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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민주주의와 다문화박성호 / 동덕여대 교수

총선이 끝났다. 국민은 정부와 여당의 정책에 강하게 반발하여 지역구 의원의 경우 여당을 제2당으로 만들었다.

이에 그간 주요 논란이 된 국회선진화법은 과반수 획득 정당이 사라지게 되어 관심의 대상에서도 사라질 전망이다. 국회선진화법은 국민의 선택에 의해 유지되게 된 셈이다.

다문화사회는 주류문화집단이 여러 소수문화집단을 무시, 차별하지 않는 것을 주요 과제로 삼는다. 그래서 주류문화집단의 수를 기반으로 한 일방통행식의 정책을 경계한다. 여러 문화인종집단이 함께 살아가는 다문화사회에서는 인권의 보편성이라는 개념이 중요해진다.

그런데, 인권의 보편성의 획득은 인권이란 천부적인 어떤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신념과 다른 한편으로 문화도 고정 불변한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변화를 겪는다는 관점으로부터 가능하다.

참다운 보편성은 여러 문화들의 특수한 입장들 간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인권이라는 공통의 관심사에 접근해가는 다양한 문화의 입장을 충실히 따르는 다문화주의의 시각을 가지고 강제 없는 합의의 가능성을 탐색해가는 것이다.

상호문화주의는 다수와 소수, 주류와 주변의 문화적 정체성을 각각 상호인정하면서도 대화를 통해 글로벌한 정체성을 구성하는 일련의 합의와 소통의 절차를 필연적으로 전제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구성된 보편성은 주체와 타자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한 상호주관적 보편성으로서 다양성을 포용한 보편성이다. 말하자면 대화를 통해 합의된 보편성은 ‘다원적 보편성’이며, ‘절차적보편성’이다. 왜냐하면 타자성과 이질성을 동일성으로 포섭 혹은 동화 내지는 흡수되기를 강요하기보다, 다름을 다름으로 인정하고 포용함으로써 다원성과 차이에 대해 열려있기 때문이다.

국회선진화법은 격렬한 폭력과 몸싸움이 난무한 소위 '동물국회'에 대한 반성으로 2012년 도입됐다. 다수당을 점한 여당의 표결강행과 이를 저지하기 위한 야당의 본회의장과 상임위회의장 기습점거, 출입문 봉쇄, 책걸상 바리케이드 구축, 육탄 돌격과 방어로 민의의 전당은 한순간에 거대한 전쟁터로 종종 바뀌었었다.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된 뒤 지난 4년간 국회에선 폭력적 모습이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여야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쟁점법안의 통과가 어려워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비난과 개정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런데 국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것이 단지 국회선진화법 때문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다수결이란 다수의 힘으로 소수의 의견을 배제하는 것이다. 다수결은 대의민주정치와 더불어 민주정치의 기본원리이다. 그러나 다수가 찬성한 것이 언제나 옳다고 할 수는 없으며, 다수의 힘을 믿고 부정 ·부당한 것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다수결원리가 민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다수결원리 자체가 민주주의라는 것은 아니다. 이에 숙의 민주주의, 또는 심의 민주주의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숙의 민주주의 또는 심의 민주주의란 숙의(deliberation)가 의사결정의 중심이 되는 상호문화주의가 기반이 된 민주주의 형식이다.

국회선진화법은 국회법 제85조와 85조의 2를 말하는 것으로 심사기간 지정요건을 ‘1. 천재지변의 경우, 2.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 3.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로 제한하였고 신속처리대상안건을 ‘재적의원 과반수가 서명한 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요구 동의를 의장이나 소관 위원회 위원장에게 제출하여야 하고,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 또는 안건의 소관 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는 것으로 강화하였다.

일반적으로 다수결원리가 민주주의적인 의결방법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충분한 토론과 언론의 자유가 널리 보장되어야 하며, 반대하는 소수자의 주장이 자유로이 표명되어야 한다. 또한 다수결제도에도 사안에 따라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되는 경우 외에도 2/3 이상의 찬성으로 결정되는 원칙, 출석자가 아닌 재적자 과반수이상의 찬성으로 경우 등을 정해 놓고 있다.

▲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국회선진화법은 다수결을 기반으로 한 일방적 밀어붙이기를 봉쇄된 법으로 각 당 간의 토론과 조정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토론과 조정은 겸허한 태도와 연관되어 있다. 겸허한 태도는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고 자신의 주장을 수정하는 것을 의미하며 주장의 수정이 없는 한 의결은 어려워진다.

국민에 의해 선택되어진 국회선진화법이 제20대 국회에서 어떻게 운영되어 그 효용성을 나타내게 될지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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