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대출 지원 및 규제 강화책 내놔…실수요 서민들, 실효성에 의문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유예 및 연장시 건전성↓리스크↑, 가계 부채화 우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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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자영업자, 소상공인, 저신용자 등 서민들의 대출 속도와 규모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예전 치명적 바이러스 때처럼 금세 잠재워지지 않고 1년 반 이상 지속되고 있는 탓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근근히 버티기로 지난해를 겨우 넘긴 서민들의 사정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부채규모만 커져가고 있다. 금융 경제의 뇌관이 아닐 수 없다. 이에 금융당국은 서민들을 위한 대출 지원과 동시에 규제 강화를 내세우며 당근과 채찍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현 상황으로서는 이같은 기조가 최선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높아지는 대출 문턱과 까다로운 기준 등을 지적하며 서민의 위기를 보듬지 못한다는 질책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서민들을 위해 열려 있는 대출문이 좁은데다 대출문턱은 점점 높아지고 있어 자칫 부실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다.

◇ 서민지원 '햇살론 뱅크' vs 2금융권 규제, 정작 서민들에겐…

코로나19 사태 이후 금융당국은 증가하는 부채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어려운 이들을 위한 지원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26일에도 정책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뱅크'가 출시됐다. '햇살론뱅크'를 통하면 저신용자도 연 4.9%~8% 금리에 2000만원 한도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출시 당일부터는 IBK기업·NH농협·전북·BNK경남은행에서 신청이 가능하며 KB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9개 은행은 8월부터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햇살론뱅크'는 정책서민금융을 성실히 이용해 신용도·부채가 개선된 서민이 은행권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서민금융상품이다. 금융위원회가 연말까지 시범운영을 통해 3000억원을 공급한다.

지원 대상은 정책서민금융상품(새희망홀씨, 미소금융, 근로자햇살론, 사업자햇살론, 햇살론15, 햇살론17, 바꿔드림론, 안전망대출, 안전망대출Ⅱ, 햇살론유스)을 이용한 지 1년이상 지나고 부채 또는 신용도가 개선된 저소득·저신용 서민이다.

채무를 완전히 변제하고 1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에도 신청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민들의 숨통을 트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다만 부채·신용도가 개선됐다고 인정받으려면 보증신청일 기준으로 최근 1년간 이용자의 가계부채 잔액이 감소했거나 신용평점(KCB 또는 NICE)이 상승해야 한다.

소득·신용요건은 연소득 3500만원 이하 이용자에 대해선 신용평점을 따지지 않고, 3500만원 초과 4500만원 이하이면 신용평점이 하위 100분의 20에 속해야 하는 조건이 따라붙는다. 대출을 받았을 경우 금리는 보증료 연 2.0%를 포함해 4.9∼8%다. 은행별로 성실 상환자에 대해 우대금리(연 0.3%p)도 추가 지원된다.

급한 불을 꺼야 하거나 생계를 위해 대출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인 서민들에게 유용한 정책인 셈이다. 그러나 여론 일부는 소득 및 신용 조건이 실물경제와 부합하지 않는다며 소득 기준 등을 더 완화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소득이나 신용면에서 어려운 상황이 드러나지 않는 이들이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소비자들은 대출 관련 커뮤니티 등에서 "은행은 규제하고, 정부 정책인 대출은 이렇게 타이트하게 책정해놓으면 서민들 중 태반이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제 2금융, 비금융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려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급증세가 잦아들지 않자 2금융권 제동 등 추가 규제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당국은 지난해부터 시중 은행권 대출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왔다. 이에 대출 수요가 제 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했고, 결국 가계대출 증가액은 당국의 바람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1년 6월 중 가계대출 동향'만 보더라도 이같은 양상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6월 기준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6조3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 8조2000억원에 비해 줄어들었지만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3조8000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달 500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7배이상 증가했다. 

금융당국의 시중은행 대출규제 강화로 2금융권에 수요가 몰린 셈이다. 그러자 당국은 2금융권에 대한 대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앞서 지난 15일 열린 '제1차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 태스크포스(TF)' 영상회의에서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은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현재 차등해 운영 중인 차주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와 관련해 규제차익을 이용한 비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된다고 판단할 경우엔 은행권과 은행권간 규제차익을 조기에 해소해나가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규제를 예고했다. 

이 말대로라면 대출규제는 현 상황보다 강력해질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저신용 차주, 급전이 필요한 서민 등 대출 수요가 대부업이나 불법사금융 등으로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에 이어 제2금융권까지 대출 문턱을 높인다면 저신용 차주 등 서민들의 금융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 경우 자칫 대부업 등 사금융으로 몰리게 되면 가계 부채의 리스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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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이 가계부채가 되면…커지는 리스크 어쩌나

더욱이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과 관련한 연장 유예 조치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또 한차례 연장 및 유예가 이어질 경우 해당 리스크가 가계로 넘어올 수 있어 우려는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발발 1년6개월간 자영업자 대출규모는 66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기타중소기업대출잔액 증가율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의 절반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다. 때문에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인한 최근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자영업자 대출이 급증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오는 9월말 종료될 예정이던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원금 상환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조치가 한번 더 연장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처음 연장 및 유예조치 의견이 나왔을 당시 금융당국은 4차 대유행 추이를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며 다소 여유로운 모습이었지만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연장되는 등 상황은 악화일로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탓이다.

그러나 이 경우 자금중개를 담당하는 은행으로서는 차주의 건정성을 파악할 길이 없다. 이자 유예 및 대출 만기가 이어져 온 소상공인 등 대출은 지금까지 부실이 없는 정산여신으로 취급해왔기 때문이다.

부실 가능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쌓아뒀다고는 해도 한꺼번에 터지는 부실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가늠할 길이 없어 금융권으로서도 불안한 상황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대출의 경우 가계 대출과 밀접하게 연관이 돼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 관리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나 당국 정책을 따르는 은행으로서는 뾰족한 해결책은 없어 보인다.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대출 차주의 가계 대출 현황을 파악해 대출을 제한할 경우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목적에서 벗어나게 되고, 지금까지처럼 대출을 해줄 경우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어 불안감만 가중되는 상황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지원책도 턱없이 부족해보이는데 대출 규제를 보면 서민 삶을 살피지 않는 무조건 총량 관리인 것 같다", "부동산 가격 다 올려놓고 관리비 내는 자영업자, 소상공인 힘들어 문 닫고 일자리 잃은 서민들은 갈 곳도 없고 대출까지 막으면 파산하라는 말인가", "이러다 정부 지원에 해당되지 않는 서민은 보험사에서 주담대 받겠다", "이렇게라도 대출 규제를 하지 않으면 결국 전국민이 힘든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다", "지원도 규제도 현 상황에서 필요한 일이다. 다만 무조건적인 지원이나 무작정 규제보다는 손실규모를 정확히 파악해서 차등지원하고 규제해야 한다"는 등 다양한 의견이 속출하고 있다.  

이처럼 금융당국의 금융지원 및 규제에 대한 우려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로 정책 및 은행 개별 대출 상품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번 4차 대유행 여파가 대출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면서 "어려운 상황에서 대출이 줄어들긴 힘들기에 금융당국의 지원책은 필요하고, 부실을 막기 위한 규제도 필요한 상황이지만 고비들을 넘긴 이후 금융이 정상화됐을 때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연착륙 고민, 금융리스크를 더이상 키우지 않을 부실화 방지에 대한 고민은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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