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추석(秋夕)은 가을 저녁이라는 의미를 담은 명칭인데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으니 추석은 달이 유난히 밝은 좋은 명절이라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추석’이란 대단히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용어라 할 수 있다. “5월 농부, 8월 신선”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5월은 농부들이 농사를 잘 짓기 위하여 온갖 고생을 다 하지만 8월은 한해 농사가 다 마무리된 때여서 신선처럼 지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하라.”는 속담도 있듯이 추석은 제일가는 명절이요 풍요의 상징이다.

그런데 올 추석에, 이러한 연중 제일의 명절, 풍요의 상징이라는 추석의 흥취를 제대로 누린 국민은 얼마나 될까? 얼마 전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작은 소수지만 지인들이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집값 이야기가 나왔다. 집값이 2배 이상 올랐는데 사정이 있어 이사를 할까 알아보니 다른 집값도 다 올랐고 세금이나 부대 비용이 엄청나 도저히 이사할 수가 없더라는 이야기다. 아이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마땅한 취직자리를 잡지 못한 채 끙끙 앓고 있으며 이젠 아르바이트 자리도 찾기 어렵단다. 집 살 때 대출을 받았는데 이자가 올라 불안하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지난 15일 국회에서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이 있었다. 야당 의원의 질의에 국무총리는 지니계수나 5분위 배율이 나아졌고……. 우리나라 경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드물게 성장 속도도 빠르고, 수출도 이례적으로 코로나 19 이전 상태로 회복했으며 우리 경제가 폭삭 망했다면 이렇게 폭망한 경제에서 집값이 많이 오를 수 있느냐?"고 되묻기까지 했다. 이 보도를 보는 순간 정말이지 화가 났다. 국민의 생활을 전혀 모르고 하는 말이거나 국민을 바보로 알고 하는 말이 아니고서는, 어떻게 이런 말을 일국의 행정을 총괄하는 국무총리가 할 수 있단 말인가?

총리가 언급한 지니계수는 흔히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 자산을 기준으로 한, 자산 불평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이다. 그런데 이 지니계수의 변화를 보면 지난 2017년(0.584) 이후 매년 상승해 지난해인 2020년 3월 현재 0.602까지 상승했다.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한 것으로,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한 것으로 해석한다.

현 정부 들어 우리나라는 지속해서 불평등해 왔다. 총리가 언급한 또 다른 지수인 5분위 배율을 봐도 이러한 사정은 변하지 않는다. 올해 2021년 2분기 가계소득을 보면 1분위(하위 20%)는 6.3%나 급감하였다. 반대로 5분위(상위 20%)는 1.4%가 증가했다. 2~4분(하위 20~80%) 소득도 모두 감소해 심각한 양극화를 드러냈다.

굳이 불평등 심화는 5분위 배율이나 지니계수와 같은 ‘불평등 지표’가 없더라도 우리 생활 속에 얼마든지 체감할 수 있는 사실이다. 국내 가계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값은 지속적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작성하는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보면, 지난 4년간 서울의 아파트값은 소형의 경우 2배가 넘게 뛰었다. 보도로는 최근 4년간 서울의 소형 아파트(전용 60㎡ 이하) 가격이 2배 넘게 급등하여 특히 강남 3구에서는 전용 30㎡ 내외의 초소형 아파트 매매가격이 10억 원을 넘기도 했다고 한다.

얼마 전인 12일 KB부동산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소형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8억2668만 원으로 2017년 9월 4억606만 원과 비교하면 가격이 두 배(가격 상승률 103.6%) 넘게 올랐다는 것이다. 주택값이 이처럼 오르니 주택매수자들은 대출을 받게 되고.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한다고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자 신용대출도 급증했다. 부동산 PF대출도 급증하였다. PF대출은 부동산 프로젝트를 담보로 장기간 대출을 해주는 것으로 금감원 자료에 의하면 국내 금융권의 부동산 PF대출 잔액이 지난해 말 기준 88조4838억 원으로 2016년 말(47조256억 원)보다 88.2%(41조4582억 원) 늘었다고 한다.

지난 9일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5대 시중은행(국민·우리·신한·하나·농협) 전세 대출 현황에 따르면 이번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 52조8천189억 원이었던 전세 대출액(잔액 기준)은 지난 6월 말 기준 148조5천732억 원에 이르렀다. 전세 대출 규모가 4년 만에 2.8배(95조7천543억 원) 증가하였다. 특히 이 기간 20·30대 청년층의 전세 대출이 급격히 늘어났는데 20대는 4조3천891억 원에서 24조3천886억 원으로 5.6배 증가하면서 세대별 평균 증가율(2.8배)의 두 배에 달했고 30대는 24조7천847억 원에서 63조6천348억 원으로 연령대별로 가장 큰 금액 증가분(38조8천501억 원)을 기록했다고 한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이번 정부 들어 20·30세대 청년층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은 전세 대출 규모만 약 59조 원에 이르고 전체 전세 대출 증가액의 61.5%를 차지한다. 증권·부동산 시장에 ‘묻지마 투자’ ‘빚내어 투자’와 같은 과열 양상마저 빚어졌다. 당연히 가계부채도 올랐다. 근래 보기 드문 주택담보대출 등의 급등세로 금융기관의 대출이 늘어나자 이제는 금리마저 올리고 있다.

우리는 그간 이 땅에 살아왔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금융정책을 지켜보았다. 우리나라 경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드물게 성장 속도가 빠른지 어떤지는 모르겠고 또 별반 관심도 없지만, 한국의 빈부격차가 줄어들었고, 우리 경제가 폭삭 망했다면 집값이 많이 오를 수 있느냐는 식의 총리의 답변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 국민은 참 운이 없나 보다. 이러나저러나 올해 한가위를 맞이하고 보내면서 우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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