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라면 가격 '684원→770원' 인상… 2008년 4월 이후 13년 4개월 만
국제 밀 가격, 몇 년 만에 역대급 상승 …대두·팜유 등도 덩달아 오름세
오뚜기, 몇 년 간 원재료 부담 감수…가중된 부담에 어렵게 인상 결정
농심 ·삼양 원재료 부담에 늦어도 9월 전에는 인상할 가능성 높아

라면 가격 인상 CG. (사진=연합뉴스)
라면 가격 인상 CG.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김주경 기자] 라면 가격 인상이 결국 현실화됐다. 올해 초 '진라면' 가격 인상을 시도했으나 번복한 오뚜기가 결국 총대를 맸다.

밀가루부터 라면 핵심재료인 팜유까지 원재료 가격 부담은 물론 생산비까지 가중되자 결국 오뚜기가 13년 만에 라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오뚜기가 첫 포문을 연 만큼 농심·삼양라면·팔도도 조만간 가격 인상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15일 오뚜기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진라면을 포함한 주요 라면 가격을 평균 11.9% 인상에 나선다. 오뚜기가 라면 가격을 인상한 것은 지난 2008년 4월 이후 13년 4개월 만이다.

블룸버그 주요 식품 가격 동향에 따르면 5월 기준 소맥과 팜유 평균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7%, 71% 급등했다. 지난해 농심의 원부재료 매입액에서 소맥분, 팜유 등 주요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59%에 달했다. 이에 라면 업체 입장에서도 생산 원가 부담이 큰 것은 당연지사다.

미국소맥협회가 공개한 국제 밀 가격 기준치를 나타내는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 내 밀 가격추이. (사진=미국소맥협회 홈페이지 캡처)
미국소맥협회가 공개한 국제 밀 가격 기준치를 나타내는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 내 밀 가격추이. (사진=미국소맥협회 홈페이지 캡처)

미국소맥협회에 따르면 최근 백맥 현물가격은 전년동기 대비 약 62%, 강맥은 40% 치솟았다. 선물가격도 지난달 기준 각각 34%, 52% 올랐다.

밀 가격 급등을 초래한 것은 여러가지 이유에서다. 남미지역 가뭄이 계속 이어지는 등 지난해 주요 곡물 생산지의 작황이 악화된 데다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대량구매, 미국 내 서리피해에다 올해 가뭄까지 겹친 영향이다.

게다가 최근 미국 밀 주요 원산지와 캐나다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한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밀 작황 수확률이 줄어든 것도   주요인이다. 곡물가 상승세는 올해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전체 밀 사용량 대비 95%는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호주산 밀이 국내 밀 소비량의 45%로 비중이 가장 크다.

다만 국제 곡물 가격이 통상 3~6개월 시차를 두고 기업들의 매입가에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 라면 업체들의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 늦어도 9월에는 라면 가격 인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그동안 라면업계에서는 주요 원재료인 소맥과 팜유 가격 인상에도 라면이 서민식품인 만큼 소비자 저항을 우려해 선뜻 인상에 나서지 못한 것.

통상적으로 한 업체가 총대를 메면 동종업계의 가격인상이 곧바로 뒤따르는 만큼 다른 업체들도 가격 인상에 나선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그동안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격 대비 질이 괜찮은 ‘가성비 라면’으로 불린 진라면(순한맛·매운맛) 가격은 684원에서 770원으로 12.6% 오른다. 스낵면도 606원에서 676원으로 11.6% 가격이 조정됐다. 육개장(용기면)은 기존 838원에서 911원으로 8.7% 오른다.

오뚜기는 오는 8월 1일부터 대표 제품 진라면(순한맛·매운맛)의 가격을 684원에서 770원으로 인상한다. 오뚜기가 라면 가격을 올리는 것은 지난 2008년 4월 이후 13년 4개월 만이다. 1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라면 매대에 진라면이 진열되어 있다. / 사진=연합뉴스
오뚜기는 오는 8월 1일부터 대표 제품 진라면(순한맛·매운맛)의 가격을 684원에서 770원으로 인상한다. 오뚜기가 라면 가격을 올리는 것은 지난 2008년 4월 이후 13년 4개월 만이다. 1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라면 매대에 진라면이 진열되어 있다. / 사진=연합뉴스

가격 조정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최근 밀가루·팜유를 포함한 식품 원자재 가격 인상 때문이다. 여기에 인건비까지 오르며 생산비 부담이 높아지자 결국 백기를 든 것으로 풀이된다.

수년간 오름세를 이어왔던 밀가루를 포함해 팜유와 같은 원재료값 상승과 갈수록 높아지는 인건비 부담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오뚜기 측의 설명이다.

지난 2008년 라면 가격을 인상한 이후 2010년 국내 서민경제에 보탬이 되고자 라면가격을 최대 6.7% 내린 후 한번도 올리지 못한 부분도 감안해달라고 강조한다.

오뚜기 관계자는 “라면이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해 설비 자동화, 원료 및 포장재 등의 원가 절감 등 제품 가격 인상 억제를 위한 자체적으로 감수하고자 노력해왔다”면서 “올해 들어 원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경쟁업체이자 라면 시장 점유율 1위 농심의 가격 인상 시점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농심 측은 당분간 가격인상 계획은 없지만 밀가루 가격 추이를 좀 더 지켜본 다음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농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원재료값이 가파른 상승한 만큼 신라면을 포함한 라면류 제품 가격 조정이 고민되는 상황은 맞다”면서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며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삼양식품과 팔도 역시 가격 인상과 관련해 ‘현재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가격 인상 계획과 관련 “가격 인상 여부를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은 맞지만 아직 내부적으로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팔도 관계자 역시 “아직은 인상 계획이 없으나 추후 검토할 여지는 남아있다"고 밝혔다.

김주경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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