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이우탁 기자]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한창인 가운데, 한국이 핵잠수함 건조를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핵잠수함을 건조해 운영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전략적·미시적 이점(利點)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방산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당위적으로는 국제사회에서의 정치·외교적 국가 위상과 자주국방 강화에 주요한 토대와 전환점이 될 뿐 아니라, 개발·건조·운용 과정에서 얻게 되는 △기술과 경험 △구조화된 정보와 지식 △관련 인프라 확대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과의 입체적 융합 등을 통해 국방 과학기술력에서 기존 방산 선진국과의 격차를 크게 좁힐 수 있음은 물론, 타 분야로의 확대 적용(또는 응용) 가능성이 크다.

기존 재래식 잠수함 기술 관점에서, 한국의 디젤 잠수함 건조·운용 수준과 경험치는 세계적인 수준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해군과 방위사업청은 최근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세번째 3000톤급 잠수함인 '신채호함' 진수했다. 길이 83.5m, 폭 9.6m로 6개의 SLBM 수직발사관이 탑재된 '신채호함'은 장비 국산화 비율이 76%에 이른다.

지난달 15일 세계 일곱번째로 SLBM 개발의 최종 단계인 잠수함 시험 발사에 성공한 '도산 안창호함'과 지난해 11월 진수한 '안무함'도 같은 급이다.

국내 소식통에 따르면 과거 소련이 붕괴될 당시 한국이 러시아 핵잠수함 제조회사로부터 원자로 설계도를 구입해 해수담수화용 소형 일체형 원자로를 개발한 적이 있다. 이후 소형 원자로를 이용한 핵 추진체를 포함해 핵잠수함에 대한 개념설계가 검토된 걸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국방부가 '2021-2025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4000톤급 잠수함 건조계획을 밝힐 때,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핵잠수함과 관련된 설계·건조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 바도 있다.

지난달 28일 진수식을 앞두고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단장을 마친 3000t급 국산 장보고-Ⅲ 배치-I '3번함' 신채호함./사진=해군 제공
지난달 28일 진수식을 앞두고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단장을 마친 3000t급 국산 장보고-Ⅲ 배치-I '3번함' 신채호함./사진=해군 제공

최근 핵잠수함 도입을 둘러싼 동북아 지역 주변국들의 머릿속도 출렁이고 있다.

지난달 15일 미국·영국·호주의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의 발표로 미·영의 지원 하에 호주의 핵잠수함 건조계획이 공식화 된 직후, 중국은 연일 반발의 날을 세우며 절치부심하고 있다.

더구나 호주와의 잠수함 계약 파기로 오커스에 신랄한 비난을 퍼붓고 있는 프랑스가 한국과 핵잠수함 관련 기술 이전을 협의할 수 있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이 가능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부터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 해법은 무엇인가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분분하다.

국제외교 관련 국내 소식통에 따르면 핵물질의 군사적 이용을 금지하는 '한미원자력핵협정'이 한국 핵잠수함 도입의 앞을 막고 있다면서 우선적으로 핵물질 사용에 대한 미국의 이해와 동의를 득해야 핵잠수함 현실화가 시작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협정을 우회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미국을 설득시킬 수 있다면 다른 접근법이 있다는 일부의 지적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미국 동맹국들의 포위망에 갇혀 가는 형국에 놓인 중국의 날선 반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설득할 것인가라는 외교적 문제도 남아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형세 판단과 때를 잘 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때가 언제인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덧붙여 지금 미국의 속내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 있지만, 국제정세 흐름상 한국형 핵잠수함 도입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 여러 곳에서 힘을 받을 가능성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우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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