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세계가 다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原電)에 주목하고 있다.

원전 사고 등으로 인해 탈원전이 한때 세계를 유행처럼 휩쓸었으나 반전되고 있다. 당초 기대한 환경개선 효과보다는 전력난을 초래했고 4차산업으로 급증하는 전력을 원자력발전이 아니면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원전 사고를 겪은 일본마저 원전을 재가동하고 있고, 미국은 60년이나 된 원전의 수명을 20년이나 연장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적 흐름과는 다르게 가고 있다. 이미 영구 정지된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뿐 아니라 앞으로 2025년까지 원전 4기가 줄줄이 멈춰설 예정이다. 고리 2호기는 2023년 4월 8일, 고리 3호기는 2024년 9월 28일, 고리 4호기는 2025년 8월 6일, 한빛 1호기는 2025년 12월 22일 설계 수명이 만료된다.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는 원전은 탄소중립 로드맵을 짜는 데 핵심이다. 전문가의 분석에 따르면, 에너지원별(kWh당)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석탄이 991g, 석유는 782g, 가스는 549g이다. 태양광은 57g, 원자력은 10g밖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경제성까지 고려한다면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원자력보다 좋은 에너지는 없어 보인다. 

최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소형모듈원전(SMR) 연구와 한·미 협력 필요성을 언급했다. 

송 대표는 "미국 조 바이든 정부가 탄소중립을 위해서 SMR 분야를 전문 연구하고 있다"며 "SMR 분야나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있는 원전 폐기 시장 같은 것도 한·미가 전략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탈원전 정책으로 세계 최고의 국내 원전산업이 붕괴되고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 바람을 외면한 채 계속 탈원전에 집착하고 있다. 여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원전에 대해 직언한 것은 탄소중립을 위해 원전에 대해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라는 간곡한 호소라 할 수 있다.

탈(脫)원전 정책으로 전력 수급에 빨간불이 켜진 데다 한국형 원전 해외 수출도 차질을 빚고 있다. 심지어 국내 원전산업 생태계를 고사(枯死) 직전으로 몰아넣고선 원전을 외교 전략으로 이용하는 건 현 정부가 자가당착에 빠진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탈원전을 외치면서 원전 수출 세일즈를 하는 것은 “우리가 폐기하는 원전을 당신네는 믿고 쓰도 된다”는 격이니, 이런 아이러니한 말이 해외에서 통할 리 없다. 

국내 원전 관련 기업은 총 1988개다. 국내에 원전을 건설하지 않으면 국내 중소 부품업체들은 살아남기 힘들다. 원자력 관련 공기업과 민간기업에서 퇴직하는 직원이 잇따른다. 상당수 전문인력은 ‘미래’를 위해 해외로 떠나고 있다.

과학계는 원전인력 해외 유출, 부품사 도미노 파산으로 우리나라가 60년간 어렵사리 쌓아온 세계 최고 원전 기술과 생태계가 붕괴돼 당장 5년 내 기존 원전 운영마저 어려워질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 기술은 핵폭탄 제조 기술과 비교할 수 없다. 원전은 적어도 200만개의 부품이 얽히고설킨 하이테크 기술의 집합체다. 독자적으로 원전을 만들고 수출도 하는 나라는 극소수다. 핵보유국인 러시아와 프랑스, 중국 정도다. 여기에 핵보유국이 아닌 우리나라가 더해진다. 

우리나라는 아랍에미리트에 원전 4기를 수출할 정도로 원전 기술 면에서 세계 정상을 달린다. 전 세계 430기의 원전 건설이 검토되는 상황을 잘 활용하면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볼 수 있다. 한국형 모델인 APR-1400은 미국 안전기준에도 유일하게 통과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탈원전론자들은 지진 등 천재지변으로 원전에 문제가 생기면 그 피해가 재앙 수준이기에 원전을 더 이상 짓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원전 APR-1400은 수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가압경수로로 폭발 가능성이 낮다.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일본의 비등경수로와는 안전성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그래서 아랍에미리트는 수십 조원을 들여 한국형 원전을 선택한 것이다. 

김웅식 편집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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