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이우탁 기자]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가 재촉하는 새로운 에너지에 대한 열망과 노력이 '핵융합'이라는 성역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

핵융합은 1920년대 처음 이론화된 이후 줄곧 과학자들의 상상력과 도전의지를 자극해왔다. 그것은 모두가 꿈꿔온 안전하고 깨끗하고 자급자족이 가능한 거의 무한대의 에너지원이다.

핵융합 실험에는 중수소와 삼중수소라는 수소동위원소가 사용된다. 과학자들은 수십 년 동안 수소 연료가 8300℃만도 이상의 온도에 도달하면서 에너지를 공급하고 유지하는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최근까지 핵융합 단일 실험으로는 플라스마를 2억6000만℃ 이상으로 순간 가열하는데 성공하거나, 플라스마를 210초 동안 유지한 것이 역대 실험결과 중 최고기록이지만 동시에 이뤄진 경우는 없다.

핵융합의 최대 난제는 초고온의 핵융합 반응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방법은 자기장에 플라스마를 인위적으로 가둠으로써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것인데 토카막(Tokamak)과 스텔라레이터(stellarator)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토카막은 플라스마를 가두는데 효과적이지만, 플라스마에 전류를 흘려야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에 전류가 불안정해지거나 끊어지면 반응이 중단된다는 약점이 있다. 반면 플라스마에 전류를 보낼 필요가 없는 스텔라레이터는 안정적으로 플라스마를 농축할 수 있지만, 구현이 극히 어렵다.

과학계에서는 두 방식을 둘러싼 많은 논쟁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선 경쟁 우위 면에서 비교적 둘 사이의 차이가 적은데다가 다른 해결책이 부족하기 때문에 가능성 면에서 두 가지 방식 모두를 살펴보는 것이 현실적인 것이라고 대부분 말하고 있다.

스텔라레이터 방식의 핵융합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개발·운영 중인 사례 하나가 있다. 독일의 '벤델슈타인(Wendelstein) 7-X'가 그것이다. 지난 2016년 헬륨 플라스마를 이용해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를 점검한 후, 2017년부터 가동 중인 벤델슈타인 7-X는 1억8000만℃ 이상 이르는데 성공했으며, 동시에 지속시간도 102초 동안 유지했다.

이에 대해 당시 막스플랑크연구소 관계자는 100초 이상 고온을 유지하는 것은 스텔라레이터 방식으로는 역대 최고기록이지만 실용화 단계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며, 30분 이상 초고온 플라스마를 자기장 안에 가둔다는 목표에 접근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라고 했다.

국내외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6월 중국과학원 산하 허페이(合肥) 물질과학연구원이 토카막 방식의 핵융합 실험로 '이스트(EAST)'를 이용해 1억2000만℃ 초고온에서 101초간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앞서 중국은 2017년 7월 5000만℃의 초고온 플라스마 상태를 101.2초간 유지한 바 있으며, 2018년 11월 1억℃ 온도를 내는데 성공했다.

또 미국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가 올해 9월 핵융합 실험에서 투입한 에너지의 70%가량 에너지를 핵융합 반응에서 얻어내는 성공했다. 실험은 축구장 3개 면적의 거대 시설에서 192개의 레이저가 사용됐다. 레이저들이 작은 표적에 일제히 조사돼, 그 안에 든 중수소와 삼중수소 연료에서 핵융합이 일어나게 했다. 순간적으로 1.35메가줄(MJ)의 핵융합 에너지가 생성됐다. 들어간 에너지는 1.9메가줄이다.

이와 관련해 연구소 관계자는 핵융합을 전기 생산에 사용하려면 핵융합 반응이 계속 일어나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투입된 에너지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핵융합에서 얻어야만 한다. 이런 조건을 충족할 때 핵융합 '점화'라 부른다며, 실험이 그 점화의 순간에 한 발짝 다가섰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진전들에도 불구하고, 과학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실험해온 핵융합 시스템 수준과 결과들을 고려해 볼 때 실증 단계에 이르는 것은 3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면서 난제를 하나씩 풀어갈 때마다,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독일의 벤델슈타인 7-X와 중국의 EAST 실험은 핵융합 실험에서 흥미롭고 주목할 만한 '돌파' 사례지만, 문제의 수준과 범위 내에서 그것들은 단지 걸음마 단계일 뿐이며, 한 발씩 다가갈 때마다 핵융합을 달성하기 위해 돌파해야 할 문제가 얼마나 기다리고 있을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한편 1988년 미국·소련·유럽(EU)·일본은 서로 독자적으로 수행하던 핵융합 연구를 공동으로 수행하기로 합의하고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이것은 50메가와트(㎿)의 에너지를 투입, 500㎿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핵융합실험로를 건설·운영해 핵융합에너지의 실현 가능성을 최종 검증하는 사업으로, 현재 한국도 참여하고 있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제공동프로젝트다. 실험로는 2007년이 돼서야 착공이 이뤄졌고, 오는 2025년 완공과 2035년 핵융합 시연을 목표하고 있다.

그런데 ITER 관계자는 그 동안 실험로 공사가 지연되거나 설계 분쟁이 계속 돼 왔다고 했다. 심지어 프로젝트 지원자금 삭감안을 검토하겠다는 국가도 있었다고 하면서, 이런 종류의 예산정책적 망설임과 함께 지연과 분쟁 등은 프로젝트에 걸림돌로 작용함으로써 수십 년간 이뤄지고 있는 일련의 '돌파'들이 집결될 실험로의 가능성을 희석시키고 있다고 했다.

또 ITER 건설에 있어서의 목표는 모든 부품을 동시에 도착시키는 것이지만, 각 부품을 다른 나라에 할당하는 것은 시기를 놓치는 정치적·경제적 변수를 야기하기에 부품 시공 및 설계 불일치와 관련된 문제들이 지연의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ITER이 2006년 처음 공식 승인을 받은 후, 2016년에 최초로 핵융합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됐었지만, 그 이후 최소 10년 뒤로 미뤄지게 됐다고 했다.

이어 관계자는 오늘날 핵융합 실험이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인도, 중국, 한국 등을 비롯해 몇몇 나라에서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더 많은 실험로들이 계획 중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첨언했다.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진공용기 6번 섹터가 제작에 한창인 모습. 6번 섹터는 2020년 4월 20일 제작을 마치고 같은해 5월 ITER 건설현장인 프랑스 카다라슈로 이동했다./사진=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진공용기 6번 섹터가 제작에 한창인 모습. 6번 섹터는 2020년 4월 20일 제작을 마치고 같은해 5월 ITER 건설현장인 프랑스 카다라슈로 이동했다./사진=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이와 관련해 학계 한 관계자는 핵융합 실험의 어려움은 더 많은 자금 조달과 지원이 투여돼야 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실증적 성과를 내기까지 최소 30년 이상과 같은 세대적인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잠재적 이득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핵융합 연구의 성과를 보는 날은 아직 멀기만 하다고 했다.

덧붙여, 투자 수익에 대한 즉각적인 열망과 조급함에 대해서는 그것이 핵융합 연구의 열정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우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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