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몰린 ‘외식 브랜드’…M&A시장 급성장 이어져
CJ제일제당, CJ헬스케어 매각 뒤 3년만에 ‘천랩’ 인수 추진
‘마이크로바이옴’ 앞세워 신약 ·건강기능식품사업 공략
bhc, 아웃백 인수로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성…종합식품기업 도약
농심·SPC삼립·하이트진로·동원, 유망 ‘스타트업’ 발굴 차세대 먹거리 모색
스타트업과 협업해 동반성장…투자금 부담 덜고 혁신 이미지 구축해

차세대 푸드테크 CG. /사진=픽사베이
차세대 푸드테크 CG. /사진=픽사베이

[뉴스워치= 김주경 기자] 최근 식품업계 최대 이슈는 단연 기업 간 대규모 인수합병(M&A)이다.

과거 식품시장은 단순한 먹거리 중심이었으나 최근 들어 대체식품, 맞춤형 건기식, 고령 친화 식품 등이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떠오르자 변화에 인색했던 식품기업들이 M&A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최고 단계로 격상한 사회적 거리두기 역시 식품‧외식업계의 영업환경을 변하게 만든 요인이다.

코로나 위기감이 식품업계 M&A 추진에 불을 지피게 만든 것이다. 일각에서는 하반기부터 코로나로 위기에 내몰린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들이 매물로 쏟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본격적인 패러다임 변화가 예고된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가 절실한 업계의 고민이 M&A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이크로바이옴 가상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마이크로바이옴 가상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식품업계에서 M&A 이슈가 가장 뜨거운 곳은 CJ제일제당이다. 바이오 기업 ‘CJ헬스케어’를 매각한 지 얼마되지 않았던 CJ제일제당이 983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마이크로바이옴(체내 미생물 생태계) 벤처기업 ‘천랩’을 인수해 다시 헬스케어 분야에 뛰어든 것이다.

CJ제일제당이 헬스케어 분야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이재현 회장의 경영 복귀를 앞두고 2018년 4월 국내 제약업계 10위 안에 들던 CJ헬스케어를 한국콜마로 1조3000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재계에서는 ‘컨디션’과 ‘케이캡정’으로 잘 알려진 CJ헬스케어 매각 당시 “안정적인 사업을 왜 팔려고 하냐”며 만류하는 분위기가 거셌다. 실제로 CJ헬스케어는 2017년 당시 5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한 유망한 제약업체였다.

이 회장은 당시 사업간 시너지와 효율, 집중화를 위해 과감한 매각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제와서 이재현 회장은 CJ헬스케어 매각으로 마련한 자금을 새 사업에 투자할 계획을 세웠고 주인공은 바이오벤처 천랩이다.

천랩을 인수해 다시 헬스케어 분야에 뛰어든 것도 바이오 시장이 활황세를 거듭하면서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분야가 건강기능식품 등 다양한 분야 활용이 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대인 5600여개 실물균주를 보유한 바이오 벤처기업인 천랩 인수는 그린-화이트바이오에 이어 레드바이오로 사업영역 확대의 적기라는 판단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마이크로바이옴은 전 세계적으로 차세대 기술로 여겨지고 있어 천랩 인수는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전략적 투자”라며 “이미 글로벌 최고 수준인 그린바이오와 고부가가치 화이트바이오에 이어, 레드바이오 분야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애슐리 매장. 사진=이랜드이츠
애슐리 매장. 사진=이랜드이츠

패션 분야 강자인 이랜드그룹이 운영하는 패밀리 레스토랑인 애슐리도 빼놓을 수 없다. 그룹 계열사 이랜드이츠에서 운영하는 애슐리는 다양한 메뉴를 가성비 있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이랜드는 애슐리 외에도 한식 뷔페 ‘자연별곡’, 샤브샤브 뷔페 ‘로운’ 등의 외식 사업을 운영 중이다. 최근 애슐리는 매각설이 돌기도 했지만 메뉴와 분위기 쇄신 등 노력으로 경쟁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아웃백에서 판매하는 돈마호크 스테이크 메뉴./사진=아웃백스테이크
아웃백에서 판매하는 돈마호크 스테이크 메뉴./사진=아웃백스테이크

창고 43, 그램그램에 이어 아웃백 스테이크 등 잇딴 외식브랜드를 인수를 추진해 종합외식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치킨 프랜차이즈 bhc 행보도 뜨거운 감자다.

유한회사 아웃백 최대주주인 국내 사모펀드(PEF)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는 bhc그룹을 아웃백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매각액은 2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으나 최종 매각가는 조정될 여지도 있는 상황이다.

