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내수 부진이 경상수지에도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2월 국제수지(잠정)' 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경상수지가 64억4천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 36개월째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1986년 6월부터 38개월간 지속된 최장 흑자 기록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인 94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마냥 즐거워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흑자의 질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2월 수출은 406억달러로 작년 2월보다 15.4% 줄었고 수입은 332억7천만달러로 21.9% 감소했다. 수입 감소폭이 수출 감소폭을 훨씬 앞지르는 바람에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한 것이다. 수출입 감소폭이 이렇게 커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9월 이후 5년5개월 만에 처음이다. 수입 감소는 국제유가가 하락한 영향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내수 침체가 원인이다. 기업의 투자 축소로 자본재 수입이 감소한 것이다. 이른바 '불황형 흑자'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내수 부진→투자 위축→고용 악화→소득 감소→내수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고착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전날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4%로 나타났다. 4개월째 0%대 상승률이고, 담뱃값 인상 효과(0.58%포인트)를 제외하면 2월(0.5%)에 이어 2개월 연속 마이너스이다. 그동안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정부는 디플레이션이 아니라 물가상승률이 낮은 상태로 유지되는 디스인플레이션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좀 더 경계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수십 년간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이었던 수출에도 큰 희망을 걸 수 없게 됐다. 기업의 투자의욕이 떨어지고 있고 불황형 흑자로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에서 수출이 기여하는 비율은 3년 연속 낮아져 지난해 5년 만에 최저인 45.5%를 기록했다.

'D(디플레이션)의 공포'는 전 세계적인 문제라서 우리의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정부가 내수 중심의 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공공·노동·금융·교육의 4대 개혁과제를 추진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 설정으로 판단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각 경제주체에 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하고, 정치공학적 계산이나 사심 없이 정책을 시행해야 질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각 이해당사자도 실기하면 저성장 구조의 고착화로 모두 패배자가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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