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 인수 희망사들, 고용승계 어렵다는 입장 보여
노조 고용안정 요구, 정부대응 촉구 및 해외 투쟁도 예고

사진=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
사진=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이 파업권을 손에 넣으면서 소매금융부문 매각 향방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이 기존 통매각이 아닌 단계적 폐지 방향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노동조합 반대에 부딪히고 있어 충돌이 예상된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씨티은행지부는 지난 11일, 소매금융 매각 관련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투표율 93.2%, 찬성률 99.14%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파업권을 손에 넣고 총파업 등 전면전을 예고한 것이다. 씨티은행 노조는 지난 8일 서울 중구 한국씨티은행 본점에서 '임금에 관한 단체 투쟁 승리 및 생존권 사수 투쟁 집회'를 열기도 했다.

파업권과 관련, 노조는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하게 됐다"며 "씨티은행 노조는 전체 정규직 3300명 중 80%가 조합원이며, 복수노조인 민주지부(시니어노조)도 연대하기로 해 영향력이 클 것"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노조의 이같은 반발은 씨티은행이 통매각에서 단계적 폐지까지 함께 고려하면서 극에 달했다. 

유명순 씨티은행장은 지난 3일 이사회 종료 후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고객과 직원을 위한 최선의 매각 방안에 도달하기 위해 세부 조건과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서는 열린 자세로 논의하되 '단계적 폐지' 방안을 실행하기 위한 준비 절차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노조는 고용안정에 대한 우려를 표출하며 투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부문 사업 매각이 진행될 경우 고용안정이 보장될 수 없으며, 현재로서는 전체 매각을 실시하더라도 전체 소비자금융 직원들의 고용승계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고용안정 방안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노조 측은 대외적으로는 은행의 영업양도 및 사업 폐지가 인가사항인 만큼 한국노총, 국회, 금융위원회, 일자리위원회 등 유관기관에 이번 소매금융 철수가 시급하거나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알릴 계획이다. 매각 진행에 속도를 내는 대신 고용 안정을 먼저 생각해 달라는 요구다. 

정부 차원의 대응을 촉구하는 동시에 노조는 해외 투쟁도 계획하고 있다. 소매금융 철수가 미국 본사 차원에서 진행 중인 건이기 때문이다. 이에 노조는 제인 프레이저 최고경영자(CEO)에게 경고장을 보내고, 각종 동영상을 해외용으로 제작해 한국 상황을 알리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진창근 한국씨티은행 노조위원장은 투쟁 준비는 된 상태라면서 "매각 진행 상황 등을 지켜보면서 (투쟁을)결정할 것"이라 밝혔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파업 및 태업 등 다양한 형식의 투쟁을 고려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업계에 따르면 씨티은행에게 정식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금융사는 4곳 이상으로 '전체 인수'나 '부분 인수' 희망 의사가 모두 제출된 상태다. 이 가운데 소비자금융 사업 '전체 인수'를 희망한 금융사의 경우 전체 소비자금융 직원들의 고용 승계는 어렵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씨티은행 노조의 강경한 입장은 지난 8일 고용안정 방안을 요구하는 규탄대회에서의 발언을 통해 명확하게 드러난다. 진 위원장은 "수십년간 묵묵히 일해 온 우리 직원들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며 "외국자본의 오만함이 도축을 하듯 우리 몸뚱이 중에 팔수 있는 부분은 팔고 수십 년 함께 해 준 고객도 파는 등 정리가 안 된 부위가 있으면 결국 쓰레기통에 버리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사측에서 부분매각 후 단계적 폐지로 방향을 정한 순간부터 이번 투쟁은 단순한 투쟁이 아니라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됐다"며 "끝까지 함께 투쟁해 생존권 사수라는 전리품을 쟁취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가 이렇듯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 씨티은행 인수 검토 금융사들이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노조 투쟁 예고에 씨티은행 소매금융부문 매각은 향방을 점치기 어렵게 됐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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