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 간편결제 시장 출사표, 출시했거나 출시 예정
계열사 통합으로 편의제고한다지만 금융사 간 통합은 안갯속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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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5대 금융지주가 '페이'경쟁에 돌입했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기업 비중이 압도적인 간편결제 시장에 출사표를 낸 만큼 5대 금융지주들은 차별화된 전략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다만 빅테크 기업처럼 다양한 금융사들을 아우를 수 있을 것인가가 성공을 가늠할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사들은 자체 간편 결제시스템을 구축해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미 도입한 곳도 있고, 도입할 예정인 곳도 있지만 너도나도 간편결제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간편결제 시장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금액은 하루 평균 4492억원이다. 2019년과 비교했을 때 41.6%나 증가했다. 하루 평균 간편결제 서비스 건수 역시 전년 대비 44.4%가 증가한 1455만건으로 집계됐다. 2016년과 지난해를 비교하면 4년간 이용건수 및 금액이 7배씩 증가, 시장의 가치를 입증한 셈이다.

◇ 금융지주 산하 '모두 통합'하는 '페이'구축

적지 않은 규모의 간편결제시장은 그간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쿠팡 등이 터줏대감 노릇을 해왔다. 세 업체 이용금액만 전체 금액의 65.3%를 차지할 정도다. 압도적인 강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시장에 전통금융사인 5대 금융지주들이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특히 금융지주 산하 은행 및 증권 등을 한 데 모으는 통합간편결제 시스템 구축은 금융지주 '페이' 핵심이라 할 만하다. 하나금융의 경우 하나카드 앱을 '원큐페이' 단일앱으로 통합하고, iOS 유저(아이폰 사용자)들까지 사용가능하도록 QR결제 가맹점을 늘리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도 신한카드 앱을 통합 간편결제 서비스로 업그레이드 한 '신한페이'를 출시하고 신한은행 계좌를 비롯한 신한금융투자, 신한저축은행, 제주은행 등 자회사 계좌 결제를 연결할 방침이다.

이미 지난해 10월 'KB페이'로 나선 KB금융은 KB국민카드의 신용·체크카드 기반 스마트폰 간편결제, 국민은행 계좌결제와 상품권 및 포인트 결제, 근거리 무선통신(NFC) 단말 결제 등을 연결했다. 이에 더해 올해 안으로 KB증권, KB손해보험, KB저축은행 등 계열사와 서비스 연동도 계획 중이다. 

우리금융지주 역시 우리은행 앱에 우리은행, 우리카드를 뭉친 '그룹통합결제 플랫폼'으로서의 '우리페이'를 구축하고자 추진 중이다. 특히 '우리페이'에 삼성페이 MST(마이네틱 보안전송)도 연동할 계획이다. NH농협금융도 NH농협카드의 '올원페이'를 'NH페이'로 업그레이드, 전 계열사와 연동하는 그룹 통합 대표 간편결제 플랫폼 구현에 힘쓰고 있다. 

◇ 내부 통합 그치지 않고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도

그러나 각 금융지주들은 산하 계열사들의 통합에는 주력하고 있지만 정작 각 페이의 실용성을 높이고 이용자들의 편의를 제고한 전 금융사 통합에는 주춤한 모양새다.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가 금융사를 가리지 않고 이용이 가능한 것과 달리 아직까지 금융지주 대부분 간편결제 서비스는 서로 연동되지 않고 있다.

다행히 카드사들이 먼저 경쟁사와의 시스템 개방에 나서며 간편결제 서비스의 범용성을 넓혔다. 11일, 8개 전업 카드사(KB국민·하나카드·신한·삼성·현대·BC·롯데·우리) 및 NH농협카드 등은 카드사 모바일협의체 회의를 통해 앱카드 상호 연동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규격 개발에 합의했다. 

한 개의 앱카드로 타사 카드 이용이 가능해지는 것으로 A사 페이 앱에서 B사 및 C사 카드를 모두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카카오페이가 송금, 결제, 본인인증 등까지 영역을 넓히며 금융 플랫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상황이고, 네이버페이도 지난달 신용카드처럼 후불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를 시작하며 카드사 영역까지 보폭을 넓혔기에 카드사들의 플랫폼 경쟁력 합의가 쉽게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금융업계에서는 이에 그치지 않고 금융지주 페이들이 은행, 증권사들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전 금융사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 등 기존 강력한 간편결제 선도업체와 경쟁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이 다양한 연동과 통합으로 차별화를 꾀한다고는 하지만 자사 계열사끼리만 뭉치는 것으로는 기존 빅테크 간편결제 시스템보다 뒤처질 수밖에 없다"면서 "카드사들이 상호 합의한 것처럼 금융지주들도 합의와 단합이 필요한 시점인데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아직은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 분위기다"라고 귀띔했다. 

자칫 금융지주들이 야심차게 내놓은 '페이'가 그룹 내 서비스로 그치거나 빅테크 업체만 연동하면서 타 업체만 좋은 일을 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간편결제 서비스가 결국 고객정보, 즉 데이터 싸움이기에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점, 또 플랫폼을 출시하기 전인 금융지주사도 있는 만큼 모든 금융사가 같은 출발선에 선 상황이 아니라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간편결제시스템에 있어 전사 통합의 그림은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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