되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다문화가정 이주민들 스스로도 모국어와 모국 문화에 자긍심을 갖고 자신들의 공동체 문화를 건강하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으며 한국의 다문화주의는 이러한 토양위에 제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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