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인천국제공항이 시끄럽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전·현직 사장의 리더십이 정면충돌해서다. 구본환 전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해임 취소소송 1심에서 승소, 사장에 복귀했지만 김경욱 현 사장은 그의 복귀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사상 초유의 전·현직 사장의 동시 재임은 법원 판결 때문이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구 전 사장이 제출한 해임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지난해 12월 받아들였다.

김 사장은 구 전 사장의 복귀는 말도 안 된다고 맞서지만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구 전 사장은 자신의 복귀가 당연하다며 소신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구 전 사장은 공사가 제공할 사장실도 둘러봤으며 법적으로 해임의 부당함이 인정돼 업무용차도 지급받았다. 그는 “김경욱 사장과 함께 정해진 분야에서 4월15일까지 소임을 다해 사장 임기를 끝마치겠다”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구 전 사장은 2019년 4월 3년 임기로 취임했지만 2020년 9월 해임됐다.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국토교통부의 해임 건의에 따라 이뤄진 조치였다.

국토부가 공개한 해임 사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구 전 사장이 2019년 10월 2일 태풍 대비 명목으로 국정감사장을 떠난 뒤 사적 모임을 갖는 등 비상 대비 태세를 소홀히 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국토부는 구 전 사장이 당시 일정을 국회에 허위 보고했다고도 판단했다. 국토부는 부당 인사를 당했다며 항의 이메일을 보낸 직원에 대한 부당 징계(직위 해제)를 지시해 인사권을 남용했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나 공사 안팎에선 정부가 '인국공 사태' 책임을 물어 구 전 사장을 해임했다는 목소리도 컸다. 공사는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을 직접 고용하는 방식으로 정규직화하는 과정에서 정규직 직원과 취업 준비생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구 전 사장이 허위 보고했거나 인사권 남용을 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정부법무공단은 1심에 불복해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구 전 사장이 다시 출근하게 되면서 인국공은 사장이 두 명인 '한 지붕 두 사장' 체제가 됐다.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 것이다. 한국국토정보공사(LX)에 이어 국토부 산하 공기업에서 두 번째 벌어지는 극히 드문 촌극인 셈이다.

앞서 최창학 전 LX 사장도 역시 대통령을 상대로 한 해임처분 취소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잔여임기 동안 출근을 재개한 바 있다.

당시 법원에선 반론권 미보장 등 해임의 절차적 하자를 들어 최 전 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해임 사유의 적절성을 따져볼 필요도 없이 절차적으로 너무 하자가 명백했다는 의미다.

이번 구 전 사장의 경우는 국토부가 제시한 해임 사유를 법원이 인정하지 않았다. 애초 해임할 만한 사안이 아니었다고 판단한 셈이다.

정권이 바뀌면 코드에 맞지 않는 기관장들은 혹시 모를 교체인사 걱정에 밤잠을 설치게 마련이다. 비록 임기가 남아 있다 하더라도 위에서 가해지는 은근한 사퇴압박에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떠나는 인사들을 여럿 봐 왔다.

현 정권 탄생에 일조를 한 여권 인사는 삼수 끝에 3년 임기의 공기업 이사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두 번의 실패 끝인지라 이젠 마음을 비우고 있었는데, 현 정권 임기를 몇 달 여 앞둔 지난해 소원을 이룬 것이다. 이 인사는 설혹 정권교체가 이뤄지더라도 남은 임기를 반드시 채울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정권을 잡은 쪽에서는 선거 과정에서 도와준 사람들을 보은인사를 통해 한 자리씩 챙겨주려 할 것이다. 어쩌면 그런 자리 하나쯤 기대하며 선거과정에 참여했는지도 모른다. 좋은 자리는 한정돼 있고 선거에서 공을 세운 사람은 많다 보니 현직 기관장들을 압박해 물러나게 하는 폐단이 있었다.

오는 3월이면 새 대통령이 탄생하고, 임기를 시작하면 측근들이라고 생각되는 인사들을 여러 곳의 기관장 자리에 앉힐 것이다. 하지만 예전처럼 무리하게 인사교체를 하지 않고 현 기관장의 임기가 끝나 자연스럽게 후임자가 자리를 이어받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코드가 맞지 않는 경우라든가 정권의 눈 밖에 나 공공기관장이 해임돼도 당사자가 소송으로 갈 경우 문제는 앞선 기관장의 두 사례처럼 복잡해진다. 이는 어떻게 보면 국력낭비다.

김웅식 정책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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