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칼럼] 설날을 지내고 한 달 정도 지나면 다시 일본은 분주해지기 시작합니다. 입춘 전날 밤인 2월 3일은 세츠분(節分, せつぶん)으로 일본의 거의 모든 가정과 신사, 사찰에서 콩을 집 밖으로 던지며 “오니와 소토, 후쿠와 우치”(鬼は外、福は内, おにはそとふくわうち)라고 외치는 마메마키(豆まき)를 행사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림 박서하
그림 박서하

콩으로 상징되는 불운, 악운은 밖으로 던지고, 무병장수, 일본식 표현으로는 무병식재(無病息災, むびょうそくさい )를 안으로 들여오기 위해서입니다. 겨울에서 봄으로 들어서는 세쓰분(節分)에 “오니는 밖으로 복은 안으로” 불러들이는 ‘오니 퇴치’(鬼退治,おにたいじ)를 행하는 것은 계절이 변화하는 경계(季節の変わり目)에 생긴 틈 사이로 나쁜 기운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래 세쓰분은 계절의 경계에 해당하는 입춘·입하·입추·입동을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지금은 입춘 전날만 세츠분이라 합니다. 세츠분의 오니 퇴치는 ‘속일본서기(続日本書紀)’(797)에도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로 섣달그믐날(大晦日,おおみそか) 행해지던 궁중 행사였습니다.

그런데 에도시대에는 사라졌다가 언제부턴가 서민들을 중심으로 세츠분에 마매마키(豆まき) 행사가 대중화되었는데, 마매마키(豆まき)의 마매(豆, まめ)는 일본어로 콩, 마키는 씨앗 등을 땅에 뿌린다는 의미의 마쿠(蒔く, まく)라는 동사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말입니다.

그럼 왜 콩을 던지는 걸까요? 아주 오래전부터 일본인은 어령(言霊), 즉 말에 영혼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문자에 다른 음이나 의미를 부여하여 즐기는, 고로아와세(語呂合わせ, ごろあわせ)가 발전하였는데, 일본어로 콩을 마매(豆, まめ)라고 하므로 오니의 눈(鬼の目)을 의미하는 마목(魔目)이 콩과 같은 마매(まめ)라고 하여 콩을 던진다는 설도 있고, 콩은 오곡의 상징이라 콩에는 신이 깃들여져 있어 콩을 던진다는 설이 있습니다.

세츠분에 사용하는 콩은 일본에서 친근한 대두를 사용하는데, 세츠분의 전날에 콩을 볶아 되에 담아 가미타나(神棚)에 올려놓은 콩을 사용합니다. 이런 콩을 ‘복을 부르는 콩’이라 하여 후쿠마매(福豆)라고 합니다. 집에 가미타나(神棚)가 없는 경우는 하얀 종이에 콩을 올려놓고 시선보다 높은 곳에 올려놓습니다.

볶은 콩을 사용하는 것은 콩에서 싹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함인데, 예전에는 콩에서 싹이 나오면 흉사가 일어난다고 생각하여 두려워했다고 합니다. 눈이 많이 오는 동북지역에서는 볶은 콩 대신 생콩을 사용하는데, 눈이 많이 쌓여있기에 밖으로 던진 콩을 찾을 수가 없어 차라리 생콩을 던져 새싹이 나온 후 던진 콩을 찾도록 한다고 합니다.

이 복콩은 아무렇게나 던지는 것이 아닙니다. 던지는 데에도 지켜야 할 규율이 많습니다. 콩은 집안의 어른이 던지는데, 그해 삼재가 꼈거나 액운이 들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던집니다. 오니는 늦은 밤에만 활동하니까 마매마키는 밤 8시에서 10시 사이에 행하는데, 콩을 넣은 되는 왼손으로 잡고 가슴 정도의 위치에서 오른손으로 “오니와 소토”(鬼は外)라고 소리치며 던집니다.

콩을 던지는 순서는 현관에서 창, 방의 순서로 던지는데, 방에서 밖으로 오니를 쫓아내듯 던집니다. 다 던지고 나면 오니가 들어오지 못하고 복이 달아나지 않도록 바로 문을 닫아버려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문을 닫은 후에는 “후가와 우치”(福は内!, 복은 안으로)라고 소리치며 방을 향해 콩을 던집니다. 현관은 가장 나중에 던지는데 다 던지고 나면 1년 동안 액운이 사라지기를 기원하면서 콩을 자기 나이보다 하나 더 많이 먹습니다. 이 콩은 토시토리마매(年取り豆)라고 하는데, 가족이 모두 먹습니다. 콩을 먹기가 어려운 사람들은 복을 가져오는 각종 좋은 것이 들어있는 복차(福茶)를 마시는 것으로 대신할 수도 있습니다.

세츠분에 볶은 콩과 더불어 에호마키(恵方巻き,えほうまき)라는 김밥을 같이 먹습니다. 이 김밥은, 상업의 도시, 오사카에서 1940년경에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세츠분 날, 동쪽을 바라보며 소망을 기원하며 두텁게 말은 김밥을 자르지 않고 조용히 한 번에 먹어야 합니다.

먹다의 일본어, 다베루(食べる)는 오니 퇴치(鬼退治)라는 의미가 들어있는데, 나쁜 것을 없애는 동시에 상업번창과 행복을 한꺼번에 이루겠다는 욕심을 담아 먹습니다. 김밥의 속은 부와 건강, 무와 예를 주관하는 7신, 즉, 시찌후쿠진(七福神, しちふくじん)과 관련된 것(오이, 계란, 장어, 버섯, 박고지, 흰살 생선, 얼려서 말린 두부)들을 넣습니다.

액운은 내 마음을 어지럽히는 거짓에 눈을 돌리는 순간 내 안으로 들어옵니다. 찬 겨울바람에 옷깃을 여미듯 그렇게 내 마음과 내 주변을 들여다본다면 오니도 감히 내 곁에 얼씬거리지 못할 겁니다. 올 한해 “오니와 소토, 후쿠와 우치”

최유경 교수
최유경 교수

◆ 프로필

◇ 이화여자대학 졸업

◇ 오사카부립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 서울대, 성균관대 등 다수대학에서 강의

◇ 서울대인문학연구원, 명지대 연구교수, 학술교수

※ 외부인사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