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반도체 부족·코로나 확산 등 글로벌 경제 상황 공감…완성차 업계, 파업 위기 넘겨
현대차, 작년 이어 올해도 일찌감치 임금협상 마쳐…여름 휴가 전 임단협 최종 타결
기아노조, 잠정합의안 가결…10년 만에 파업 없이 임금 협상, 오는 30일 임협조인식
한국GM 임협 합의안 서명, 임단협 교섭 최종 종료…쌍용차 12년 연속 무분규 상태
‘임단협 꼴찌’ 르노삼성, 이견 좁히지 못하고 잠정합의안 마련 실패…내주 추가 교섭

광주 서구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광주 서구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국내 완성차업계가 전세계적인 반도체 쇼티지(Shortage·공급부족) 사태로 인한 차량용 반도체 칩 부족 현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코로나19) 사태의 팬데믹(pandemic, 전염병 대유행)으로 인한 4차 대유행으로 인해 글로벌 경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완성차업계 노사가 위기 상황에 공감하고 속속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마무리하고 있다.

가장 먼저 현대자동차가 임금협상을 마무리했으며 기아와 한국GM까지 합의를 하면서 르노삼성자동차를 제외한 완성차업계가 ‘고질병’으로 불리던 하투(夏鬪) 없이 올해 교섭을 마무리 지었다. 반면 작년 임단협을 아직 끝내지 못한 르노삼성은 여전히 노사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여전히 진통을 겪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업계 ‘맏형’인 현대차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일찌감치 임금협상을 마쳤다. 지난 5월 상견례 이후 60여일만에 교섭을 끝낸 현대차는 2018년 이후 3년 만에 여름 휴가 전에 임단협을 타결했다.

노사 합의안에는 기본급 7만5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금 200%+350만원, 품질향상 및 재해예방 격려금 230만원, 미래경쟁력 확보 특별합의 주식 5주 지급 등이 포함됐다.

올해 4월 기존 현장 기술직 중심 노조에 반기를 들고 적절한 성과급 지급을 바라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중심의 ‘현대자동차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동조합’이 출범하면서 노사 모두 압박을 받기도 했으나 사무·연구직의 일부 처우 개선과 기술직의 고용안정 등을 고루 담으며 3년 연속 무분규 타결에 성공했다.

기아 노사는 지난 27일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해 이날 조합원 투표를 진행, 가결했다고 밝혔다. 기아 노조는 이날 2021년 임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총원 2만8604명 중 2만6945명이 투표, 94.2%의 투표율을 보였으며 이 중 찬성 1만8381명으로 총 68.2%(총원대비 64.3%)의 찬성률로 잠정합의안을 통과시켰다. 반대표를 던진 조합원은 8495명으로 31.5%(총원대비 29.7%)였다.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7만5000원 인상(정기호봉 승급분 포함), 성과급 200%+350만원, 품질향상 특별격려금 230만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래시장 상품권 10만원, 여가선용을 위한 특별주간연속2교대 포인트 20만 포인트 지급, 무분규 합의를 이끈 노사 공동 노력에 대한 주식 13주 지급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다만 사측은 노조가 강력히 요구해온 정년연장, 해고자 복직 등 인사·경영권을 침해하는 노조 요구안에 대해선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수용불가’ 입장을 유지했다.

작년에는 4주간 부분 파업을 벌이는 등 진통을 겪었으나 올해는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무분규로 임금 협상을 마무리했다. 기아가 파업 없이 임금 협상을 마무리한 것은 10년 만이다. 

첫 상견례 이후 2개월여 만에 교섭을 끝내며 교섭 기간도 작년의 절반으로 줄었다. 기아 노사는 오는 30일 오후 2시 오토랜드 광명(옛 소하리공장)에서 임협 합의안에 대한 조인식을 할 예정이다.

기아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재확산과 반도체 수급 문제 등 경영 불확실성이 고조된 현실에서 노사가 한걸음씩 양보함으로써 합의점을 찾을 수 있었다”며 “전용 전기자동차(EV·Electric Vehicle) 모델 ‘EV6’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Sport Utility Vehicle) 모델인 ‘스포티지’ 등 고객 반응이 뜨거운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 성장 모멘텀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노사 잠정합의안이 한 차례 부결되는 진통을 겪은 한국GM 노사는 지난 27일 임협 합의안에 대한 조인식을 갖고 합의서에 서명하며 임금 교섭을 최종 마무리했다.

이날 한국GM 부평 본사에서 진행된 조인식에는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 김성갑 금속노조 한국GM지부장 등 노사 교섭대표들이 참석했으며 2021년 임금 협상 합의서에 서명했다.

한국GM은 5월 27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총 15차례의 교섭을 진행한 끝에 지난 19일 잠정합의안을 도출해냈다. 월 기본급 3만원 인상과 일시금 450만원 지급 외에 30만원 상당의 자사 브랜드 차량 정비쿠폰과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을 추가한 2차 잠정합의안이 마련됐다. 이어 23일과 24일 조합원 대상 찬반투표를 진행, 잠정 합의안은 투표 인원 대비 65.7% 찬성률로 가결됐다.

앞서 1차 잠정합의안이 51.15%의 반대로 부결됐으나 한국GM 노조는 파업 없이 사측과 추가 교섭에 나서 부결 23일 만에 2차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한국GM은 “노사 교섭이 마무리돼 기쁘게 생각하며 이러한 긍정적인 모멘텀을 바탕으로 회사가 약속한 경영 정상화 노력을 앞으로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에 대해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한차례 부결이 있었지만 노조 집행부가 연례적 파업 관행을 버리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점을 도출한 것은 노사관계의 생산적 변화와 산업평화 정착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평가했다.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쌍용자동차의 경우 현재 12년 연속 무분규 상태다.

한편 작년에도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유일하게 연내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했던 르노삼성은 올해 역시 입금 협상에서 ‘꼴찌’를 하게 됐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 25일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으나 2년간 기본급 동결에 따른 보상금 규모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잠정합의안 마련에 실패했다.

사측은 2020·2021년 기본급 동결 보상금 200만원과 생산성 격려금 1인당 평균 200만원 등 총 800만원 일시금 지급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기본급 7만1687원 인상, 격려금 70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전날 대의원대회를 열고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으며 일단 사측과 추가 협상을 통해 노조의 요구안을 관철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다음주 초 노사 간 추가 교섭을 통해 입장차를 좁힐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르노삼성은 임단협과 관련해 5월 노조의 전면 파업과 사측의 직장 폐쇄로 강대강 대치를 벌이는 등 2019년부터 3년 연속 파업을 벌였다. 올해 파업 시간만 205시간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회사의 사활이 걸린 XM3의 유럽 수출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데 노사가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여서 업계 안팎에서는 추가 파업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완성차업체들이 이미 전부 임금협상을 마무리한 상황에서 르노삼성만 임협을 진행 중이다”며 “임단협 교섭을 길게 끌거나 노조가 파업에 하는 것은 노사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향후 역풍의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