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소스 멀티 유즈’ 열풍, 사업영역 확장…치열해진 경쟁, 다각화 필수
주업 탈피한 새 도전…게임 ‘바이오헤저드’, 영화 ‘레지던트 이블’로 성공
크래프톤·엔씨소프트·넥슨·펄어비스, 콘텐츠 영역에서 새 비즈니스 모델 확인
넷플릭스, OTT시장 넘어 게임으로…내년 게임 서비스, 모바일 기기에 포커스

LG전자가 지난 4월 21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대한민국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인 ‘월드IT쇼 2021’(World IT Show 2021)’에서 선보인 ‘게이머 전용 모니터’를 관람객들이 체험하고 있다. /사진=최양수
LG전자가 지난 4월 21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대한민국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인 ‘월드IT쇼 2021’(World IT Show 2021)’에서 선보인 ‘게이머 전용 모니터’를 관람객들이 체험하고 있다. /사진=최양수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최근 게임업체와 컨텐츠업체 간의 신(新)경쟁 체제가 형성되고 있어 산업계에서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게임업체들은 컨텐츠 사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고 반대로 컨텐츠업체는 게업사업으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코로나19) 사태의 팬데믹(pandemic, 전염병 대유행)으로 가속화된 ‘제4차 산업 혁명’(4IR: Fourth Industrial Revolution)으로 인해 각종 산업계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시작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Big Blur’(빅블러·경계융화현상) 시대가 도래하면서 산업과 업종, 업권 간의 공고했던 경계가 모호해지는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 ‘Big Blur’는 ‘경계융화가 일어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하나의 시대적 흐름으로 비즈니스 영역에서 주요 경계가 사라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사는 자와 파는 자, 작은 것과 큰 것, 만질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서비스와 제품,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에서 다양한 혁신의 새로운 흐름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유통혁명, 금융혁명, IT혁명 등과 관련해 ‘Big Blur’를 주요한 현상 중 하나로 기업들이 받아들이고 대응하고 있다. 실제 전 산업에 걸쳐 디지털 전환 및 플랫폼화가 이뤄지고 있으며 변하지 않으면 도태될 일만 남았다고 강조되는 시대다.

게임업체와 컨텐츠업체는 ‘Big Blur’ 시대에 대응하고 새로운 미래 먹거리 사업을 개발하기 위해 서로의 영역으로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게임업체와 컨텐츠업체는 ‘원 소스 멀티 유즈’(One-Source Muti-Use)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다각화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시발점을 살펴보면 1926년 A.A. 밀른이 동화로 첫 선을 보인 ‘위니 더 푸’(Winnie-the-Pooh)이다. 우리에게 ‘곰돌이 푸’ 또는 ‘아기곰 푸’로 알려진 이 작품은 동화로 등장한 이후 시집이 제작되고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을 거쳐 다양한 프랜차이즈 모델이 등장하며 컨텐츠 하나로 여러 가지 사업을 전개하게 된다. 이미 ‘Big Blur’ 시대에 ‘원 소스 멀티 유즈’는 새로운 방향성이 됐다.

국내 게임업체들은 게임에 집중하는 기존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 등 사업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눈을 돌리고 있으며 반대로 컨텐츠업체의 게임시장 진출은 당연시 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4월 21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대한민국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인 ‘월드IT쇼 2021’(World IT Show 2021)’에서 선보인 ‘게이머 전용 모니터’를 관람객들이 체험하고 있다. /사진=최양수
삼성전자가 지난 4월 21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대한민국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인 ‘월드IT쇼 2021’(World IT Show 2021)’에서 선보인 ‘게이머 전용 모니터’를 관람객들이 체험하고 있다. /사진=최양수

2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기업공개(IPO·Initial Public Offering)를 앞둔 크래프톤은 지난 26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보유 중인 지식재산권(IP·Internet Protocol)을 다양한 미디어 형태로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배동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간담회에서 “콘텐츠 산업과 엔터테인먼트 IP 산업으로 전세계에서 이 정도 역할을 할 수 있는 회사가 얼마나 될까”라고 물으며 “장기적으로 회사의 잠재력이 많이 남아 있다”고 강조하며 향후 사업방향을 언급했다.

