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부서 업무방해’ 승소했지만,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 패소
지분율 약 67% 이르는 외국인 표심, 선임 안건 통과여부에 관건
은행 측 “판결문 검토 후 구체적인 입장 정리 발표 예정”

[뉴스워치= 김민수 기자] 하나금융그룹 차기 회장 후보로 내정된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법원 판결과 관련해 ‘온탕’과 ‘냉탕’을 오고가고 있어 최종 거취가 주목되고 있다.

이른바 채용비리로 불리는 ‘채용부서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에 대한 중징계 불복 행정소송은 패소해 하나금융그룹 회장 임명이 불투명해진 상태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채용비리 관련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채용비리 관련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15일 하나은행에 따르면 두 사건의 판결 결과는 모두 이달에 나왔다.

먼저 지난 11일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박보미 판사)는 ‘채용부서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로 기소된 함영주 부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서부지법은 채용부서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함영주 부회장이 합격을 지시했거나, 합격하도록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10년 동안 이루어져 온 관행에 대해 함영주 부회장이 보고받은 바가 없고, 함영주 부회장의 의사에 따라 이뤄진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결론 맺었다.

채용비리와 관련한 판결에 대한 1심 재판 결과가 무죄로 나오면서 함영주 부회장이 하나금융그룹 회장 임명에 한발자국 다가서는 듯 싶었으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와 관련한 행정소송이 발목을 붙잡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함영주 부회장에 대한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에 따른 징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했다.

2020년 3월 금융당국은 하나은행이 DLF 불완전 판매를 해 투자자들에게 대규모 손실을 입혔다는 이유로 사모펀드 신규 판매 업무 6개월 정지, 과태료 167억 80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하나은행장이었던 함영주 부회장은 관리·감독 부실로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DLF는 주가, 주가지수를 비롯해 실물자산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을 편입한 펀드를 뜻한다. 

당시 하나은행 측은 금융당국의 제재가 부당하다는 이유로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내면서 현재에 이르게 됐다.

그러나 법원의 1심 판결은 하나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가 합당하다는 방향으로 결론났다. 불과 1주일도 안 되는 사이에 함영주 부회장은 무죄 판결과 패소 판결을 한꺼번에 받게 된 셈이다.

하나은행은 패소 판결에 대해 항소의 뜻을 밝혔다. 또 기존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의 효력은 1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까지이므로 후보자가 회장직을 수행하는 데 제약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특히 DLF 판매 관련 업무정지등처분취소 소송 1심 판결 결과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혔다.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안에 의거해 사후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패소 판결이 나온 점에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나은행 측은 “그동안 본 사안 관련해 법적, 절차적 부당성에 대해 적극 설명했다”며 “손님 피해 회복을 위해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모두 수용해 투자자들에게 배상을 완료하는 등 최선을 다해 대응했음에도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이 11일 오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서울서부지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이 11일 오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서울서부지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금융위원회는 서울행정법원이 하나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한 점에 대해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다만, 하나은행과 금융위원회 양측 모두 판결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은 판결문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밝히겠다는 뜻을 전했다.

문제는 주주총회를 열흘 앞두고 패소 판결이 나와 함영주 부회장의 하나금융그룹 회장 임명 통과 여부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하나금융지주의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보면 작년 12월 31일 기준 외국인 지분율은 67.08%이고, 1%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총 13곳이다.

최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으로 보통주 2757만 7533주(9.19%)를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는 ‘BlackRock Fund Advisors’로 총 1473만 1818주(4.91%)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국민연금공단이 기업의 인사임명 및 경영방침에 별다른 관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도 외국인 지분율이 거의 70%에 가깝기 때문에 이들의 표심 향방이 중요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주총회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패소 판결이 나왔다는 점은 함영주 부회장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며 “하나은행이 외국인 등 투자자를 대상으로 설득에 나서겠지만, 어느 정도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하나금융그룹 로고./캡처=김민수
하나금융그룹 로고./캡처=김민수

현재 하나은행은 이번 판결과 관련해 내부 입장을 정리하면서 오는 25일 열릴 주주총회 준비에 돌입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주주들 사이에서 함영주 부회장이 과거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통합 과정에서 주어진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최근에는 ESG 경영 등 하나은행의 이미지와 평판을 높이 끌어올리고 있는 점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오는 4월 13일까지 집행정지 가처분 효력이 유지되기 때문에 사실상 함영주 부회장이 회장직을 수행하는데 문제될 부분은 현재로썬 없는 상태다.

하나금융그룹 제17기 정기주주총회는 오는 25일 오전 10시 하나금융그룹 명동사옥 4층 강당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민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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