우선 협상자 대상 선정은 지난달 25일 본입찰을 실시한지 약 1개월여 만이다. bhc그룹은 또 다른 경쟁후보였던 대신PE-유안타 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과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펼친 끝에 높은 가격을 써내 승기를 잡았다.

금액은 2000억원대 후반이다. 양사는 세부 조건 협상을 거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매각 실무는 크레디트스위스증권(CS)이 맡았다.

치킨 프랜차이즈 bhc는 그동안 외식 사업에서 한식을 중심으로 한 발 빠른 인수합병(M&A)을 진행해왔다. 2014년 인수한 한우 전문식당 ‘창고43’이 대표적이다. 현재 전국 18개 직영점으로 확장, 운영중이다.

박현종 회장. bhc 제공
박현종 회장. bhc 제공

이외에도 쇠고기 전문점 '불소식당·그램그램'을 잇따라 인수해 소고기 전문점에 진출하며 공격적인 속도로 몸집을 확대하고 있다. 순댓국 전문점 ‘큰맘할매순대국’, ‘족발상회’ 등도 bhc가 운영하는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다. 이번엔 패밀리 레스토랑 ‘아웃백 스테이크’ 인수로 양식 포트폴리오까지 구축해 종합 외식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것이다.

간편식도 주목되는데 기존 브랜드를 활용해 지난 2월 창고43 왕갈비탕·어탕칼국수·소머리곰탕 등을 출시했고, 지난달은 주력인 치킨 브랜드를 기반으로 닭가슴살 HMR 4종을 선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bhc그룹 관계자는 “고객에게 최고의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외식기업으로 발돋움해 외식 문화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교적 인수 부담이 덜한 스타트업(소규모 벤처회사)에 투자해 신성장동력을 모색하는 식품회사들도 두드러진다. 식품시장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농심이 진행하고 있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테크업플러스 시즌3’ 선발된 기업 대표가 프리젠테이션을 펼치고 있다. /사진=농심
농심이 진행하고 있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테크업플러스 시즌3’ 선발된 기업 대표가 프리젠테이션을 펼치고 있다. /사진=농심

농심도 지난 2018년 말부터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농심 테크업플러스’를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3D 푸드 프린팅 하드웨어를 비롯한 여러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한 ‘요리로’, 새로운 종류의 간식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낵포’, 빅데이터에 기반해 시장·상권 분석하는 스타트업 ‘오픈업’ 등 총 3개 스타트업에 투자한 것이 대표적이다.

주류회사인 하이트진로는 올해 3월 클라우드에 기반한 ‘노스노스’ 창고관리시스템을 개발한 스페이스리버에 지분을 투자한 바 있다.

이 외에도 뉴블록, 아빠컴퍼니, 이디연, 데브헤드, 식탁이있는삶, 푸디슨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SPC삼립이 푸드테크기업 ‘저스트(JUST)’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해 선보인 제품. /사진=SPC삼립
SPC삼립이 푸드테크기업 ‘저스트(JUST)’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해 선보인 제품. /사진=SPC삼립

SPC삼립 역시 지난해 3월 푸드테크기업 ‘저스트(JUST)’와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 SPC프레시푸드팩토리에서 저스트 드레싱을 포함한 저스트 마요, 저스트 에그 등 각종 저스트 시리즈를 제조해 국내에 독점 유통해오고 있다. 작년 9월에는 밀키트 전문 기업 ‘푸드어셈플’과 밀키트 사업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동원은 2016년 가정간편식(HMR)을 만들어 온라인에서 팔던 ‘더반찬’을 인수해 주요 사업으로 키워냈으며, 지난해 7월 노르웨이 연어 양식 스타트업 ‘새먼 에볼루션(Salmon Evolution)에 약 65억원의 지분을 투자해 안정적인 대서양 연어 수입 경로를 구축한 바 있다.

따라서 식품업계를 중심으로 틈새 미래 먹거리를 향한 M&A 행보는 앞으로 계속될 전망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식품업종은 유통업계 입장에서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일부 업종은 과거의 영광만 되찾으려다 하다 인수 후 실패한 사례가 적지 않다”면서 미래 트렌드를 내다보는 선제적인 투자 관점에서 D2C기업을 비롯한 온라인 기반 기업들의 투자가치는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품업계 내부에서도 하루가 멀다하고 대내외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하반기도 굵직굵직한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면서 “어떤 경쟁력으로 승부하느냐가 M&A 성공을 관철시킬 핵심 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 역시 “식품기술 혁신을 위해서는 스타트업과 협업이 필수일 수밖에 없다”며 “건강한 산업 생태계 구축과 미래 성장기회를 함께 하는 차원에서 협업을 지속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주경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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