또 ‘인터랙티브 버추얼 월드’가 더욱 확장될 미래에 강력한 IP을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크래프톤은 사업의 방향성, 성장 가능성, 공모 자금 활용 방안과 함께 IP 활용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크래프톤은 기존 펍지 IP를 웹툰, 소설, 애니메이션, 영화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영역으로 확장할 계획인 ‘펍지 유니버스’(PUBG Universe)도 공개했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펍지라는 IP를 활용해 여러 가지 형태의 미디어 포맷으로 펍지 세계관을 확장하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펍지 유니버스는 게임을 통해 탄생한 강력한 IP를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작업을 말한다. 생존을 테마로 한 배틀그라운드 스토리를 미디어, 플랫폼, 콘텐츠로 재생산해 잠재력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세계적인 제작자 아디 샨카(Adi Shankar)를 영입하고 펍지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연내 출시될 ‘배틀그라운드: NEW STATE’와 내년 출시 예정인 차세대 서바이벌 호러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The Callisto Protocol)’ 등 개발 중인 신작 게임 역시 펍지 유니버스와 세계관을 공유한다.

이외에도 이영도 작가의 유명 판타지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눈마새)’를 활용해 게임 제작 등 다양한 IP도 발굴해 나가기로 했다. 눈마새는 현재 미국 유명 콘셉트 아티스트인 이안 맥케이그와 비주얼 작업 협업 중으로 앞으로 애니메이션, 드라마, 게임 등으로 미디어를 넓혀갈 예정이다.

또 엔터테인먼트, 딥러닝 등으로의 영역 확장과 중동, 아프리카, 인도 시장 진출의 계획도 소개했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은 “크래프톤은 매출의 90%가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는 글로벌 회사다. 앞으로도 글로벌 구성원들과 성장을 도모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LG전자가 지난 4월 21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대한민국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인 ‘월드IT쇼 2021’(World IT Show 2021)’에서 선보인 ‘게이머 전용 모니터’를 관람객들이 체험하고 있다. /사진=최양수
LG전자가 지난 4월 21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대한민국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인 ‘월드IT쇼 2021’(World IT Show 2021)’에서 선보인 ‘게이머 전용 모니터’를 관람객들이 체험하고 있다. /사진=최양수

국내 게임업계의 맏형인 엔씨소프트(NC)는 엔씨 유니버스(UNIVERSE)를 통해 음원 및 뮤지션들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엔씨소프트, 클렙의 글로벌 케이팝(K-POP)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유니버스(UNIVERSE)를 통해 음원  발매, 뮤직비디오 공개 등 컨텐츠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였다.

넥슨도 사업 영역을 확장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에 나섰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오는 8월 5일 ‘넥슨 뉴 프로젝트 미디어 쇼케이스’를 열고 내부에서 개발 중인 신규 게임들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이정헌 넥슨 대표가 출연해 신작을 소개하고 향후 경영 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할 방침이다. 이정헌 대표가 넥슨 행사에 참가한 건 지난 지스타 2018 간담회 이후 3년만이다. 이날 행사의 무게감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넥슨은 지난해부터 엔터테인먼트업계 인사를 연이어 영입, 사업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넥슨은 월트디즈니 최고전략책임자(CSO)였던 케빈 메이어 전 틱톡 CEO를 신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그는 디즈니가 픽사와 마블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최근 넥슨 수석부사장 겸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선임된 닉 반 다이크 역시 디즈니 출신의 엔터테인먼트 전문가다. 닉 반 다이크 부사장은 10여년간 디즈니에서 기업전략과 사업개발을 맡은 전략 수립 전문가다. 넥슨은 닉 반 다이크 부사장을 선임하면서 미국 LA에 ‘넥슨 필름&텔레비전’을 설립할 계획도 밝혔다. 이 조직은 기존 넥슨의 인기 IP인 ‘던전앤파이터’ ‘바람의나라’ ‘메이플스토리’ 등을 글로벌 IP로 키우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미 넥슨의 공격적인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신작 소식은 물론, 글로벌 대형 게임사, 월트디즈니 등으로부터 꾸준하게 인재를 영입, 체질 개선에도 큰 힘을 쏟고 있다. 

게임업체의 컨텐츠 진출에 대항해 컨텐츠업체의 게임 시장 진출도 눈에 띈다. 컨텐츠업체 넷플릭스가 게임 사업으로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람들의 여가 시간을 두고 다툼을 벌이고 있는 넷플릭스와 게임업계가 이제 게임으로도 경쟁을 펼치게 됐다.

