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 조사회사가 같은 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대선 후보 지지율이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시기에 조사를 했는데,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은 왜일까.

조사회사의 한 관계자는 “두 조사는 조사 방식이 똑같고 조사 시기도 거의 같다”며 “왜 이렇게 서로 다른 결과가 나왔는지 파악하기 위해선 내부적으로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론조사 지지율은 선거에 있어 절대적이다. 그래서 선거 여론조사는 객관성과 정확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현실은 부실한 여론조사기관의 난립과 법령의 미비로 들쭉날쭉한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돼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언론사와 여론조사기관의 기이한 상생구조가 만들어낸 여론조사와 보도의 폐해는 심각하다. 몇몇 대선 후보 간 경쟁에 초점을 맞춰 순위를 매기는 ‘경마식 선거’ 보도는 다른 후보 주자들에 대한 정보 역차별로 나타나 그들이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상실된다는데 문제가 있다.

인물, 공약과 정책, 미래 비전 등이 선거운동의 중심축이 되고 선택기준이 돼야 마땅하나, 이를 밀어내고 왜곡된 여론조사 지지율과 보도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직선거법은 여론조사 때 전 계층을 대표할 수 있는 피조사자 선정, 편향된 어휘·문장 질문 금지, 응답 강요·유도 금지, 사행성 조장 방법의 조사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추상적인 이들 규정만으로는 미흡하다. 유권자의 후보자 선택 기준을 인물, 정책과 공약, 미래 비전에 집중시키고, 부실한 여론조사의 폐해를 방지하는 입법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정보에는 많은 숫자가 포함되어 있다. 숫자는 그 자체로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다. 그래서 숫자에 대한 신뢰는 절대적이다.

영국 수상을 지낸 디즈레일리(Benjamin Disraeli)는 새빨간 거짓말보다 더 심한 거짓말은 통계라고 말한 바 있다.

이즈음 집값 급등 책임을 정부가 아닌, 투기세력과 과도한 기대심리를 가진 국민 탓으로 돌린 논리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의 허점투성이 논리는 급한 대로 입맛에 맞는 통계만 끌어다 쓴 결과다. 이렇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 통계 왜곡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언제부턴가 정부 통계를 믿지 못하게 돼 버렸다. 아무리 조사 방법이나 표본에 따라 오차가 있다고 하지만, 발표되는 결과는 조사마다 들쭉날쭉하고 체감하는 여론과도 거리가 멀다.

정부는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을 집권 4년간 86% 올려놓고는 시세는 17% 올랐다고 계속 강변한다. 시세를 잘 반영하는 통계는 제쳐 놓고, 국가 공식통계라며 오로지 한국감정원(현 한국부동산원) 주택매매가격지수만 내밀며 집값 급등을 부인했던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때와 똑같다.

부동산 통계 왜곡은 정책 신뢰도와 직결돼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정부 장담과 거꾸로 가야 손해 보지 않는다”는 얘기가 공공연할 정도로 부동산 정책 불신이 심각하다. 연이은 ‘집값 고점’ 경고와 자제 읍소에도 시장에선 콧방귀도 뀌지 않게 만든 게 바로 정부 당국자들이다.

숫자로 목표를 관리하는 것은 기업이나 정부나 다를 게 없다. 역대 정부치고 숫자관리에 목매달지 않은 정부는 없었다. 하지만 매번 실패로 돌아갔다. 기업이야 사업환경을 치밀하게 분석해 목표를 세운 후 생사를 걸고 덤벼들지만, 관에서는 보여주기 식 숫자에 능하다.

정부 일자리 사업 상당수는 일자리 통계 분식(粉飾)이라고 할 정도로 엉터리 수준이다. 정부는 그동안 휴지 줍기, 새똥 닦기, 교통안전 지킴이 같은 온갖 명목의 ‘가짜 일자리’를 60만~70만개 만들어 고용지표 눈속임을 해왔다. 대부분이 60세 이상 고령층의 세금 알바였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 속에서 취업자 감소폭이 20만~40만 명대를 유지한 것도 정부가 대거 만든 고령자 세금 알바 덕분이었다. 일시휴직자도 취업자 통계에 포함시켰다. 이 가짜 숫자를 내놓고 “고용이 개선됐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른바 일자리 분식이다.

이번 정부에서는 통계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통계청장을 갈아치웠다. 현 정부 출범 초 소득불평등이 심해진 통계가 나오자 “좋은 통계로 보답하겠다”는 인사를 통계청장에 앉혔다. 새로 임명된 통계청장은 느닷없이 소득통계의 표본수, 응답기간, 조사기법 등을 변경해 과거 소득과 비교하는 것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렸다.

이러니 현 정부 인사들이 잘못된 정책을 고칠 생각은 않고 통계를 조작하고 있다는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다.

김웅식 정책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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