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선수는 한국인이 아니다…단지 검은 머리 외국인일 뿐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가끔 텔레비전을 통해 스포츠 경기를 보다보면 사소한 것이지만 불편함을 느낀 적이 있다. 한국인의 모습이 아닌 서양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한국계라는 명칭을 붙여 ‘한국인의 피가 섞인’이라거나 ‘한국인의 유전자가 함께하는’이라는 다소 억지스러운 멘트로 그들에게 한국과의 연관성을 연결시키려고 한다.

박세리 프로 이후로 한국 여자 골프가 세계의 중심으로 발돋움하면서 새로운 불편함이 생겨났다. 골프 방송에서 동양인의 모습을 한 어린 여학생들에게 ‘박세리 키즈’라고 붙이거나 ‘한국의 골프 DNA를 가진 선수’라고 소개하는 모습에서 미국 국기나 뉴질랜드 국기를 가슴에 달고 나오는 선수들을 보면서 어색함을 느끼게 된다.

언론에서는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한국계 선수가 통산 몇 승을 합작했는지에 대해서 종종 언급이 된다. 이를 통해 국뽕(국가와 마약의 일종인 히로뽕(philopon)의 합성어)에 도취돼 무조건적인 한국인을 찬양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예전 미국 국적의 여자 골프 프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녀는 아기였을 때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에서 생활하고 미국식 교육을 받고 미국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전형적인 미국인이었다. 그녀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질문에 대해서 스스로 본인은 한국인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미 그들은 한국인이 아닌 검은 머리 외국인일 뿐이었다.

이들에 대해 안 좋은 말을 할 이유는 없을 듯하다. 다만 본인의 안위를 위해 한국 국적을 포기한 검은 머리 외국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이미 대표적인 케이스가 미국인인 스티브 승준 유(Steve Sueng Jun Yoo·한국명: 유승준)일 것이다. 스티브 승준 유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에서 가수로 활동하며 한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린 가수다.  단 한 번의 내리막길 없이 세기말을 풍미했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기 가수이자 만능 춤꾼으로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아름다운 청년, 진실한 청년 등 베이비 페이스와 그에 상반된 남성적인 몸매, 그리고 미성의 노래로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국가가 부른다면 언제든지 군대를 가겠다고 방송을 통해 공언하던 스티브 승준 유는 2002년 1월 미국 시민권 취득을 통해 병역 의무를 기피했다는 의혹을 받게 되면서 이 일로 국내에서의 이미지가 돌이킬 수 없이 추락한다.

이후 출입국 관리법 제11조 1항 3호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하는 염려가 있다는 내용에 근거하여 입국금지 처분을 받게 된다. 연예계 병역기피의 대명사로 불리면서 연예계는 물론 한국 사회의 영원한 흑역사가 된 가수가 된다.

하지만 스티브 승준 유는 군대에 입대할 법정 연령을 넘은 이후에 지속적으로 국내에 입국하려고 시도를 하고 있으며 단순 관광 비자가 아닌 취업 비자를 받으려고 시도를 하고 있어 국민의 공분을 사는 중이다.

‘2022 제24회 베이징동계올림픽’(베이징동계올림픽)이 시작되고 쇼트트랙으로 인해 한국 국민들은 연일 분노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중국의 노골적인 편파판정은 전세계의 비난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한국 국적을 포기한 2명의 검은 머리 외국인은 아닌 듯하다. 중국인인 린샤오쥔(林孝埈·한국명: 임효준)과 러시아인인 빅토르 안(Victor AN·한국명: 안현수)이다.

린샤오쥔은 한국 국적을 포기하기 전에 쇼트트랙 에이스로 활약했던 선수다. 하지만 2019년 6월 17일 진천선수촌에서의 쇼트트랙 대표팀 암벽 등반 훈련 도중 다른 선수들이 보는 앞에서 후배인 황대헌의 바지를 내려 신체의 일부가 노출됐고 황대헌은 선수촌과 대한체육회에 성희롱으로 신고하면서 선수로서 위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린샤오쥔은 이후 2020년 6월 3일 중국으로 귀화한 뒤 귀화사실을 숨긴 채 불법체류하면서 비겁한 변명으로 국민들에게 박탈감을 줬다.

린샤오쥔은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중국 혼성 계주팀의 금메달이 확정된 직후 중국판 인스타그램인 샤오훙수(小紅書)에 붉은색 점퍼를 입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자기 모습을 담은 사진을 올리며 그 밑에 중국어로 축하글을 남겼다. 앞서 올림픽 개막 전에 짧은 영상을 통해 중국인을 찬양하는 모습을 보이며 이제 중국인보다 더 중국인의 형태를 보였다.

이번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중국팀 코치인 빅토르 안도 한국 국민에게 허탈감을 준 것은 마찬가지다. 그가 한국에서 피해를 입고 러시아로 귀화했다는 이야기가 퍼질 때에는 동정 여론이 우세했지만 이미 러시아 귀화를 위해 준비를 했었다는 의혹이 터지면서 그에 대한 동정은 분노로 바뀌게 됐다. 또한 중국팀 코치를 맡아 중국의 편파판정에 대해서 정당성을 부여하는 부분에서는 검은 머리 외국인들의 모습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검은 머리 외국인들에 대해서 한국의 스포츠 국력이 퍼져나가는 일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그 일례로 박항서 베트남 국가대표 축구 감독은 대한민국 스포츠를 글로벌 무대에서 제대로 알린 인물이라고 평가를 한다. 맞는 말이다. 박항서 감독의 업적에 대해서는 두말할 나위 없는 일이다. 하지만 박항서 감독은 한국 국적을 지키면서 한국인으로의 자존감을 드높이며 세계 속에서 한국인의 위상을 드높인다는 점에서 검은 머리 외국인과 다르다. 검은 머리 외국인은 단지 본인의 안위를 위해 한국인임을 포기한 사람일 뿐이다.

최양수. /사진=스튜디오 모노클
최양수. /사진=스튜디오 모노클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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