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중 우리은행이 제일 먼저 전세대출 완화 계획 발표
금융위원회, 2월 중 가계대출 동향에 대해 ‘안정적’으로 평가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 “내부 논의만 할 뿐 확정 사항 없어”

[뉴스워치= 김민수 기자] 우리은행이 전세대출 완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코로나19 극복과정에서 큰 폭으로 확대된 가계부채 증가세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출 기준을 완화하면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사람이 늘어나기 때문에 가계부채가 늘어나게 된다. 현재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세를 안정적인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가계대출 총량 관리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18일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가나다 순)을 비롯한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전세자금 대출 한도를 늘리고, 전세대출 신청 기간도 기존보다 더 여유 있게 변경할 예정이다.

세부 내용을 보면 우리은행은 오는 21일부터 임대차(전세)계약 갱신에 의거한 전세자금 대출 한도를 갱신 계약서상 임차보증금(전셋값)의 80% 이내로 확대한다. 기존에는 임차보증금 증액 금액 범위 내에서만 대출 한도가 책정됐다.

임차보증금 증액 금액 범위와 임차보증금의 80% 이내는 대출 한도에 엄청난 차이를 보이게 된다.

단순 계산으로 전셋값 1000만원에서 100만원이 오르면 100만원을 빌릴 수 있던 반면에 이달 중순 이후부터 우리은행에서는 1100만원의 80%인 88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 본점 전경./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 본점 전경./사진=우리은행

이와 더불어 계약을 갱신할 때 전셋값이 오르지 않더라도 원래 낸 전셋값의 80%에 해당하는 금액을 대출받을 수 있어 고객 입장에서는 상당히 전세대출 규제가 완화된 셈이다.

우리은행은 또 신규 전세 계약서에 명시된 잔금 지급일 또는 주민등록전입일 중 빠른 날로부터 3개월 이내까지 전세자금 대출을 신청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손보기로 결정했다.

아직까지 잔금 지급일 이전까지만 전세자금 대출 신청이 가능하지만, 21일부터는 잔금 지급일과 주민등록전입일을 고려해 신청할 수 있다는 게 우리은행 측 설명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전세자금 대출 한도를 늘리고, 신청 기간도 조정함과 동시에 비대면 전세대출 신청 제한도 풀 것”이라며 “최근 가계대출 동향도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이번 조치를 시행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전세대출은 실수요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전세자금 대출과 관련한 규정이 완화되면서 금융지원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행의 이와 같은 조치가 올해 2분기 금융권 가계대출 동향에 어떠한 변수로 작용할지에 대한 전망은 아직 미지수다.

일부에서는 전세자금 대출 완화가 코로나19로 인한 가계부채 증가를 우려해 그동안 정부가 강하게 압박해왔던 대출 규제의 ‘비정상의 정상화’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2년 사이 가계 대출이 급증하면서 금융당국은 시중 은행들에게 대출 관련 기준을 엄격하게 할 것을 요구해왔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다시 예전 은행권 대출 기준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상황 뿐 대출 기준이 허술해진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대출 관련 컴퓨터그래픽./사진=연합뉴스
대출 관련 컴퓨터그래픽./사진=연합뉴스

실제로 금융당국은 올해 2월 기준 가계대출 동향을 발표하면서 모든 금융권 가계대출이 2000억원 감소해 1월(7000억원)에 이어 감소세가 지속되는 등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주택담보대출은 1월보다 소폭 증가했으나,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은 차주단위 DSR 확대 시행 등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안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는 증가폭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2월 주택담보대출은 전세대출(1조 4000억원)을 중심으로 1조 8000억원 증가했지만, 1월(2조 2000억원 증가)과 비교하면 4000억원 감소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큰 폭 확대된 가계부채 증가세가 안정적인 수준으로 유지되도록 연착륙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이 전세대출 완화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른 은행들의 조치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은 내부적으로 검토만 하고 있을 뿐 확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이른 시일 내 다른 은행들도 전세대출 규제 완화와 관련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마다 대출 상황이 다르지만, 전체적인 기조는 비슷하게 갈 수 밖에 없다”며 “우리은행 외에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은 곳은 없지만, 아마 대부분의 은행이 비슷한 내용을 담은 사항을 논의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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