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새해 벽두인 지난 2일 한국수력원자력이 이집트 원전 건설사업에 참여한다는 낭보를 전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원전 수출에서 전혀 실적을 거두지 못하고,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원전산업 생태계가 무너진 것을 고려하면 이집트 원전 건설 참여는 가뭄 속 단비라 할 수 있다.

총 300억 달러짜리 이번 사업 중 한국 몫은 5∼10%인 2조∼3조 원 정도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4월 말쯤 정식 계약을 맺을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맡는 부분은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의 자회사가 2017년 이집트에서 따낸 사업 중  부속건물 등 ‘2차 계통’이다. 원전의 심장인 원자로에는 한국이 자랑하는 ‘APR-1400’이 아닌 러시아의 ‘VVER-1200’ 모델이 들어간다. 사막인 UAE에 원전을 지어본 경험 때문에 러시아 측이 먼저 우리에게 파트너가 돼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최근 유럽연합(EU)은 원자력 발전과 천연가스에 대한 투자를 환경·기후 친화적인 ‘녹색 분류체계(taxonomy)’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이와 정반대로 원전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서 제외했다. 원전 복귀가 세계적 추세임에도 탈원전을 고수함으로써 스스로 원전 경쟁력을 갉아먹는 형국이다.

원전이 EU 택소노미에는 포함되고 ‘K-택소노미’에선 제외된다는 것은 원전 수출에 커다란 악재가 될 것은 자명하다. 현재 동유럽에서 원전 수주 경쟁을 벌이는 한국 입장에선 프랑스 같은 유럽 경쟁국에 비해 자금조달 경쟁에서 뒤처지게 될 게 뻔하다. 신뢰도에도 큰 타격이 우려된다.

국제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은 우리의 원전 기술을 고려하면 한국이 이집트에 원전을 건설하고도 남는다. 탈원전 정책으로 우리가 최고의 원전 기술력을 사장시키는 사이 러시아·중국 등이 세계 원전 시장을 석권하게 됐고, 그 결과 한국은 러시아 회사로부터 원자로 건물을 제외한 나머지 부속 건물 공사를 수주 받는 처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6차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에 참석해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 이상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 순(純)배출량을 제로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 목표를 이루려면 우리는 그때까지 매년 평균 4.17%의 감축률을 유지해야 한다. 속도가 매우 가파르다. 이 때문에 탄소중립 계획이 무모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속도가 미국 등 선진국보다 2~3배나 빠른 데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기술로는 실현하기 매우 어렵다는 게 이유다.

이즈음 전 세계적으로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다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原電)에 주목하고 있다.

원전 사고 등으로 인해 탈원전이 한때 세계를 유행처럼 휩쓸었으나 반전되고 있는 것이다. 당초 기대한 환경개선 효과보다는 전력난을 초래했고, 4차 산업으로 급증하는 전력을 원전이 아니면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원전 사고를 겪은 일본마저 원전을 재가동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독점하고 있는 원전(原電) 시장을 되찾아 와야 한다며 원자력 재건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원전과 수소를 중점 육성하겠다는 ‘프랑스 2030′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개발, 원자력 폐기물 관리, 수소 인프라 확충 등에 우리 돈으로 약 11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는 석탄화력발전소 56기가 가동 중이며, 7기를 새로 짓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비율도 26.8%에서 7.5%로 축소한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61.9%로 높이는 대신 원전 비중은 23%에서 7%로 낮춘다.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는 원전은 탄소중립 로드맵을 짜는 데 핵심이다. 전문가의 분석에 따르면, 에너지원별(kWh당)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석탄이 991g, 석유는 782g, 가스는 549g이다. 태양광은 57g, 원자력은 10g밖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경제성까지 고려한다면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원자력보다 좋은 에너지는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는 UAE에 원전 4기를 수출할 정도로 원전 기술 면에서 세계 정상을 달린다. 전 세계 430기의 원전 건설이 검토되는 상황을 잘 활용하면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볼 수 있다. 한국형 모델인 APR-1400은 미국 안전기준에도 유일하게 통과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탈원전론자들은 지진 등 천재지변으로 원전에 문제가 생기면 그 피해가 재앙 수준이기에 원전을 더 이상 짓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원전 APR-1400은 수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가압경수로로 폭발 가능성이 낮다.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일본의 비등경수로와는 안전성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그래서 UAE는 수십 조원을 들여 한국형 원전을 선택한 것이다. 

김웅식 정책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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