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이정우 기자] 이혼 후 300일 내에 낳은 아이에게 현행 법은 전 남편의 성을 따르게 했다. 하지만 이것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최모씨가 제기한 민법 844조의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고 5일 밝혔다.

우리 민법 제844조 2항은 ‘혼인성립의 날로부터 200일 후 또는 혼인관계종료의 날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는 혼인 중 포태한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규정되면서 이혼 후 300일 내에 낳은 아이는 이혼한 아버지의 성을 따르게 되는 것이 현행 제도이다.

아이가 현 동거인의 성을 따르게 하려면 전 남편을 상대로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한 뒤 유전자검사 결과를 증거로 제출해 승소확정판결을 받고 가족관계등록부를 정리하는 등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이에 최모씨가 위헌 소송을 제기한 것. 이에 대해 헌재는 “혼인 종료 후 300일 이내 출생한 자를 전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하는 친생추정제도는 모자관계와 달리 부자관계의 정확한 증명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전제 아래 만들어진 것인데 유전자검사 등을 통해 친자관계 증명이 가능하게 된 현 상황에서 부자관계 입증 곤란은 더 이상 친생추정의 근거가 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회적으로 이혼·재혼이 늘고 법률적으로 여성의 재혼금지기간도 폐지된 데다 이혼에 필요한 시간이 상당히 늘어난 이상 혼인 종료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아이가 전 남편의 친자일 개연성은 과거에 비하여 크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친자관계를 신속히 정리하고 새로운 가정을 이루려고 하는 당사자의 의사를 도외시하는 결과만 초래한다”며 “사회적·의학적·법률적 사정변경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아무런 예외 없이 일률적으로 300일의 기준만 강요하는 것은 어머니가 가정생활과 신분관계에서 누려야 할 인격권과 행복추구권,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단순위헌으로 결정되면 혼인종료 후 300일 이내 출생한 자녀에 대한 친생추정이 즉시 없어져 전 남편의 친생자임이 명확한 경우에도 친생추정이 소멸돼 자녀의 법적 지위에 공백이 발생하기 때문에 헌법불합치로 결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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