LG전자가 지난 4월 21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대한민국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인 ‘월드IT쇼 2021’(World IT Show 2021)’에서 선보인 ‘게이머 전용 모니터’를 관람객들이 체험하고 있다. /사진=최양수
LG전자가 지난 4월 21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대한민국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인 ‘월드IT쇼 2021’(World IT Show 2021)’에서 선보인 ‘게이머 전용 모니터’를 관람객들이 체험하고 있다. /사진=최양수

PC온라인 모바일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Over The Top) 선두 업체인 넷플릭스는 전세계 가입자 수가 2억900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의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2020년에만 약 3700만명의 신규 가입자를 끌어 모으며 엄청난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의 보급으로 사람들의 경제활동과 야외활동이 늘어나면서 팬데믹 특수효과가 끝났으며 업계 2위인 디즈니플러스가 넷플릭스를 빠르게 추격하며 위협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20일(현지시각) 주주 서한을 통해 “게임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초기 단계에 있으며 게임을 오리지널 시리즈, 애니메이션과 같은 새로운 콘텐츠 카테고리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게임 시장에 진출을 통해 현 상황의 타개책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미 넷플릭스는 EA와 페이스북에서 게임 사업을 경험한 마이크 버듀를 게임 개발 부문 부사장으로 영입했고 몇 달 안에 게임 팀을 구성하기 위해 디렉터 모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게임 서비스 제공은 내년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게임 시장 진입 초기에는 모바일 기기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많은 가입자 수를 보유한 넷플렉스가 OTT 시장을 넘어 게임 시장으로까지 진출을 선언하며 적극적인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나선 분위기다.

이미 게임업체와 콘텐츠업체들은 다양한 곳에서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성공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캠콤(株式会社 カプコン·CAPCOM CO., LTD.)의 대표 게임 중 하나인 ‘바이오 하자드’(Biohazard)는 IP 컨텐츠를 활용해 제작한 영화 ‘레지던트 이블’(Resident Evil) 시리즈가 성공했으며 애니메이션 ‘바이오하자드: 무한의 어둠’(이하 무한의 어둠)까지 넷플릭스 독점작으로 공개됐다.

LG전자가 지난 4월 21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대한민국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인 ‘월드IT쇼 2021’(World IT Show 2021)’에서 도슨트 투어(Docent Tour)를 통해 ‘게이머 전용 모니터’를 관람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양수
LG전자가 지난 4월 21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대한민국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인 ‘월드IT쇼 2021’(World IT Show 2021)’에서 도슨트 투어(Docent Tour)를 통해 ‘게이머 전용 모니터’를 관람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양수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모바일 신규 캐릭터 ‘격투가’ 출시에 맞춰 ‘격투가X질풍가도’ TV CF를 국카스텐 하현우, 노라조 이혁, 버블디아, 라온과 함께 선보였다.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인바 있다. 물론 수익화를 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질풍가도’ 음원 수익금 3000만원을 수어통역센터 등 2곳에 전달해 음악을 듣기 어려운 청각 장애인들을 후원한바 있다. 올해는 경기도 안양시에 검은사막 모바일 ‘격투가X질풍가도’와 ‘모험가(歌)’ 콜라보 음원 수익금 2400만원을 전달했다. 이를 통해 뮤지션과의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의 협업 성공 사례가 됐다.

또 PC온라인 모바일 다중사용자 온라인 역할 수행 게임(MMORPG) ‘로스트아크’, 1인칭 슈팅게임(FPS) ‘크로스파이어’ 등으로 유명한 스마일게이트는 지난해 중국에서 크로스파이어 IP를 활용한 e스포츠 드라마 ‘천월화선’을 공개했다, 당시 텐센트를 통해 배급한 이 드라마는 누적 시청 수 19억회를 기록하며 성공 사례가 됐다. 또 스마일게이트는 크로스파이어 IP를 앞세워 할리우드에 진출 계획을 밝혔다.

이미 ‘Big Blur’ 시대에 접어들면서은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고 살아남기 위해 게임업체와 콘텐츠업체 간의 영역을 초월한 무한경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선곤 AT정보기술연구소장은 뉴스워치와 인터뷰를 통해 “‘Big Blur’ 시대는 전문가들에 의해서 오래전부터 예견되었던 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케팅 이론에서 보면 경쟁의 강도와 범주에 대한 것이 나오는데 특정가치를 구현하고자 하는 특정업체들이 이것을 구현하는 방법이 다르더라도 최종적으로 구현되는 가치가 같을 경우에 경쟁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며 “이것은 마치 기존의 핸드폰업계와의 경쟁에서 판을 뒤집어버린 애플의 아이폰에서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러한 것이 특정 가치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특정 업종 자체가 가지는 가치를 인접한 영역에서 구현해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면 이런 경우에는 인접한 영역들이 서로 연합을 하거나 분리가 되거나 하여 기존에는 본적이 없는 가치사슬을 구성하게 되는데 그것이 지금 나타나기 시작하는 ‘Big Blur’의 시대라고 할 수 있겠다”고 설명했다.

김선곤 소장은 “세상은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가치구현의 형태가 무형자산중심으로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치확장성이 주는 이득을 얻길 원하는 고객니즈에 의해서 융복합의 도입시기를 거쳐 가속화의 시기를 향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보여진다”며 “앞으로 이러한 현상이 더하면 더했지 이전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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