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현 정부는 '탈석탄과 탈원전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탄소제로를 달성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는 에너지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장을 아예 들으려 하지 않는다. 심지어 탈원전 정책을 수정해야 하는데, 이를 수정하지 않고 밀어붙이면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탄소중립계획까지 만들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정부는 205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을 2018년 대비 64배로 키워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원전에 의한 전기생산 비중을 현재 23%에서 7%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것으로는 전력공급이 불안하니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전기를 수입하겠다는 계획도 포함시켰다고 한다.

탄소중립은 기업이나 개인이 발생시킨 이산화탄소 배출량만큼 이산화탄소 흡수량도 늘려 실질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zero)’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다시 말하면 대기 중으로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양을 상쇄할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하는 대책을 세움으로써 이산화탄소 총량을 중립 상태로 만든다는 뜻이다.

탄소중립을 실행하는 방안으로는 첫째,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상응하는 만큼의 숲을 조성하여 산소를 공급하거나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무공해에너지인 태양열·풍력 에너지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하는 방법. 둘째,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상응하는 탄소배출권을 구매하는 방법 등이 있다. 탄소배출권(이산화탄소 등을 배출할 수 있는 권리)이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돈으로 환산하여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탄소배출권을 구매하기 위해 지불한 돈은 삼림을 조성하는 등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늘리는 데에 사용된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달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 협의회가 온라인을 통해 개최한 토론회에서 "탄소중립 선언 이후 2달 뒤 발표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탈원전의 명분을 살리기 위해 미래 전력수요를 낮춰 잡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탄소중립은 에너지전환과는 차원이 다른 변화를 의미하지만, 지금 발표되는 에너지정책들은 과거와 같이 고정적·확정적인 계획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손 교수는 "화석에너지 사용을 멈추고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해 공급할 수 있다고 해도 전력공급이 현재(120GW)보다 3배 이상 늘어나야 한다"면서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탈원전·탈석탄뿐만 아니라 탈LNG도 이뤄져야 하는데, 이들이 우리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신한울 원전1호기 가동 요청 의지를 밝히면서, 탄소중립 달성에 있어서 원자력발전의 중요성을 인정한 가운데, 정부는 여전히 탈원전을 고집하고 있는 모양새를 보여, ‘에너지정책 불협화음’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 총리는 “향후 60년간 원전은 우리의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신한울 원전1호기 가동 허가 승인을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요청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같은 날 대통령직속 탄소중립위원회는 ‘2018년 기준 6.2% 수준인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율을 2050년까지 62.3%로 올리고, 같은 기간 23.4%인 원전 비율을 7%까지 내린다’는 내용을 담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제출 받아 검토 중에 있다.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는 정부의 이중적 행태가 도를 넘었다. 지난해 정부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흡수량을 뺀 ‘순배출량’을 0으로 맞추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탄소중립위원회를 중심으로 마련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는 2050년까지 국내 발전량의 41.9%를 차지하는 석탄발전을 완전히 없애는 내용을 담았다. 

현재 국내에는 석탄화력발전소 56기가 가동 중이며, 7기를 새로 짓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비율도 26.8%에서 7.5%로 축소한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61.9%로 높이는 대신 원전 비중은 23%에서 7%로 낮춘다.

정부가 연일 ‘수소경제’를 강조하고는 있지만, 전문가들은 탈(脫)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면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탄소배출이 없는 청정 수소인 ‘그린수소’ 생산을 위해 가장 주목받는 방식이 수전해(전기로 물분해) 방식인데, 단가도 싸고 이용률이 높은 원전이 그린수소 생산에 가장 적합한 발전원이라 탈원전과 수소경제는 양립이 불가능하다.

일찌감치 세계 유수의 국가들은 원전을 활용한 수소 생산에 주목해왔다. 세계원자력협회(WNA)는 올해 3월 유엔 유럽경제위원회가 주관한 워크숍에서 원전을 통한 청정 수소 생산 방식을 제안했다. 러시아 국영 원전 기업인 로사톰과 프랑스 국영 전력회사인 EDF는 최근 원자력 기술을 활용한 수소 생산과 기술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프랑스는 지난해 9월 원전을 포함한 70억 유로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원전이 안전하지 않고 원전 폐기물이 환경을 오염시킨다고 주장하는데, 다른 나라들은 오히려 원전이 아주 친환경적이며 경제적 에너지원이라며 원전 증설에 나서고 있다. 세계적 환경운동가인 마이클 셀런버거는 "핵폐기물은 그 누구도 해치지 않지만, 태양광 패널에 포함된 중금속은 절대 분해되지 않고, 풍력발전기는 동물의 서식지를 줄이고 많은 조류를 멸종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며 한국에 탈원전 정책 폐기를 권고하고 있다.

김웅식 편집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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