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021년 말 기준 4대 은행 국내 지점 모두 감소
스마트폰 활용 늘면서 지점 운용 관련 회의적 시각 늘고 있어
고령층 고객에 대한 배려, 일자리 감소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뉴스워치= 김민수 기자] 은행들이 사라지고 있다. 굳이 오프라인 지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금융 서비스를 볼 수 있고, 주요 은행들마다 디지털 금융과 관련한 새로운 서비스를 연이어 출시하면서 ‘지점 감소’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29일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에 따르면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지점을 방문하는 고객들이 점점 줄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지점 통합 및 무인점포 개설 등 대책 마련에 착수하고 있다.

은행 창구 관련 컴퓨터그래픽./사진=연합뉴스
은행 창구 관련 컴퓨터그래픽./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가 각 은행에게 문의한 결과, 최근 5년 사이 지점 폐쇄 현상은 뚜렷하게 엿보였다.

지점 현황을 종합적으로 정리해보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지점을 보유한 KB국민은행은 1062곳(2017년 말 기준), 1057곳(2018년), 1051곳(2019년), 972곳(2020년), 914곳(2021년)의 변동을 보였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2017년과 2018년 사이 지점이 살짝 증가했다가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한은행은 865곳(2017년), 876곳(2018년), 876곳(2019년), 859곳(2020년), 784곳(2021년)이었고, 우리은행은 876곳(2017년), 877곳(2018년), 874곳(2019년), 821곳(2020년), 768곳(2021년)을 보유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775곳(2017년), 753곳(2018년), 724곳(2019년), 651곳(2020년), 613곳(2021년)을 가진 상태였다.

이를 합산해 보면 주요 4대 은행의 총 지점은 2017년 3578곳에서 2021년 3079곳으로 5년 사이 499곳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이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지점을 줄이는 이유는 방문 고객 감소 및 비용 절감 효과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 각종 은행 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므로 지점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물론 붐비는 지점은 대기표를 뽑고, 한참을 기다릴 정도로 고객들이 많다”며 “그러나 일부 지방에서는 인구 감소와 더불어 은행을 방문하는 고객 역시 크게 감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별 로고./캡처=김민수
은행별 로고./캡처=김민수

문제는 지점 감소로 인한 부작용이다.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못한 고령층 고객에게는 지점 방문이 필수적이고, 젊은 세대라고 하더라도 현금을 찾으려면 현금인출기 또는 은행을 방문할 수밖에 없다.

(주)미디어리얼리서치코리아가 올해 1월 공개한 응답자 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최근 오프라인 은행 지점이 줄어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 10명 중 8명에 해당하는 약 79.86%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은행 이용 방법에 대해서는 온라인 뱅킹(44.43%)이 은행 지점 방문(33.79%)보다 약 11% 포인트 높았다. 텔레뱅킹(16.27%)이 세 번째였다.

‘은행 지점이 줄어들어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항목에는 ▲디지털 소외 계층의 불편 증가(48.5%) ▲정보 노출 등의 위험성 증가(30.54%) ▲직접 소통 부재에 따른 서비스 탐색의 어려움(13.76%) ▲기타(7.2%) 순으로 조사됐다.

미디어리얼리서치코리아 측은 “단순 기업의 이익이나 효율을 위해 기존 이용객들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는다면 은행에 대한 신뢰와 신용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몇 십 년 동안 오프라인 은행점을 이용해 온 고객들이 많으니 은행권에서 고객들에 대한 배려와 동시에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은행 지점 폐쇄는 고객뿐 아니라 일자리 감소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최근 은행 관련 노동조합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를 지적하면서 사측에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점 폐쇄 중단을 통한 고용안정 및 소비자 권리 강화에 나서야 한다며 지점 감소에 대한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은행 대출 관련 컴퓨터그래픽./사진=연합뉴스
은행 대출 관련 컴퓨터그래픽./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현재 주요 은행들은 지점 감소로 인한 부작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심 중이다. 

고객 방문이 뜸한 지역의 경우 ‘공동 지점 운영’ 방안이 모색되고 있고, 무인 점포 개설도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전국 각지에 배치된 우체국에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지점 감소 부작용 대책 관련 사항들이 하나둘씩 제시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디지털 금융 및 혁신이 최근 금융권에 불고 있는 것은 맞지만, 오프라인 지점도 아직까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무작정 감축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고객들이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곳곳에 흩어져 있는 지점을 하나로 뭉쳐 ‘대형 지점’을 운영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며 “대형 지점에서는 창구별로 대출, 보험, 카드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배치돼 수준 높은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민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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