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 "민간 자체 테이퍼링 필요" 섬세한 치유 강조
부채증가 및 자산가격 거품 형성 등 위험요인 산적해 있어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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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산적한 후유증들을 섬세하게 치유해나가야 한다면서 민간의 자체적인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필요성을 강조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6일 서울 을지로 은행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금융정책 평가 심포지엄'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효과적인 위기대응에도 불구하고 그 이면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면서 "가파르게 증가한 민간부채, 빠르게 상승한 자산가격 및 경제부문간 회복속도의 격차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민간 스스로 과잉부채와 위험추구행위를 정상화해나가는 한편 금리가 올라도 상환능력에 문제가 없는지 재무건전성을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날 은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상황을 여진에 비교했다. 그는 "대규모 지진 이후 여진이 이어지는 것처럼 역사적으로 대형 금융위기 이후에는 '위기의 여진'이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했다"면서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는 러시아 위기를 촉발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유럽 재정위기로 이어졌다"고 예를 들었다. 

특히 위기 대응 과정에서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의 재정 정책으로 돈을 풀어 위기는 넘겼지만 부채가 크게 늘었고, 자산가격에는 거품이 끼면서 금융시스템이 취약해졌다고 봤다. 더욱이 평균지표에 가려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는 취약부문들이 상존하는 만큼 쌓여있는 후유증들을 섬세하게 치유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위험요인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일례로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비중이 지난 5월 기준 71.8%에 달하기에 금리 상승시 차주들은 금리 변동에 따른 이자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비단 개인 차주 뿐 아니라 기업들도 흔들릴 수 있다. 주식시장의 경우 미국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따라 자금이 빠져나가며 충격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은 위원장은 각종 위험요인을 점검하고 지원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기대응 금융정책을 질서 있게 정상화해 나가야 한다"면서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 등 불확실성에 대비한 방역·실물·금융상황 점검, 과잉부채 등 잠재위험요인에 대한 선제적 관리, 취약부문에 대한 지원 등을 언급했다.

특히 금리상승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금융안정을 위한 잠재위험요인 선제적 관리를 비롯해 가계부채 증가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관계부처와 부동산 투기수요 차단에도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회복속도가 더딘 취약부문에 대해 지원을 더하고, 소상공인 금융지원 프로그램 등을 민생 체감경기 개선 상황에 맞춰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취약 개인채무자 재기지원 및 저신용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기구(SPV) 매입기한 등은 연말까지 지속·연장한다.

다만 은 위원장은 이같은 정상화 노력이 단순히 코로나19 이전 상황으로의 회귀는 아니라고 못박고 "한 걸음 더 나아간 금융'을 정립해 나가는 것"을 포함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증가한 유동성이 디지털·그린 뉴딜, 녹색금융, 산업재편 등 신산업 분야에 더 많이 유입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한편 회복속도 격차를 줄인 포용적 기조와 빅테크·핀테크의 혁신흐름도 확산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민간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것이 은 위원장의 입장이다. 그는 "민간 스스로 과잉부채와 위험추구 행위를 정상화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금리가 올라도 상환능력에 문제가 없는지 재무건전성을 점검하고 정부도 시장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점진적·단계적으로, 그리고 정교하게 정상화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선진국과 신흥국의 코로나19 회복속도에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면서 경기 상황에 따라 걸맞는 통화·재정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취약 부문에는 '재정·금융정책'을 시행하고, 전반적인 경기 상황에 따라서는 '통화정책'을 쓰는 정책 조합을 구사하는 것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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